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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이 일상인 세상

by 격암(강국진) 2018. 11. 24.

나도 일본에 있었을 때는 가족까지 데리고 차박을 다닌 적이 몇번 있었다. 파도소리들리는 해변의 주차장에서 차박을 하다가 뜨는 해를 보는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물론 어떤 것은 불편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어떤 비싼 호텔방보다 뛰어난 면도 있다. 요즘 한국에서도 차박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건 모텔갈 돈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차박을 레저로 즐기는 사람들은 차에 돈을 많이 쓰고 캠핑하기를 즐기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테슬라 전기차를 타고 차박을 하는 사람들이다. 모델S같은 차는 억대의 차다. 이런 차를 몰고 차박을 한다는 것이다. 



차박이라고 하지만 여기에도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다. 차박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 중의 하나는 캠핑카 일 것이다. 부엌과 화장실까지 갖춘 캠핑카는 분명 여러 사람들의 로망이기는 하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실제로 캠핑카에 사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차고까지 딸린 170만불짜리 호화 캠핑카



실제로 한국에서도 차박의 삶을 캠핑카 위에서 진지하게 실천하는 부부가 있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해서 아주 본격적인 집으로 만든 한국인 부부다. 이 부부는 이 차는 자동차가 아니고 집이며 자신들은 집대신에 캠핑카를 선택한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차박이 일상인 세상은 이런게 아니다. 캠핑카는 캠핑만을 위한 것이다. 이래서는 보통의 다른 용도를 위해서는 세컨드카를 구해야 할 판인데 마트가거나 출근하자고 45인승 버스를 몰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결국 우리는 차박이 일상이 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즉 차박이 레저가 아니라 보편적인 주거방식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데에는 기본적으로 세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사람들의 삶은 점차로 이동이 많아져왔고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같다는 것 또 하나는 집값이 점점 비싸져서 집을 도시에서 구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비싸져 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정말 거의 모든 것을 시장에서 즉석으로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유가 필요가 없고 공유가 대세가 되는 것이다. 


1-2백년전의 농경사회에서는 사람은 한 마을에 태어나서 거기서 자라고 살고 죽었다. 사는데에는 많은 것이 필요한데 그걸 구하기도 어려웠고 그걸 짊어지고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그러니 사람은 이사를 하면 너무나 많은 것을 손해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평생 5-6번은 이사가는 것은 보통이며 평생직장 개념이 깨어진 시대에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 횟수가 그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이리저리 출장도 잦고 외출도 많으니 사람들은 거의 평생 노동을 한 댓가에 가까운 비싼 집을 빌리거나 구하고 나서는 거의 비워둔다. 거의 창고의 역할만 하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라는 주거공유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내가 앞에서 말한 이유로 사람들이 그걸 공유해야 마땅한 시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만 해도 아이들이 모두 성장하여 집을 나가면 몇달씩 외국에 나가서 살다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그러면 한국의 짐을 모두 없애거나 집을 빌려서는 창고로만 써야 할까? 그걸 누군가에게 임대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집이 비싸고 이동이 잦아진다는 것은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이나 돈이 많은 부유층의 경우가 아니면 집에 더욱 더 돈을 투자 할 수 없게 만든다. 집을 가진 사람과 집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경쟁이 벌어진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집값이 비싸므로 더 많은 임대수익을 거두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집이 없는 사람은 임대료를 아끼려고 더 작은 방을 구할 것이다. 그러므로 집을 가진 사람들은 공간을 더 더 잘게 나눠서 임대를 하게 된다. 한마디로 임대인은 임차인에게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고 하고 임차인은 그걸 피할 방법을 계속 찾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홍콩에서는 거의 침대한칸 크기의 숙소가 흔하며 우리나라도 고시텔같은 1인용주거가 증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공간의 가치이므로 예전처럼 허접한 원룸도 있지만 크기만 작을 뿐 시설은 좋은 곳도 있다고 한다. 


홍콩의 칸막이집


나는 이런 경쟁의 궁극에서 차박이 일상인 세상이 올거라는 생각을 한다. 도심에 높은 주차빌딩을 세운다고 생각해 보라. 그 건물에는 화장실이나 욕실이 있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차에서 사는 것이다. 그러다가 일이 있으면 차를 몰고 나가면 된다. 전기차의 보편화는 이런 상상을 지극히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 것이다. 전기차는 매연도 뿜지 않고 엔진소리도 없다. 엔진을 켜지않아도 전기를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덜덜거리는 진동에 괴로워하지 않고서도 냉난방을 할 수도 있으며 가전제품들을 시동을 걸지않고서도 쓸 수 있다. 전기차는 구조가 간단해서 지금 차보다 내부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을 가능성도 크다. 


사실 따로 차박을 위한 빌딩을 세울 필요도 없다. 공간의 가격은 날로 비싸지는데 지금 이순간 두개의 공간은 엄청나게 낭비되고 있다. 하나는 자동차의 내부공간이고 또 하나는 주차장이다. 요즘은 차가 흔해서 거의 도시를 덮을 정도로 차가 많다. 하지만 이 차들은 대개 밤이면 비어있다. 게다가 도로와 도심의 주차장도 밤이면 비게 된다. 도심에서 사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세상에 만연한 교통체증이고 하루에 2-3시간을 통근에 쓰면서 비싼 주차비에 더하여 비싼 도로비를 지불하는 현실이다. 사실 오늘의 도시 현실은 자동차가 사람을 도시 바깥으로 쫒아내고 있다고 요약될 수 있다. 도로도 주차공간도 차가 다 차지하고 사람은 밀려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꺼이 차박을 일상으로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차박을 장려하면 안될까? 사회적 선입견의 문제만 아니라면 약간만 도움을 주면 충분히 가능할것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말한대로 화장실과 욕실정도만 쓸 수 있어도 차에 자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편리한 일일 수 있다. 그럼 그 비싼 공간들이 절약될테고 교통체증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사람들이 밤에도 도심에 살게 되니까 도심의 경기도 살아날텐데 말이다. 차박이라고 하면 산으로 바다로 가는 것만 생각하는데 도심의 주차장에서 하는 차박페스티벌을 해보면 어떨까. 사람들은 도시가 생각보다 공간이 많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우선 이렇게 도시에서 차박이 보편화되기 시작한다면 나는 바퀴위에서 사는 삶이 훨씬 광범위하게 보편화되리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앞에서 말했다. 우리는 유동성이 큰 세상에 살고 있다. 일단 그런 스타일의 삶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 바퀴위의 삶은 모두에게는 아니라고 해도 많은 사람에게는 말이 되는 삶이다. 어차피 오늘날의 아파트는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모두가 떠돌면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첫째로 그들의 문제다. 둘째로 말하자면 차박과 주택의 중간도 있다. 그것은 차가 마치 집의 일부인 것처럼 존재하는 생활방식이다. 우리 집에서 내 서재만 바퀴를 달고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생활이랄까. 차가 내집으로 돌아와도 여전히 내방인 것이다. 


이건 판타지가 아니다. 충분히 현실성이 있고 경제성이 있는 그림이다. 완전자율운전은 물론 준자율운전이 보편화되어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차를 원하게 될 것이다. 운전이 쉽거나 운전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다. 핸드폰을 가족 모두가 한대씩 가지듯 어쩌면 미래에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전기차를 한대씩 가지는 날이 올지 모른다.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한다면 전화기에 대해서도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전에 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지금도 차를 부부가 각자 가지는 집은 흔하다. 완전자율운전차가 현실적인 가격으로 나온다면 차를 가지려고 하는 사람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예를 들어 자기 운전이 불안해서 운전을 안하는 노인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도 자유를 가지고 싶다. 


그런데 그 전기차를 다 어디에 둘까? 또 그 전기차들을 지금처럼 낭비해야 할까? 결국 가능한 방법은 애초에 차를 주거공간으로 생각하고 집의 공간을 줄이는 것이다. 지금 세상에는 다가올 세상에는 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세상일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공유하고 줄어드는 것은 집쪽이고 모두가 자기 핸드폰처럼 소유하려고 하는 것이 자동차쪽일 것이다. 


전화기가 흔해졌다고 우리가 반드시 공중전화가 세상에 가득한 세상에 살게 되지 않는다. 핸드폰이 흔해지자 오히려 공중전화기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PC가 처음 나올 때도 사람들은 이 비싼 기계가 보편화되어 집에 몇대나 있게되고 사람들이 각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한대씩 가지는 세상이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역사다. 자율운전기술이 늘어갈 수록 차와 주거는 더 강하게 부딪힐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차박이 일상인 세상에 더 가까이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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