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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언론에 대한 글

나는 왜 기자가 전문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by 격암(강국진) 2019. 10. 11.

오늘날은 언론이 위기에 빠져있다라는 말도 진부한 세상이다. 앞으로도 스스로를 언론이라고 생각할 집단은 존재하겠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적어도 그들이 이제까지와 같은 형태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언론이란 결국 대중이 신뢰하는 정보채널이다. 그런데 기술의 발달로 정보채널의 수가 다양해 졌고 그 속도도 전과는 달라졌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우리 안의 관념은 가장 느리게 변한다. 이 현실과 관념의 차이는 불합리한 관행을 만들어 낸다. 요즘은 그것이 참기 힘들정도가 된 것같다. 기자가 전문직인지 아닌지를 질문하는 것은 우리 안의 그 관념을 꺼집어 내어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오늘날 언론은 왜 위기일까?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한때 미국의 대통령도 무슨 일이 있는지를 알고 싶으면 CNN을 본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것은 미국같은 강대국의 정부도 독점적으로 만든 정보수집조직으로 시장이 만든 정보수집조직을 이길 수 없었다는 말이다. 사실 빌 게이츠라고 해도 개인 전용 지하철을 깔 수는 없다. 기술과 사회적 성장에 따라 우리가 강대하게 생각하는 조직도 그 독점적 지위를 잃게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지금 같은 일이 기성언론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블로그, SNS, 팟 캐스트, 유튜브등 다양한 정보매체가 엄청나게 생겨나자 하루에 한번 신문을 발행하는 신문사나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컨텐츠를 방송하는 방송사들이 도저히 새로운 매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생겨난다. 오늘날 기자라는 직업은 무성영화시대에 스피커 대신 소리를 내던 변사처럼 시대에 뒤쳐져 가고 있다. 정보가 수없이 많은 채널로 흐르는 시대에 언론사의 직원인 기자가 하는 역할이 뭘까? 기자가 가지는 기술이나 전문성이 뭘까? 기자는 전문직일까? 

 

세상의 현실이 어떠하건 우리안의 낡은 관념은 그렇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기자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특권을 요구하는 일도 많다. 이에 관련해서는 노무현 정부때의 기자단 문제가 기억에 떠오르지만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기자는 뭔가 특별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어떤 일반인이 개인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기자가 질문을 던지는 것과 다르고 언론사가 오보를 내는 것과 개인이 잘못된 발언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르게 취급된다. 기자나 언론사는 뭔가 더 자유롭고 보호받아야 할 특권을 가진 것같다. 월급도 많이 줘야 할 것같다. KBS직원들의 연봉이 억대라고 하지 않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보통 사람인데도 사람들은 기자라는 직함만 걸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이 군다.  언론은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여전히 그렇다라고 수긍하고 만다. 그 말을 두번 생각해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각종 인터넷 언론사가 생긴다. 혼자서 사무실 내고 혼자서 무슨 일보의 기자입니다라고만 말해도 나는 블로거 같은 사람과는 급이 다른 사람이라는 식이다. 특권계층 되기 참 쉽다.  

 

그런데 기자가 뭐에 전문가이고 뭐에 특화된 사람인가? 가장 쉬운 답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전문가라고 할 것이다. 개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조직이 있으니까 뭔가 다를 것같다. 그런데 이게 기자가 현대의 변사가 된 이유다. 오늘날에는 정보가 너무 넘친다. 예를 들어 부산에 태풍이 왔다고 하자. 현지 상황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나는 두가지 방법을 권한다. 하나는 CCTV를 검색해서 그냥 실시간 도로상황을 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SNS를 검색해서 부산에 사는 사람들이 올리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는 것이다. 물론 언론사의 보도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만 아는 특종을 터뜨리기가 오늘날은 참 어렵다. 

 

그렇다면 전문가적인 정보는 어떤가? 오늘날 지식은 매우 세분화되어 전문화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대한 기자의 칼럼에는 불쌍하리만큼 잔혹한 댓글들이 달린다. 그 기자보다 그 주제에 대해 훨씬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이걸 글이라고 썼냐고 욕을 하는 것이다. 사실 자동차 관련 게시판에 가서 일반인이 올린 게시물을 읽는 것이 실제로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언론사 직원 기자는 대개 그런 글을 쓰는 일반인보다 전문성이 약하다. 그 일반인이 대개 훨씬 더 전문가 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런 전문적 지식을 그냥 전달해 주는 블로거, 유튜버, 아니면 그냥 게시판 활동가가 많다. 언론사 직원인 기자가 그들을 이기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게 하려면 언론사가 모든 세부사항마다 다 전문가기자를 따로 둬야 한다. 

 

아 하지만 기자는 글쓰기에 특화되어 같은 정보라도 더 설득력있고 체계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닐까? 말하자면 전달의 전문가인 것이다. 나도 그런 기자좀 봤으면 좋겠다. 물론 어느 집단이나 그렇듯 기자들 중에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고 못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단으로 봤을 때 특히 한국의 기자들이 글을 잘 쓴다고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나는 평균 이하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기자들이 평균이하의 지능을 가진 저능아집단이라서가 아니다. 기자들은 언론사의 직원이고 조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부패하고 썩은 언론사가 말도 안되는 결론에 기사를 끼워맞추라고 하는 판에 좋은 글이 나올 리가 없다. 전통적 기자상에 따르면 기자들은 스스로를 사회라는 대상을 관찰하는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기자를 편견없는 정론을 제시하는 직종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에 매인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회에 대한 의견에 대해 과학적 이론처럼 객관적 이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유사과학의 오류라는 것은 이미 한세기는 된 이야기다. 포퍼가 마르크스를 비판하면서 한 이야기다. 오늘날 처럼 복잡한 세상에서는 이론과 사상과 믿음없이 세상을 사실로만 말할 수 없다. 누구나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으며 조직의 통제를 받는 사람은 특히 더 그렇다. 자연히 그 조직의 이데올로기에 물든다. 사람은 핑게를 쉽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상적 통제는 집단의 전체적 지능을 내린다. 사상은 과학처럼 다수의 과학자가 하나의 이론체계를 조립해 내는 식으로 만들 수 없다. 결국 현지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아랫 사람에게 말도 안되는 명령을 내리는 일만 반복되게 된다. 이렇게 기자는 자유롭지 않다. 기자에게는 특정사안 예를 들어 조국에 대해서 보도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사람이 위에 있다. 따라서 기자의 글쓰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그런데 어떻게 기자의 글이 좋을 수가 있겠는가. 

 

사실의 선택, 왜 이건 중요하거 저건 안중요한가 그리고 이러저러한 사실들은 뭘 의미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다 개인의 철학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자기입장을 가지고, 자기 캐릭터를 가지고 말하지 않는 사람의 의견은 특히 그가 과학이나 기술처럼 가치 중립적인 것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 때가 아니면 거의 의미가 없다. 의미가 있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는 독립적 정신을 가지고 개인으로 글을 써도 어려운 세상이다. 그런데 얼굴없는 기자로, 조직의 일부로 일하면서 기자가 의미있는 글을 쓴다고? 이러니 기자의 글이 평균이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요즘에 예능 스타일의 팟캐스트 뉴스 방송이 인기를 얻는 이유도 이것이다. 사람들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즉흥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할 때 오히려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더 잘 알게 된다. 졸리는 목소리로 진실을 감추고 자기가 정론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기자들의 말이나 기사는 대개 가치가 없다. 

 

진정으로 아무 이해관계없이 개인으로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거칠더라도 주입된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자기 생각을 쓰기 때문에 종종 이해도 잘가고 귀기울일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나 조직안에 있고, 무수한 이해관계와 인맥으로 얽힌 사람의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된다. 그건 생판 남인 사람에게 내 아내나 내 자식의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이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내가 왜 이걸 믿고, 왜 저걸 믿지 못하는지, 내가 왜 그렇게 그 사안에 대해 화를 내는지 남들은 이해 할 수 없다. 남들은 가족내의 역사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예를 들어 검찰에 드나들며 설렁탕먹고 갈비탕 먹어가며 친분을 쌓은 기자들이 검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일반인들이 이해가 되겠는가? 그게 우리나라 문화가 아닌가? 어디 출입하면 거기 있는 사람들이랑 개인적 관계를 만들어 공사구분이 잘 안되게 만드는 거 말이다. 오죽하면 유시민이 자기가 국회의원일 때 밥먹자고 하는 기자들 때문에 참 곤란했다는 이야기를 아직도 하겠는가. 그러니까 사람들은 다 똑같은 사안같은데 왜 이 사람의 경우는 죽도록 쫒아다니고 저 사람의 경우는 반응도 없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현실은 이런데 기자들은 자기들이 세상을 과학자처럼 객관적으로 보고 정론을 펼치는 사람으로 특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현실은 그들의 글이란 거리의 아무개와 아무 차이가 없거나 그보다도 못한데 말이다. 지금의 언론은 너무 느리고, 너무 부정확하며, 너무 편파적이고, 너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며, 너무 걸맞지 않은 권위의식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옛날 언론의 이야기를 종로 깡패 김두한 이야기하듯 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옛날에는 보호해 준다면서 보호비 받으며 살던 기자라는 깡패직종이 있었다며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때는 정보의 낭만시대였어라고 말하게 될까?

 

이 글은 주로 뉴스 보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기자라는 직업이 망가지고 있는 큰 이유중의 하나는 뉴스 이외의 영향도 크다. 정보채널을 따라 흐르는 컨텐츠는 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드라마, 예능, 다큐, 문화등 다양하다. 그리고 보도 기능을 가졌던 언론사들은 이런 모든 컨텐츠를 독점적으로 지배했었다. 조선일보 정치면은 싫지만 문화면은 좋아하는 식으로 말하던 사람을 나는 기억한다. 이런 식으로 모든 정보가 하나에 모여있으니 자연히 보도를 담당하는 기자들도 힘을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 20년정도 전만 해도 드라마 만들어서 공중파방송에서 방송안해주면 그냥 망하는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컨텐츠 독점이 붕괴되었다. 이미 10년전과 비교해도 놀라울 정도다. 비공중파 방송의 컨텐츠가 장안의 화제가 된다는 것은 그때는 없었다. 넷플릭스같은 방송도 없었고, 물론 유튜브도 적어도 지금같지 않았다. 지금은 나같은 사람은 공중파 방송 드라마는 믿고 거른다. 보나 마나 출생의 비밀에 재벌 이야기나오는 막장드라마이겠거니 싶어서다. 

 

그렇게 해서 기자라는 직업의 갑옷이 무너졌다. 이제 그들은 자기 혼자의 힘으로 마치 블로거나 유튜버가 된 것처럼 사람들앞에 서야 한다. 그리고 그럴 때 그들은 기자라는 직업이 무성영화시대의 변사같은 직업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시대가 바뀌니 기자는 전문성도 없고, 특별한 지식이나 관점도 없다, 그저 기계처럼 일하는 월급쟁이일 뿐이라 질문하라고 해도 질문도 못한다. 거기에 엘리트 의식까지 가졌으니 이런 참사가 없다. 

 

오늘날 기성 언론은  마치 향교가 21세기 한국 교육을 내가 독점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같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 사회적 분란의 상당수가 언론때문에 만들어 진다. 언론은 남을 가르치겠다는 태도는 쉽게 취하지만 아는 것은 없다. 조중동 사설은 고등학생들이 읽을까봐 두려울 정도로 저질 게시판의 글과 별로 차이가 없다. 일본과의 분란이 생기자 조선일보는 스스로가 매국신문이라는 것을 아주 확실하게 보여줬다. 

 

지금의 기자가 진정으로 살 길이 있다면 설사 기자라는 직함이 앞으로도 계속 존재한다고 해도 그 내용은 전과는 전혀 달라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기자는 이제 얼굴을 가져야 하고 자기 캐릭터를 가져야 한다. 자기 철학과 자기 주장을 가지고, 걸맞지 않게 내가 정론을 안다고 하지 말고 내 생각은 이렇다라고 해야 한다. 그건 전통적 기자상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 의미에서 말하자면 현실은 이렇다. 

 

기자라는 직업은 죽었다. 

 

전문성도 없이 쓸모도 없는 일만 하면서 월급만 많이 달라고 하는 민폐캐릭터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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