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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회의에 대한 Jtbc 보도를 보고

by 격암(강국진) 2021. 6. 13.

우연히 Jtbc가 G7 회의에 대한 보도를 하는 것을 봤다. 그런데 그 보도 내용이 나에게는 기이하게 여겨지며 나는 그러면서도 이 기이한 태도가 한국에 상당히 만연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써볼까 한다. 4분 56초짜리 이 동영상은 Jtbc의 뉴스룸모아보기라는 동영상이다. 

 

 

이 방송을 내가 기이하게 여기는 것은 이것이 국제회의인 G7에 참석한 것에 대한 보도이며 이 G7에 한국이 초청받은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는 점 그리고 여기에 참석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며 마지막으로 지금 전세계의 정황으로 보아 이 G7회의의 중점 과제가 될 것은 중국과 코로나19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내 나름대로의 상식적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방송은 한국의 방송인데 지극히 일본중심적이다. 방송의 중심적 과제가 과연 한일관계가 이번 G7회의를 계기로 바뀔 것인가에 맞춰있다. 게다가 한국의 대통령이 영국에서 뭐라고 했는가보다는 현시국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올림픽 문제를 강조할 일본 총리의 발언과 일본 내부의 사정을 주로 보도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자연히 이 방송을 보면서 한국이 이번 G7을 계기로 꼭 이뤄야 할 것 그리고 한국의 최우선 당면과제가 일본과의 관계를 좋게 만드는 것이라는 인상을 받으며 한국 대통령의 입장보다는 일본 총리의 입장에 대해 자세히 듣게 된다.

 

하지만 한일관계 따위는 이번 G7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한일 관계 자체가 전혀 안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일 관계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이 문제는 이미 오래된 것이고 각자의 입장이 분명한 것이라서 얼굴보고 인사한번 한다고 크게 진전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큰 국제무대에 등단한 한국이 새로운 입장에서 G7의 다른 멤버국가들과 만나고 어떤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번에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한미관계를 단순히 국방의 관계가 아닌 경제를 아우르는 더 친밀한 관계를 만들었듯이 한국이 G7국가들과 더 가까운 관계를 만들어 국제적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기서까지 일본 문제에 골몰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더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으로 사고해야 하는거 아닐까? 

 

심지어 한일관계측면에서도 그런데 어차피 일본은 일본 내부의 문제때문에 전혀 양보나 이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되고 스가나 아베가 그럴 사람도 아니다. 한일관계에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외부적 압력 즉 미국의 압력 나아가 G7에 포함된 나라들의 압력에 의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들도 한국만을 위해 그렇게 해줄리가 없다. 이는 G7의 당면과제 즉 코로나19라던가 중국에 대한 압박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자신들에게 어느 쪽이 이익이 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지금의 한국은 다행히 일본보다 작은 나라지만 여러모로 잘하고 있어서 충분히 다른 나라들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는 입장에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이 국제적 협력을 하면 한국은 물론 미국을 포함한 다른 G7국가에게 서로 도움이 되지만 일본이 그걸 막아서 곤란하다는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에게 유리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G7보도를 하면서 일본 총리 얼굴에, 일본 내부 사정에, 과연 이번에는 한일관계는 정상화될 것인가라고 다시 물으며 초조함을 내비친다. 우리가 한일관계에 대하여 초조할 것은 없다. 그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지금처럼 관계가 악화된 것은 한국을 경제적으로 제재한 일본의 공격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뺨맞은 사람이 사과도 못받고 화해하려고 초조해 한다면 앞으로도 걸핏하면 뺨을 맞겠다는 말인가? 

 

우리는 이런 보도 내용을 그저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는 이런 보도내용이 우연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이명박 박근혜같은 권위주의정권이 G7에 갔으면 절대 이런 식으로 보도가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은 몰라도 방송국직원들은 미디어의 내용구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누구나 훤히 배웠기 때문에 이런 보도 내용이 뭘 의미하는지 진짜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보도를 이렇게 하면 이번 G7 회의 참석은 실패로 평가받을 것이다. 애초에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G7에 참석한 것처럼 보도하니까 한일관계에 진전이 없으면 실패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한일관계에는 진전이 없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게 정말 우연일까? 

 

이건 그냥 현정권을 억누르기 위한 보도이며 일본중심의 보도다. 굉장히 보수 정치권의 시각을 떠올리게 하는 보도다. 한국이 지금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하면 현정권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사람이 늘게 되고 다음 대선에 영향을 줄 것같으니까 무의미하고 억지스럽게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경제제재를 했을 때 당장 항복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던 것이 한국의 보수정치세력이었다. 이제 돌아보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도 보도는 이런 식으로 나간다. 이것은 보도 하나 일뿐이지만 한국언론의 생각없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게다가 나는 이것이 최악의 사례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참 한심하다. 심지어 Jtbc조차 이것밖에 안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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