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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언론에 대한 글

언론이 쓰레기가 되는 한가지 방식

by 격암(강국진) 2021. 11. 12.

21.11.12

거의 날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나는 언론들 욕을 하며 산다. 그것이 그냥 누군가 개인의 의견이라면 모르겠지만 언론사라는 기관의 도움을 받아 퍼지는 기사라면 그냥 이런 의견도 있다고 지나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기사가 거짓이거나 전혀 전문성이 없거나 정치적 의도가 너무 지독히 보이거나 한다면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기레기라는 말이 괜히 유행하는게 아니다. 

 

최근에는 요소수 대란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서 그런 일을 겪었다. 요소수 문제를 보도하는 것 자체가 일괄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며 그건 오히려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과장된 보도들이 점점 더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가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언론이 요소수가 난리라서 나라 망한다는 식으로 자꾸 보도를 하면 할 수록 일반대중은 걱정이 되고 사재기가 생기고 미리 살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 요소수를 사서 채워놓는 일이 생길 것은 뻔한 일이다. 보도에는 양면이 있다. 그런데 요소수 보도를 보면 책임지지 않는 비합리적이고 무지한 언론을 보게 된다.

 

거듭 말하지만 문제는 균형과 강도의 조절이다. 언론이 경보기라면 아주 위험하면 크게 울리고 크게 위험하지 않으면 적당히 울리는 강도조절이 필요하다. 그냥 매번 온힘을 다해 울리면서 나라망한다고 크게 경보를 울리는 경보기라면 차라리 입을 닫는게 세상에 도움이 될 것인데 무책임한 언론사들은 매번 '나는 그저 사실 보도를 했을 뿐이다.'같은 말로 자기 책임을 버리고 만다. 즉 그 확률이 얼마가 되든 나라가 망할 확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나는 그래서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라고 보도했을 뿐이니 책임이 없으며 그런 경고를 울리는게 언론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균형과 강도를 잊어버리면 나라에 외적이 처들어오고 집안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외적이 처들어오니 우리는 진다, 우리는 망한다같은 이야기만 하고, 화재가 퍼졌으니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 우리는 다 죽었다같은 말만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언론이라고 자기 말에 책임 안져도 되는게 아니다. 

 

요소수란 후진국도 만드는 물자이며 중국때문에 우리나라에 잠깐 생긴 문제일뿐 현재 주변국에는 그런 문제가 별로 없는 물자다. 지난번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에 비하면 훨씬 사소한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요소수 문제는 일단락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수출이 재개되고 러시아 베트남 호주등 많은 나라에서 요소를 들여온다고 한다. 일본이 수출제한을 할 때도 한국 미래를 암당하게 말하던 언론들은 이번에도 중국이 요소를 안보내 주니까 당장 나라망할 것처럼 난리였다. 그래서 그걸 보고 중국네티즌들이 기고만장했었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은 요소만 안보내도 나라가 망하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본 언론이나 중국언론인가? 

 

나는 지금 '한국의 체면'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미래예측의 확률적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단순한 언론보도가 한국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보도란 상당 부분 미래에 대한 예측을 포함한다. 왜냐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의미를 살피려면 미래 예측을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요소수가 없으면 한국의 모든 것이 멈춰선다같은 것도 예측이다. 

 

그런데 예측은 언제나 확률적이다. 즉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으며 대개는 선택지가 흑백론처럼 두개가 아니고 다양한 수준으로 수없이 존재한다. 내일 비가 온다 안 온다가 아니라 강수량이 1mm일수도 있고 10mm일수도 있으며 200mm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이러저러 할 수도 있었다'라는 말이 사실이다라는 변명은 하나 마나한 소리다. 내일 대지진이 나서 한반도가 바다밑으로 가라앉을 확률도 0은 아니다. 그런데 적당수준이라는 것에 대한 고민과 변명없이 그냥 사이렌을 힘껏 울리고 나는 책임없다고 할 수 있을까? 

 

언론에 거의 안나오는 기이한 보도도 있다. 한국은 지금 세계에 얼마없는 코로나 치료제를 가지고 있다. 셀트리온의 이 치료제가 나온 것은 정말 오래되었고, 이 치료제는 셀트리온이 한국에는 그렇게 공급하기로 했기때문에 외국에 비하면 5분의 1의 가격정도로 싸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치료제가 사용되질 않는다. 지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이 문제를 보도한 TBS에 나온 전문가는 왜 이렇게 오래된 문제가, 왜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대답없이 지연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답답해 한다. 출연한 전문가의 말처럼 이건 코로나 문제다. 관련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크게 보도하는 언론을 거의 보지 못한다. 셀트리온 치료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쓰지 않아 나라가 망할 확률이 없어서 일까? 중증환자가 천명만 더 늘어나도 한국의 방역위상은 달라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질텐데? 왜 내 눈에 잘 보이는 것은 외국의 치료제를 확보했다, 주문했다같은 기사만 잘 보일까? 싸게 쓸 수있고 수출하면 돈도 벌 수 있는 한국 치료제가 있는데? 이거 미친거 아닌가? 

 

 

보도는 확률을 포함하는 미래 예측을 포함한다는 것 그리고 현대 사회가 매우 복잡하고 빨리 변하는 곳이라는 점을 합치면 낡고 구태의연한 언론이 왜 해로운지를 알 수 있다. 이것이 유일한 방식은 아니지만 이것은 기자가 기레기가 되는 한가지 방법이다. 확률이 뭔지도 모르는 수포자가 쓰는 기사따위는 아무 도움이 안된다. 미래는 언제나 확률적으로 펼쳐지는데 자기 원하는대로 어떤 건 당장 나라 망한다고 설치고 어떤 건 있는 확률도 완전히 무시해 버리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언론이 국민에게 조언을 하는 조언자라면 우리는 합리적이고 차분하게 확률적으로 볼만한 것을 보여주는 조언자가 필요하지 무슨 과대망상환자처럼 불안정한 조언자가 필요한게 아니다. 그건 그냥 소음발생기로서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데만 도움이 된다. 소음이란 말그대로 쓰레기다. 

 

이 문제는 한국에서 점점 더 심각해 지고 있다. 한국 사회가 고도화되는 것에 한가지 원인이 있지만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고 글은 주로 문과생이 쓰는 한국의 현실에도 크게 원인이 있는 것같다. 오늘날 점점 더 데이터 분석, 확률 분석이 중요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지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스스로를 수포자로 부르는 사람들이 계속 세상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해봐야 보도는 합리적인 것하고 거리가 멀어진다. 

 

언론이 사회의 눈이라면 언론사의 기자는 가장 예민하고 이해력이 좋은 사람들이어야 할 것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언론사 기자가 오히려 시대에 뒤쳐져서는 사람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 언론사 기사를 읽는 것보다 기사 댓글이나 게시판의 여론을 살피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유튜버 동영상 검색이 더 낫다. 왜냐면 모두는 아니지만 어딘가에 있는 진짜 전문가의 진짜 합리적인 글과 논평은 가끔 거기서 보이기 때문이다. 기자들도 전문가 상담을 받으면 알텐데 기자들이 조사도 안하고 마구 기사를 쓰는 티가 난다. 인터넷에 글쓰는 사람보다도 기자들이 더 자신의 글에 책임을 안지는 것같다. 유튜버는 자기이름을 걸고 하지만 기자들은 언론사 이름뒤에 숨어서 책임을 안지기 때문이다. 이때문일 것이다. 국방이든 방역이든 물리학이든 예술이든 자동차든 현장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피곤한 알람소리가 세상에 가득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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