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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기계가 놓치고 있는 것들

by 격암(강국진) 2019. 12. 14.

19.12.14

요즘은 청소기계가 좋다. 청소기가 있어서 비질을 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물걸레 기계도 있어서 물걸레질도 서서 편하게 한다. 그래서 나도 한동안 바닥을 걸레질할 일이 없었다. 엎드려 걸레질 하는 것이 힘들 뿐 아니라 기계로 청소해도 바닥이 깨끗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모처럼 바닥을 손걸레로 걸레질 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달까. 하지만 나는 손걸레 질을 시작하자마자 기계로 하는 걸레질의 문제를 알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눈의 높이다. 바닥에 엎드려서 바닥을 가까이 보니 서서 바닥을 볼 때와는 바닥의 상태가 크게 달랐다. 그다지 좋지 못한 내 눈의 영향도 있겠으나 결국 서서 보는 거리와 바닥에 엎드려 바닥을 보는 높이가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기계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 기계를 쓰는 사람이 더러움을 느끼지 못하는데 어떻게 청소가 완벽하게 되겠는가. 

 

청소는 어쩌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지 모른다. 하지만 기계는 대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기계나 시스템은 편하다. 인간이 해야할 어떤 일을 대신해 준다. 그래서 인간은 우리의 일상과 문제에 얼굴을 바싹 들이대지 않게 된다. 현실은 전과 같지 않은대도 대충 보고 대충 전과 똑같다고 생각하거나 오히려 전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요즘 아이들은 노트필기를 하지 않는다. 파일을 받는다. 기계가 대신 녹음을 해준다. 어떻게 생각하면 놓치는 것이 없어서 전보다 공부하기 좋은 환경인 것같지만 배우는 것을 종이에 직접 쓰고 또 더 잘하기 위해 들은 것을 직접 요약하는 훈련이 되질 않는 것같다. 청소와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배움에 있어서 자기가 배우는 것에 고개를 바짝 들이대지 않는 것이다.

 

청소를 하다가 나는 내가 한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시력은 완벽하지 않다. 거리가 문제를 만든다. 서서할 때와 고개를 바짝들이밀 때는 상황이 다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잊기 쉬운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볼 때 우리가 뭔가를 완벽하게 본다는 착각을 종종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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