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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잊혀진 경계가 만악의 근원이다.

by 격암(강국진) 2020. 2. 9.

20.2.9

경계를 짓는 것은 만악의 시작이고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도 만악의 근원이다. 그래서 경계는 만악의 근원인데 그래도 우리는 경계없이는 살 수가 없다. 왜냐면 세상에는 이미 이런 저런 경계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해왔기 때문이고 우리는 그걸 수단으로 해서 삶을 구성해 왔기 때문이다. 

 

경계의 대표적 예는 언어이고 결혼이고 배타적 소유다. 경계가 없는 삶이란 자기 혼자만의 의미로 말들을 떠들어대는 미치광이의 삶일 수 있다. 결혼제도는 한가지 강력한 경계로 우리는 그 관습에 따라 가족을 만들고 가족을 유지하고 있으니 당신 스스로가 제 아무리 길게 결혼이란 이런 것이라고 떠들어도 그게 사회적 상식이 되지는 않는다. 왜냐면 모든 것을 미리 계약서에서 정할 수 없어서 상식이 있는 것이고 그저 당신 머리속에 있는 걸 세상의 중심으로 삼는 다면 그것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배타적 소유는 경계라는 것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내가 누군가의 배우자라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가지듯이 어떤 학위나 어떤 빌딩이 내 것이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의심스럽다면 마을의 가장 큰 건물앞에 가서 소유라는 개념은 허구이니 오늘부터 이 빌딩을 내 것으로 삼겠다고 주장해보라. 정신병원이 아니면 감옥에 갈 것이다. 

 

이토록 경계란 중요한데도 실은 이 경계는 시간에 따라 변하고 허물어진다. 때로는 고의로 그렇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페미니즘인데 이것은 남자와 여자간의 경계가 불필요한 곳에 있다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계를 허무는 것이 좋은 일인가? 당신이 앞의 단락에서 빌딩의 소유권에 대한 예를 잊지 않았다면 무조건 그렇다고는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경계를 고의로 혹은 무지에 의해 허물고, 또는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경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것은 사기 아닌 사기의 시작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수박을 받기로 하고 돈을 지불했는데 그가 나에게 참외를 주면서 이걸 나는 수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그건 사기이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 싼 경계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냥 자연스러운대로 혹은 남이 하는대로 혹은 내가 세우고 싶은 대로 경계를 세우고 무너뜨린다. 그렇게 해서 온갖 희노애락을 만드는 드라마가 펼쳐지는데 이런 게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만 경계를 보고, 경계를 점검하는 일에 전심전력인 사람은 드물다. 

 

인간은 사회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생겨나는 온갖 삶의 가시들과 상처들이 지긋지긋할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냥 혼자서 살까?

 

세상살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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