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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대단한 사람이 되기 그리고 그들의 옆에 끼기

by 격암(강국진) 2020. 5. 24.

20.5.24

아마도 사람은 자기보다 남을 보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대단한 사람들 사이에 끼는 것과 진짜로 대단한 사람이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말하자면 표창장 수상식같은 곳에서 상을 받는 사람들을 단상 아래에서 보고 있노라면 저 단상위에서 상을 받는 사람들 사이에 끼기만 하면 실제로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에게 인정받은 것이 꿈인 경우가 많다. 그것이 대단한 사람이 되는 꿈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남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쉽다. 우리가 남들을 볼 때 우리는 결코 그들의 전부를 볼 수 없다. 그들이 뭘 어떻게 해서 지금에 이르렀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그들이 어떤 느낌인지 아는 사람도 없다. 단순히 케잌 한조각을 먹는 것도 남이 먹는 걸 봐서는 그 맛을 모르는데 하물며 인생이나 직장경력에 이르면 남이 지금 기쁜 걸 보고 저게 좋구나 기쁘구나 할 뿐 설사 그들이 너무 좋다고 말해도 그 뜻을 진짜로 알 수는 없다.

 

그러니까 모두가 그 표창장 받는 단상위의 사람들을 부러워 하고 있으며 그 단상위의 사람들이 기뻐하고 있다고 해도 과연 그 단상위의 삶이 정말 바람직하고 행복한 것인지는 알 수없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김연아처럼 대단한 명성을 가진 스포츠선수를 생각해 보자. 내가 김연아 선수처럼 될 수 있을까? 김연아가 받았던 상을 나도 노력하면 받을 수 있었을까?  하나의 성공은 많은 운과 노력 그리고 타고난 재능이 조합되어 만들어 진 것이다. 그래서 설사 김연아의 클론이 하나 더 있다고 해도 그 아이가 피겨 스케이트를 해서 김연아처럼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니 안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클 것이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어느 정도까지는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그저 막연히 저 상받는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지배하게 만들어서는 결과가 좋을 수 없다. 대개는 실패해서 비참한 마음일 것이고 만약 성공한다고 해도 생각보다는 너무 많은 댓가를 지불하는 경우가 생겨서 성공하고 나서도 내가 겨우 이걸 위해서 그렇게까지 많은 것을 희생했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 쉽다. 

 

유명해지고 많은 돈을 벌고 하는 일이 다 부질없는 것이고 가치없어서 기뻐할 일도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물리학도인데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고하자. 그러면 나는 기쁠 것이고 영광일 것이다. 하지만 노벨물리학상을 받는 것이 물리학을 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별로 물리학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노벨물리학상을 받는 사람이 부러워서 물리학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것이 바로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과 대단한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의 차이다. 

 

언뜻 생각하면 그 둘은 차이가 없고, 후자처럼 생각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자연스러운 것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착각은 스스로를 패배와 상처뿐인 인생으로 몰아넣는 실수다. 행복과 자부심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운이 좋으면 이런 저런 사회적 보상도 얻게 되는 것 뿐이다. 그런 걸 얻으면 그 행운에 기뻐할 수도 있지만 그런 껍데기를 부러워 하는 일은 별로 가치가 없다. 

 

어떤 사람이 노벨상 받은 학자를 부러워 했다고 하자. 그래서 그 사람에게 그냥 노벨상을 주면 그 사람은 행복할까? 스스로가 그런 정도의 학자가 아닌데 노벨상 수상자들 사이에 끼어들면 대단한 사람인 척은 할수 있지만 사실은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느끼게 될 뿐이다. 누군가가 자신이 누군가인가를 알아볼까봐 겁내며 살게 될 뿐이다. 

 

타인들에게 인정받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것을 꿈꾸는 일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것은 보기 보다 깨지기 쉬운 꿈이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인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어떤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을 선망하기만 할 때 첫째로 그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제 아무리 열심히 김연아를 부러워해도 당신은 김연아같은 영광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둘째로 너무 많은 댓가를 치루게 된다. 성공에 집착하면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그것을 위해 희생하게 될 것이다. 마치 곰이 되기 바라는 너구리처럼 그것이 불가능한 댓가를 요구한다고 해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아주 운이 좋아서 그 선망의 자리에 서게 되도 우리는 그것이 생각보다 그리 기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일단 그것을 얻게 되면 그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며 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저 자기의 길을 가야 하고 자기를 키워야 한다. 그것과 대단한 사람들 사이에 끼는 것을 착각해서는 안된다. 많은 대단한 사람들은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대단한 사람사이에 끼어서 그런 척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득실댄다.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과 대단한 사람 사이에 끼어 들어서 그런 척하며 사는 것은 서로 많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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