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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이니 친미니 조선망국을 잊은 것인가

by 격암(강국진) 2020. 5. 17.

가끔 보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도, 또 온라인 댓글에서도 친미니 친중이니 하는 말을 쓰는 사람이 있는 것같습니다. 또 꼭 그런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기본 말의 논조가 문재인정부가 친중정부인데 그래서는 안된다 우리는 친미를 해야 한다는 식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 친미가 옳은 것일까요 친중이 옳은 것일까요?


이건 잘못된 질문입니다. 첫째로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즉 세계가 다시 냉전구도로 돌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나쁘지만 우리나라같은 나라에게 더 나쁩니다. 두번째로 냉전구도는 본래 나쁜 것이지만 한국에게는 더 더욱 나쁜데 그것은 지정학적으로 우리가 그 냉전 구도의 경계에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냉전구도가 바람직하지 않은데 냉전구도를 기정사실화하고 누구편을 들래라고 묻는 질문이 잘못된 질문인 것입니다. 그건 이미 재난상황입니다. 


우리는 중국에게 의존하는 북한과 국경으로 이어져 있고 중국과 가깝죠. 세계 냉전이 남미와 북미간에 벌어지는 것이라거나 아프리카와 유럽간에 벌어지는 것과는 다릅니다. 한국에게 최악의 사태는 바로 한국이 그 냉전구도하에서 대리전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이 돌격대장으로 중국과 싸우는 것이죠. 지난번 사드문제로 이미 그런 일을 당했습니다. 다시 말해 전쟁은 미국이 일으키고 그 전쟁터는 한반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또 그런 일을 당해야 합니까? 


그런데 뒤집어 말하면 그게 바로 미국같은 나라가 원하는 것입니다. 왜냐면 전쟁이 참혹한 것은 누구나 아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것은 꼭 무기로 하는 전쟁만도 아닙니다. 경제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한일간에, 미중간에 경제 분쟁이 일어나는데 이것도 경제전쟁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전쟁은 참혹해서 서로 서로 더 세게 때리기로 가면 피해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금방올라갑니다. 그러니까 강대국들은 전면전을 안하고 대리전을 선호합니다. 중국도 미국을 세게 때리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자기가 성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한국은 전력으로 때릴 수도 있습니다. 무역의 구도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포기하지 못할 이유가 있지만 중국과 한국은 무역상 서로 경쟁하는 관계라는 점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미국만큼 중국에게서 물건을 사주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팔아서 이득을 보죠. 


한국의 입장이 이러한데 미국이 한국의 동맹이라고 하면서 무조건 미국이 말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나서면 남의 총알받이 밖에는 안됩니다. 그렇다고 중국과 친하게 지내고 미국을 등진다는 것은 더 말이 안되지만 말입니다. 중국은 믿을 수 없는 정권입니다. 그러니 한국이 살길이 있다면 세계 경제질서를 지키고 모든 것이 규칙에 따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죠. 다시 말해 지금 이대로 가면 갈수록 한국은 유리합니다. 지금의 시장 질서속에서 지난 몇십년간 눈부시게 성장한 것이 중국과 한국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제 시장규칙을 깨려고 합니다. 중국도 자기가 힘이 세졌다고 믿는지 이젠 큰소리를 치려고 합니다. 한마디로 규칙대로 안하겠다는 뜻이죠. 새로운 규칙을 세우자는 겁니다. 이럴 때 한국을 지켜주는 것은 명분밖에 없습니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자 한국은 한국전쟁때 한국을 도와준 나라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게 매우 현명한 것입니다. 첫째로 그런 행동은 받은 대로 돌려준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한국의 외교를 다각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한국은 더이상 한두개 나라의 종속변수가 아니라는 겁니다. 


최근들어 중국에 대한 반감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본래 그럴만하게 행동했는데 중국발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입혔으니 세계가 중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변명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국도 영국도 프랑스도 중국 욕을 하지 않으면 체면이 서지 않는 것이고 그들이 어려울 때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어렵습니다. 이틈을 타서 대만을 WHO에 가입시키자는 미국의 행동에 냉큼 찬성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은 사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흐를 수록 오히려 이익인데 싸움이 격화되면 거꾸로 맨앞에서 돌맞을 것같은 입장이니까요. 


여기에 반미가 어디있고 반중이 어디있습니까. 친미가 어디있고 친중이 어디있습니까. 행동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나라이니 신중하게 명분에 따라 가며 싸워야 할 때 싸울 뿐입니다. 싸워야 하는 싸움을 피할 필요는 없지만 누구 대신 싸워주고 나라가 망해가는 꼴을 만드는 것을 현명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문재인 정부를 친중정권 운운하는 한국 사람들은 공평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시진핑이나 트럼프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애쓰는 한국 대통령에게 뒤에서 욕해서 뭐가 되겠습니까. 이정도면 아주 잘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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