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낙태에 대한 과한 주장은 역풍을 부른다.

by 격암(강국진) 2020. 10. 8.

낙태죄에 대한 입법예고가 나가자 소위 여성계와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가 성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정부의 새로운 낙태법은 14주이전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낙태죄 자체를 완전히 없애고 여자의 몸은 여자가 맘대로 할 수 있게해야 한다고 청와대앞에 들어누워 시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8개월 9개월된 태아를 죽이는 것도 임산부 맘대로 아무 처벌없이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는 화가 나서 한동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건 주장에 불과할 뿐 어떤 살인도 아직은 일어난게 아니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만약 단 한명의 인간이라도 길거리에 나와서 자유롭게 3살짜리 아이를 죽여도 되게 해달라고 주장하면 나는 충격받고 화가 날 것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 특히 어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본성이 아닐까.

 

이런 나의 표현을 과장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게 어떻게 낙태와 같은 거냐고 지적할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화나는 문제의 핵심에는 "제한이 없다"는 것에 있기 때문에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나는 낙태반대론자가 아니다. 다만 무제한적인 낙태라는 주장에 화가 날 뿐이다. 나는 어떤 사람들이 14주가 너무 짧으니 이걸 20주나 24주로 만들자고 주장한다면 설사 그 24주가 내게는 너무 길게 느껴져도 대화와 협상의 가능성을 보며, 낙태문제에 대해서 개인의 의견차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건 전혀 화가 날일이 아니다. 

 

하지만 엄마배안에 있다고 해서 8개월 9개월된 아이도 인간이 아니며 무제한적으로 엄마 마음대로 죽여도 죄가 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부모들이 내 아이는 나의 개인적 소유이니 죽이든 살리든 사회는 죄를 묻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왜 못하나. 어차피 한계는 없고 8개월 9개월짜리 아이도 죽여도 되는데 똑같은 논리로 3살짜리 아이는 왜 죽이면 안되나. 낙태가 법적으로 죄가 아니라도 사람들이 함부로 낙태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옳다면 사기죄며 강간죄며 살인죄는 왜 있는가. 법없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함부로 사기치고 강간하고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두순이 아니다.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14주가 짧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러가지 비극적 사례를 든다.  물론 저대로 법을 시행해도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다. 강간범에게 당해서 임신 당한 어린 여학생같은 사람들의 예를 들자면 그렇다. 하지만 이런 논증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 왜냐면 그 반대의 예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철없는 엄마에 의해 죄없이 죽을 태아는 없는가? 누군가 타인이 만삭의 임산부를 공격해서 태아가 뱃속에서 죽었다고 하자. 그럼 그 아이는 인간이 아니니까 이건 살인이 아닌가? 아 엄마가 죽이면 그건 살인이 아니고 그 이외의 모든 다른 사람이 죽이면 살인인가? 그런 논리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가? 

 

아이를 죽일 어떤 이유를 늘어놓건 그 아이의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런데 뱃속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제한 낙태운운하다니 이건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으면서 무슨 인권을 주장하나. 나는 저 모낙폐가 오히려 낙태반대론자처럼 보인다. 극단적인 주장을 펴서 낙태 허용론자들을 전부 윤리적으로 말도 안되게 타락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낙태가 허용되는 세상을 만들자면 우선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저런 말부터 하는 것부터 멈춰야 할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