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다. 세상이 변한다는 실감을 하면서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그것이 바뀌어 갈 것인지 궁금해지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그런 변화의 최전선쪽으로 뛰어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세상을 바꿀 상품은 뭘까? 무엇이 우리의 일상을 바꿀 것인가. 그 답의 후보로 최근 몇년간 자주 거론된 것은 아무래도 전기차와 인공지능일 것이다. 테슬라의 주가가 7배가 오르고 엘지 전자의 주가가 단지 애플 전기차 생산에 관여할 것같다는 추측만으로도 상한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전기차가 그 자체로 미래인가에 대해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걸 이렇게 말해보자.
우리는 전기차가 뭔지 아직 모른다.
좋은 예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있다. 컴퓨터는 사실 컴퓨터가 아니다. 거의 통신기기다.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엄청크고 비싼 계산기나 장난감으로 컴퓨터를 쓰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잡한 가계부를 쓴다고 그 비싼 PC를 사던 사람들은 돈도 많다 싶다. 조잡한 프로그램을 직접 짜던 사람들은 빌게이츠같은 소수의 예외를 빼면 대부분 쓸데없는 장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PC통신의 시대가 열리고 인터넷이 보급화되면서 컴퓨터는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꿨다. 물론 컴퓨터의 기능에 통신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컴퓨터를 쓸모 있는 기계로 만드는 핵심은 통신기능이었다. 코딩을 하는 사람은 소수지만 웹서핑은 거의 누구나 하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은 전화기가 아니다. 스마트폰 이전의 2G폰도 전화기능은 충분히 훌룡했다. 커다란 대저택에 전화기를 붙여놓는다고 그 저택을 전화기로 부르는 것이 아닌 것처럼 스마트폰이란 결국 들고다니는 컴퓨터다. 전화기능이 있을 뿐이다. 또한 스마트폰이란 훌룡한 사진기이기도 하다. 무선전화기가 이전에도 있었지만 스마트폰이 우리의 생활을 바꾼 이유는 사진 기능이 훨씬 더 좋아졌고 대화면과 통신기능을 통해 여러가지 데이터를 길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SNS에 최적화된 기계였고 들고 다니면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기계였으며 내 개인 자료와 정보를 모두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작은 컴퓨터였다.
우리가 전기차를 단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는 탈 것으로 파악한다면 그건 아주 시시한 일이 된다. 컴퓨터로 인터넷 서핑을 하던 시대 이전과 이후만큼, 스마트 폰을 들고 다니기 이전과 이후만큼 전기차를 타는 것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 가? 전기차가 단지 그저 조금 더 좋은 자동차에 불과하다면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을 수는 있지만 세상을 바꾼다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전기차는 그냥 차가 아니다. 그래서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전기차는 스마트카가 되어야 한다. 아이언맨의 슈트처럼 입는 로봇이 되어야 한다.
뒤돌아 보면 우리의 생활이 바뀌는 방향은 일관성이 있다. 그건 스마트화라고 말해지는 방향이다. 이제 우리는 사물인터넷(IoT)을 이야기 한다. 우리 주변의 것들은 이제 점점 자동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숨겨지고 있다. 스마트 홈이란 뭔가? 그 핵심적 개념은 인간이 수동적으로 집의 여러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집 자체가 마치 인간에게 반응하는 생물처럼 알아서 반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난 7시에 귀가 한다고 집에 말하면 집이 알아서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미리 하기 시작하는 것이 스마트 홈인 것이다.
수없이 많은 작은 센서들이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에 자동으로 반응하면서 지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우리가 만들어 가고 있는 미래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도 다 이런 연장선상에 있고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증강현실이라는 주제도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네비를 터치하고 짜장면이라고 말하면 근처의 짜장면집들을 검색하고 거기까지 가는 길을 보여주는 기술은 이제 일상적인 것이지만 30년전이라면 공상과학에나 나올 기술이다.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나는 그걸 들고 화장실에 갔었다. 변기위에 앉거나 욕조에서 목욕하면서 아이패드로 기사를 읽을 때 나는 새삼 미래가 왔음을 실감했었다. 요즘도 스마트폰을 들고 산중에 앉아서 유튜브 방송을 보거나 클라우드 하드에 있는 내 자료를 볼 때면 거기가 내 집인지 아니면 산중인지 구분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산속에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하드디스크안의 내 자료를 보고 있다. 이렇게 스마트한 기능과 공간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이런 발달의 궁극에 가면 언젠가는 우리 주변의 모든 공간이 보이지 않는 기계들로 채워지고 그것들이 인간의 거의 모든 희망을 다 들어주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손만 들면 평지에 저절로 집이 생기는 마술도 가능할 수 있다.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이유는 그런 기계들이 우리에게 매우 편리한 가상 스마트 공간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그 가상공간안에서는 지인들과 연락도 쉽고 게임도 하고 뉴스도 잘 보게 된다. 물건을 검색하고 주문도 한다. 물건이나 주식을 사고 팔기도 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더하여 더욱 더 좋은 것은 그 공간이 하루가 다르게 기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할때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한 공간의 한가지 예는 한국의 PC방이다. 편안한 의자와 좋은 헤드폰이 있고 PC에서 밥이나 음료도 주문할 수 있다. 그곳은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뮤직비디오를 보기도 하며 과제를 하기도 하고 물론 게임도 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더 편안하고 스마트한 공간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스크린을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아예 가상현실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손짓으로 집을 짓는 것은 가상현실에는 이미 미래가 아니다. 우리가 전기차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 전기차가 달린다는 사실 보다도 그 전기차가 아주 스마트한 공간이 될 거라는 것, 즉 전기차는 매우 많은 센서가 달린 컴퓨터나 달리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
물론 전기차가 달린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전기차는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받아서 인간이 전혀 손을 댈 필요가 없거나 전보다 훨씬 덜 고생하고 운전할 수 있다. 지금도 서울에서 부산에 갈 때 고속도로에서는 자율주행기술을 써서 훨씬 덜 피곤하게 운전할 수 있다. 미국처럼 백킬로 운전하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닌 곳에서는 이런 기술은 더욱 더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이미 거대한 배터리를 가지고 많은 센서와 컴퓨터를 가지게 될 물건이다. 그리고 내연기관차보다 내부 공간도 더 넓다. 전기차는 거대한 배터리를 가진 덕분에 어디서나 온도 조절이 되는 집같은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 방전될까봐 덜덜거리는 엔진을 돌릴 필요도 없고, 가지고 있는 가전 제품을 마음껏 써도 된다. 스마트 홈의 문제중 하나가 모든 사물을 전기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사람들은 화분이며 창문이며 화분따위를 집에서 전기에 연결하기 귀찮아한다. 하지만 차라면 그 안의 것들은 제작단계에서 미리 전원에 연결해 둘 수 있다. 전기차가 차박을 하는 데 있어서 아주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는 사실은 이래서 중요하다. 전기차는 작은 집이다. 해변에 가서 세워놓고 그 안에 있으면 그것은 진정으로 움직이는 오피스 일 수 있다. 우리가 집이나 사무실을 스마트 공간으로 만드는 것보다 이동이 가능하고 어차피 필요해서 비싼 값을 주고 사야 하는 전기차의 내부를 스마트한 공간으로 만드는 쪽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전기차가 궁극의 스마트 공간이 된다면 그 스마트 공간은 나를 물리적으로도 다른 공간으로 데려다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LG는 이미 투명한 디스플레이 같은 것을 보여준바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창이 모두 디스플레이가 된다면 어떨까. 주차시키고 나면 그 창으로 우리는 화상통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마치 내 친구가 차 옆에 있는 것처럼 세상과 연결할 수 있다. 지금도 차량 시트가 전동으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명령 한마디로 차안이 응접실처럼 변할 수 있다면 어떨까? 자동차안에 탁자가 생기고 편안하게 발을 뻣을 공간이 생기며 음악이 흐르는 공간으로 변하는 것이다. 홀로그램 기술이나 3D 스캐닝 기술을 전기차에 더하면 그 공간은 어떻게 될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스마트 기능은 많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전기차가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산꼭대기의 주차장이나 어느 한적한 해변에서도 작동할 것이다.
스마트폰의 킬러앱들은 클라우드 하드서비스(드록박스), SNS(트위터, 페이스북)와 메신저 프로그램(카톡), 멀티미디어(음악,유튜브)따위였다. 전기차가 더 스마트해질 수록 전기차에도 킬러앱이 등장할 것이다. 물론 테슬라는 이미 이런 일을 준비하고 있다. 게임을 깔아준다던가 재미있는 소리를 내게 하는 기능들은 이런 미래를 준비하는 사전단계다. 이런 스마트화쪽으로의 준비가 미흡하면 전기차는 앱없는 스마트폰처럼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킬러 앱이 등장하면 갑자기 내연기관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고다니는 사람들 중의 피춰폰 사용자가 될 것이다. 지금도 테슬라를 타는 사람은 이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없는 내연차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행기능도 업데이트로 크게 향상된다니까 말이다.
스마트폰이 비싸다는 것에는 지적할 만한 한가지 사실이 있다. 통신이 충분히 빠르고 보안문제가 없다면 사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지금보다 훨씬 쌀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는 원거리의 컴퓨터가 가지고 있고 송수신만 하는 단말기만 들고 다니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 저장공간이 크고, 내 CPU가 빠를 필요가 없으니 보다 싼 폰을 만들 수 있다. 옛날 유닉스 시스템의 단말기나 크롬북같은 것이 이런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 자료를 자기가 직접 가지고, 자기 기계가 앱을 돌리는 것을 선호했다. 통신이 안되는 경우가 걱정일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되면 중앙서버가 모든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의 문제도 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나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나를 도울 것이다. 즉 나는 사용함으로써 나의 인공지능을 훈련시키게 된다. 그런데 나에 대한 자료를 모두 구글이나 애플이 가져가는 것을 언제까지 허용해야 할까. 더 똑똑한 인공지능을 사용하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할 때 우리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인가? 결국 우리는 기본적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앱을 우리 컴퓨터에 설치하고 그걸 다시 내 자료를 가지고 보강해서 훈련시키는 것을 원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말하는 스마트 공간은 단순히 통신으로 싸게 사용하게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강력한 스마트기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스마트 네트웍이 아니라 개인용으로 만든 스마트 네트웍이다. 이것은 마치 드롭박스와 개인적으로 구축한 nas의 차이같다.
그 스마트네트웍의 중심이 전기차일까? 아닐 수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충분할 수도 있고, 가정마다 서버컴퓨터를 하나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전기차가 그 스마트 세상의 중심이 될 가능성은 크다. 지금으로서는 물론 이것은 애매한 추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기차가 세상을 스마트폰 이상으로 바꾼다면 그것은 전기차가 스마트 공간으로 발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공간은 마치 입거나 타는 스마트폰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공간을 사랑하게 된다. 왜냐면 스마트폰없이 심심해 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대해 그렇게 느끼는 것처럼 그 스마트 공간이 우리와 잘 결합하기 때문이다.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는 신체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공간이 된 전기차는 그 말을 더욱 실감나게 만드는 물건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음식 인테리어 쇼핑 > 아이패드, IT,자동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래의 자동차는 더 좋은 자동차가 아니다. (0) | 2021.01.23 |
---|---|
테슬라의 속사정 (0) | 2021.01.07 |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왜 세계를 바꿀까? (0) | 2020.07.03 |
전기차와 주택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 (0) | 2020.06.28 |
삼성 갤럭시 폴드에 대한 단상 (리뷰나 사용기가 아님) (0) | 2019.09.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