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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자동차는 더 좋은 자동차가 아니다.

by 격암(강국진) 2021. 1. 23.

문자기능도 없는 유선전화기를 쓰던 사람들에게 미래의 사람들은 하루 종일 무선 전화기를 들고 산다고 하면 그들은 뭐라고 할까? 그들은 아마 이해가 안될 것이다. 전화기를 하루 종일 왜 쓸까? 그렇게 통화할 일이 많다는 말인가? 이것은 스마트폰을 전화기로 여기기때문에 생기는 착각이다. 스마트폰은 전화기능이 있는 컴퓨터이며 스마트폰에게 있어서 전화기능이란 '전화도 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때문에 스마트폰 선전을 하면서 또렷한 통화음을 자랑하는 회사는 없다. 그보다는 넓은 화면과 좋은 스피커 그리고 긴배터리, 좋은 카메라, 빠른 계산처리능력을 자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자동차의 미래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이 점은 핵심적이다. 우리는 지금의 자동차를 생각하면서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미래의 차를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과거의 유선전화기를 생각하면서 그 유선전화기가 아주 좋아진 것이 미래의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통화기능만 보면 스마트폰과 유선전화기는 별로 차이가 없다. 더 좋아질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평생 주유가 필요없는 차나 시내를 시속 이백킬로로 달리는 자동차 혹은 고속도로를 시속 천킬로로 달리는 자동차는 나오려면 아주 오래 걸리거나 앞으로도 영영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대중화되는 것이 미래라는 것도 착각이다. 그런 기술이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여러모로 그런 차들은 효율성이 떨어져서 대중화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만 생각해 보자. 지금 한국에는 2천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있다. 2천만대의 자동차가 지금의 자동차보다 빠른 속력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미래를 상상해 보라. 아마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어서 우리는 온갖 법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하늘을 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이동 방법이 아니다. 백년전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21세기인 지금도 많은 경우 제일 좋은 이동방법은 걷는 것이다.  

 

물론 달리는 기능도 중요하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달리는 기능을 추격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목표는 달성되었다. 이제 5백킬로를 스포츠카처럼 달리며 냉난방에 걱정없는 전기차는 이미 존재한다. 그것도 소량생산이 아니라 대중적인 형태로 말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미래의 자동차가 달리는 차가 아니라 '달리기도 하는 자동차'라는 것 즉 달리는 기능 이외의 것이 미래차의 핵심이라는 것이 더 중요해 졌다. 지금의 스마트폰이 그렇듯 미래에는 자동차 선전을 하면서 가속력이 좋다거나 몇백킬로를 갈 수 있다같은 말은 점점 더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건 기본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내연기관차의 선전에도 그런 분야의 수치가 나오지 않게 된 것은 오래되었다. 

 

미래차의 핵심이 달리는 기능이 아니라면 그럼 뭘까? 그것은 거주/사무/오락 공간으로서의 스마트 기능이다. 사실 내연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면서 이것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전기차는 내연자동차에 비해 큰 배터리를 가지고 엔진 진동이 없으며 더 큰 내부공간을 가진다. 엔진도 구동축도 없기 때문에 전기차에서 내부 공간이 더 커지는 것이다. 즉 내부공간도 커졌을 뿐만 아니라 매연도 엔진 소음도 없이 에어컨이나 난방을 하고 얼마든지 전기를 쓸 수 있는 차가 전기차다. 

 

우리는 본인이 그다지 차박에 관심이 없어도 전기차가 차박에 훨씬 유리하다같은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차박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동차의 실내공간이 전보다 훨씬 더 머물기 쾌적한 곳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삐삐와 문자기능으로 시작된 변화가 오늘날의 스마트폰 문화를 만든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자동차문화에서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앞으로 자동차의 실내공간은 더더욱 커질 것이다. 이에 관련해서는 SBW(steer by wire)기능이나 인휠모터기술 같은 것이 개발되어 있다. 2021년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는 만도 SBW는 운전대가 기계적으로 차와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운전대를 정차했을 때는 접어서 치울 수가 있으며 이는 자동차의 내부공간을 더 넓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인휠모터는 모터가 바퀴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차에서 달리는 기능에 해당하는 부품이 들어가는 부분이 더욱 더 작아지고 어떤 모양의 차라도 만들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네 바퀴가 따로 돌기 때문에 지금의 자동차가 보이는 주행과는 완전히 다른 주행이나 주차가 가능하게 된다. 

 

 

 

 

전기차가 가전제품이며 그 실내가 중요해지면 우리는 전자제품을 만들던 삼성이나 LG가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상상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스마트폰을 생각해 보라. 거기서 통화부분은 정말 작다. 전기차의 미래에서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그들이 맡을 부분은 아주 작을 수 있다. 배터리는 배터리 회사가 만들고 모터는 모터 회사가 만들고 내부에 들어간 전자장비는 전자제품회사가 만들며 그 내부를 통제할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회사가 만든다면 자동차 회사는 그저 뼈대나 좀 만드는 것 밖에는 남지 않는다. 

 

삼성은 2021 CES에서 디지털 콕핏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LG도 일찌기 컨셉트카 내부를 발표한 적이 있다. 

 

 

물론 모든 오피스나 모든 방의 구조는 동일하지 않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내부 구조를 바꾸기도 한다. 이제까지는 차에서는 이런 가능성이 별로 의미가 없었는데 2018년에 벤츠는 컨셉으로 차의 상부만 바꾸는 차를 발표했다. 이 컨셉차는 그래서 밴으로 쓰다가 세단으로 차를 바꾸는 그런 일이 가능한데 이는 전기차의 구동부분인 아래판만 놔둔채 윗판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에 나오는 현대차도 기본 스케이드보드 아랫판은 기아차와 똑같다. 윗부분만 다르게 해서 새로운 차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많은 것이 선으로 연결되면 그만인 미래의 전기차는 윗판을 교체한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자동차를 쓰다가 3-4년 쓰다가 윗판만 통째로 간다던가 자동차의 컴퓨터만 교체한다던가 하는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것도 벌써 몇년전에 나온 컨셉이지만 여행하는 호텔방 사진을 올려두고 끝을 내자. 이것은 호텔방에 바퀴가 달려서 움직인다는 개념으로 2018년에는 혁신상을 받기도 한 것이다. 이방은 여행을 한끝에 주차타워같은 건물에 주차를 한다. 그러면 그 자체가 다시 호텔이 된다는 개념이다. 누가 알겠는가. 10년쯤 뒤에는 이것이 호텔이 아니라 흔한 원룸의 구조로 젊은 사람들은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이 많게 될지.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들여다 보는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우리는 가까운 장래에 하루 종일 자기 차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에서 그런 것처럼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그 미래의 차에서는 그게 이상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미래의 차는 지금의 차보다 좋은 차다. 하지만 자동차의 기능이 달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이런 건 차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건 그냥 거주공간이나 사무실에 달리는 기능을 첨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의 차는 더 좋은 차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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