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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모델y를 예약했다

by 격암(강국진) 2021. 3. 3.

물건을 사는 것은 소비인 동시에 짐을 떠맡는 것같은 면도 있다. 그래서 나는 집이든 컴퓨터든 물건을 늘리는 것을 무조건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몇년전부터 전기차가 세상을 바꿀 것을 믿고 관심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2017년에 나는 내 다음차가 전기차가 될 이유라는 글을 쓰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 글을 쓴지 4년이 조금 안되서 드디어 전기차를 예약하게 된 것이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결국 개인적인 관심사가 나를 이런 결정을 하게 했을 것이다. 

 

당시에 내가 전기차로 차를 바꾸게 될 이유로 꼽은 것은 세가지가 있었다. 

 

1. 연료비가 싸다.

2. 차의 성능이 뛰어나다.

3. 전기차가 얼마지나지 않아 대세가 될 것이다.

 

 

나의 생각은 4년동안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의 생각은 지금 돌아봐도 옳다고 생각한다. 전기충전비가 좀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휘발유차에 비하면 싸고 전기차의 성능은 뛰어나며 전기차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전기차를 아직은 길에서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전기차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은 한편으로 과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전기차보급의 영향은 이미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이미 차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차를 중고차로 팔려고 하면 생각보다 차값이 높지 않아서 실망할지 모른다. 왜냐면 전기차가 이미 대세라는 것을 사람들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길에서 대부분이 내연기관차이며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가 더 많이 팔리지만 5년쯤 뒤에는 어떨까?  얼마전에 나온 아이오닉 5는 예약첫날에 2만 4천대가 팔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연기관차를 사는 것에 대해 생각이 복잡해 지지 않을 수가 없다. 차는 짧아도 5년은 타고 요즘 차는 10년을 훨씬 넘게 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가혹하게 타지 않는다면 20년도 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반대 질문을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왜 전기차를 사는가가 아니라 왜 아직도 전기차를 사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짧지만 아주 중요하고 큰 이유는 물론 돈이다. 내가 차를 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부자였다면 나는 궁금증때문에라도 몇년전에 전기차를 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부자가 아니므로 차에 대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지금 나오는 차들 중에 내 희망을 만족시켜줄 차가 있는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전기차는 사실 여전히 좀 비싼 물건이다. 게다가 지금 타고 있는 차도 문제가 없었기에 차를 바꾸기가 일렀고 전기차의 품질이 안정화되기를 기다릴 필요도 있었다. 언제나 초기모델은 아쉬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모델 y가 한국에서 출시되자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예약을 한 것이다.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는 덕분에 모델 y는 여러모로 더 만족스럽다. 풍절음을 막는 유리라던가 히트펌프로 겨울철 주행거리를 길게 한다던가 하는 품질향상이 있었던 것이다.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그렇다. 나는 OTA 즉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된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전기차는 지금 이순간에도 아주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서 자동차라는 것이 뭘 하기 위한 물건인지가 빠르게 바뀔 가능성은 아주 크다. 즉 문화적 변화다. 이는 2g폰을 쓰다가 스마트폰을 쓰는 것으로 바뀔 때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세상은 해마다 빠르게 변했지만 그나마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있기에 스마트폰은 괜찮았다. 그런데 핸드폰보다 훨씬 더 길게 탈 자동차가 업그레이드가 안된다면 5년뒤에 그 차의 가치는 상상이상으로 떨어질 수 있다. 

 

나는 전기차를 달리는 용도 이상으로 그 내부에 머물기 위한 공간으로 본다. 그러니까 내게 있어서 전기차를 사는 것은 우리 집에 특별한 방한칸을 늘리는 것과 같은 의미도 있다. 달리는 기능이 안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전기차 특유의 빠른 가속력과 발전된 운전보조시스템이 장거리 운전을 편한 것으로 만들어 주기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내가 사는 전주에는 고속도로가 아니라도 시외곽의 도로는 차가 별로 없으므로 장거리 운전이 편해지고 연료비가 더 싸지면 차를 운전하러 나가기 훨씬 가벼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고창앞바다라던가 지리산정도는 훨씬 가볍게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별로 어렵지는 않지만 나는 그것이 더 한층 쉬워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차를 실제로 사용해 봐야 그 정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니 실제로 써보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다시말해 나는 사무실이나 호텔같은 느낌을 주는 차가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의 SUV 인기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바깥은 작고 안은 큰 차를 추구했다. 그 차의 외관이 아무래도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그 차안의 공간활용도였다. 예를 들어 나는 일전에 지인이 모는 렉서스를 잠깐 몰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 차는 내차보다 비싼 차지만 창문이 작고 실내공간이 작아서 바깥을 살피기도 어려웠고 차안도 답답했다. 갇힌 느낌이랄까.  

 

 

물론 일본에서 타고다니다가 가져온 freed와 비교하면 여전히 창문이 작지만 모델y는 높은 개방감을 가진 차이므로 우선은 그 점이 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내연차와 전기차는 본질적인 큰 차이가 하나 있다. 그것은 전기차는 정차해 있으면 엔진음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에어컨이나 난방을 틀어도 말이다. 

 

내가 전기차를 하나의 새로운 방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그걸 몰고 나가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면 그것이 그대로 내 방처럼 되기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물론 차박도 하면 좋을 것이고 그렇게도 쓰겠지만 차박까지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렇다. 근처의 저수지나 해변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그냥 그대로 캠핑을 오거나 사무실을 옮긴 기분이 들지 않을까? 전기 걱정이 없으니 노트북컴퓨터건 라디오건 에어컨이건 계속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너무 더운 혹서기에는 집에서 에어컨 틀고 자느니 전기차에서 에어컨 틀고 자는 것이 훨씬 에너지 절약이 되고 쾌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차는 집보다 작고 차는 누진세를 지불하지 않는다. 

 

나의 관점에서 보면 모델 3는 좀 너무 작게 느껴졌다. 물론 모델 s나 X는 성능이전에 가격이 너무 올라가고 말이다. 새로나온 현대의 아이오닉 5는 가성비로 보면 그렇게 나쁘게 느껴지지 않지만 솔직히 아직 믿음이 그리 가지 않는다. 코나 EV 사건 문제가 아니라도 현대가 전기차를 만들어 온 역사가 너무 짧다. 그렇다고 가격이 말도 안되게 싼 것도 아니다. 한국차 특유의 옵션 가격 더하기를 하면 모델 y는 몰라도 모델 3와는 가격차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모델 3는 더 장거리를 갈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모델y가 선택되었다. 스마트 폰이나 아이패드같은 스마트 기기는 우리 생활을 많이 바꿨다. 전기차도 그럴까? 나는 이것이 궁금하다. 그러니 차를 사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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