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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y에 대한 근황과 이모저모

by 격암(강국진) 2021. 4. 28.

지난 2월에 전기차를 사기로 결정하고 테슬라 모델 y를 주문했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에 4월 27일 오늘부터 주문예약자들에게 인수를 받으라는 전화가 돌려지고 있다. 테슬라에 주문하는 것은 마치 인터넷에서 모자를 하나 사는 것처럼 쉽다. 홈페이지에 가서 회원가입을 하고 차를 한대 계약하겠다고 클릭 몇번하면 그만이다. 예약금은 백만원을 내야하는데 이 백만원은 예약을 취소하면 100% 다시 돌려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테슬라 주문자들이 차를 몇대나 예약해 놓은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모델 3퍼포먼스와 모델 y 롱레인지를 모두 주문하고 고민은 나중에 하기로 하는 것이다. 취소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그렇지만 전기차라는 것은 대개 생산이 부족하여 주문을 한다고 바로 물건이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 아이오닉 5도 사전예약은 3만5천대이상을 받았다고 하지만 언제 나올지 모를정도로 생산이 늦어지고 있고 기아의 EV6는 아예 내년이나 물건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들었다. 테슬라는 몇대나 주문을 받았는지 발표하지 않지만 기다려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테슬라차는 미국에서 이미 팔고 있지만 물량이 딸리기 때문이다.  생산이 수요를 쫒아가지 못한다. 이때문에 테슬라 자동차를 주문한 사람들 중에는 물량이나 보조금문제로 이미 팔기시작한지 오래된 모델3를 주문한 경우에도 차를 주문하고 물건을 받을 때까지 1년을 넘게 기다린 사람이 아주 많다. 사이버트럭같은 것을 예약한 사람은 아예 기약도 없다. 

 

말한 것처럼 문제가 이렇게 흘러가는 이유중 하나는 전기차 보조금 때문이다. 언제 어떤 전기차 모델이 크게 인기를 누릴지 모른다는 점과 한국 사람의 진취성이 과소평가되어진 점 때문에 전기차 보조금 대란이 일어날 조짐이 강하다. 정부보조금과 지역보조금을 합쳐서 전기차 보조금은 약 1천5백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이 금액은 정확한 것은 아니다. 지역보조금은 지역에 따라 좀 달라서 금액이 달라지고 올해부터는 6천만원이 넘는 차의 경우에는 이 보조금이 절반으로 삭감되며 9천만원 이상의 차는 아예 보조금이 없다. 보조금을 천구백만원 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6천만원짜리 차가 4천백만원이 되는 것이다. 

 

나도 이번에 알게 된 것이지만 지역보조금을 포기한다고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보조금이 소진되면 정부보조금도 받을 수 없다. 그걸 아주 잘 보여주는 곳이 불행하게도 내가 사는 전주다. 전주에서 개인이 전기차를 사서 지역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댓수는 겨우 100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 보조금은 선착순으로 주는 것인데 접수를 시작한지 불과 2주도 안되어 이 백대가 모두 사라졌다. 전주는 이미 보조금 대란이다. 보조금을 받지 않고 전기차를 사는 사람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는 7만5천대의 보급목표를 가지고 보조금 예산을 마련했지만 지자체는 4만5천대분의 예산을 준비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그나마 이것도 지자체를 다 합한 것이어서 지자체를 각각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서울은 4월 26일현재 5067대 중에서 96%가 이미 지원을 마쳤다. 부산도 66%가 지원서를 냈다. 아래에 쓰겠지만 테슬라가 앞으로 몇달안에 차를 아주 대량으로 팔 예정이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추경없이는 보조금 대란이 곧 올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아직 지역보조금이 남아있는 곳에 있는 가족의 명의로 차를 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물론 이것도 누구에게나 가능한 방법은 아닐 것이고 편법이다. 

 

일본은 가까운 중국에서 차를 받지만 한국의 테슬라 자동차는 한미 FTA 탓으로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가져온다. 그래서 차량판매가 꾸준한 것이 아니다. 배가 한척 들어오면 몇천대의 자동차가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게 된다. 최근 미국에서 두 대의 배가 들어왔고 이때문에 테슬라에서 예약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바쁘게 돌리고 있다. 이 모델 y는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 y가 해외로 수출되는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나는 테슬라의 모델 3와 모델 y가 한국에서 아이폰이 했던 일을 하게 될 거라고 믿는 사람중의 하나다. 애국심 운운하면서 현대차를 밀어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애국이 아니다. 이건 소고기나 쌀같은 재래적인 소비재가 아니다. 전기차는 엄청 빠르게 미래로 달리고 있다. 그런데 재벌들은 보수적이다. 경쟁이 없으면 그냥 옛날 모델로 적당히 돈을 벌려고 한다. 만약 아이폰을 계속 막았으면 삼성 스마트폰의 신화는 없었을 것이다. 그게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애국인가? 소비자인 한국인들은 물론 심지어 한국기업에게도 나쁘다. 

 

하나의 상품이 팔리는 것에는 여러 요소가 작동하기 때문에 테슬라가 무조건 경쟁에서 승리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 봐도 지금으로서는 테슬라는 현대를 포함한 다른 많은 회사를 많이 앞질러 가고 있다. 만약 테슬라가 한국차였다면 한국인들은 테슬라 이외의 전기차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선도주자고 현대가 늦은 후발주자다. 그런데 후발주자가 거드름에 게으름까지 피워서야 희망이 없다. 

 

현기차는 아이오닉 5를 비교적 높은 값에 내놓았다. 특유의 옵션 가격 따로 더하기를 하면 즉 광고에 나오는 바로 그 차를 타고 싶다면 테슬라 가격과 그리 차이도 없다. 그런데 그 주행거리가 4백킬로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노조와 협상때문에 생산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나는 섯불리 책임을 노조에 떠밀고 싶지는 않지만 노조도 물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세계는 그런 걸 봐주지 않는다. 현대 경영진이 책임이 있건 노조가 책임이 있건 싸고 좋은 차를 내놓지 않으면 현기차는 전기차 경쟁에서 패배할 것이다. 이미 테슬라와는 5년이상 차이가 난다는 평가를 받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현대는 도와주는게 아니라 때려야 한다. 여전히 한가롭게 비싼 사옥이나 짓고 있는 회사다. 

 

현대차는 테슬라를 이기는게 하나도 없다. 아이오닉 5가 자랑하는 것이 몇가지 있다. 승차감이 더 좋고 220v전기를 쓸 수 있으며 차의 실내공간이 좋다. 충전속도가 더 빠르다. 이런 장점들은 주관성이 개입하는 것이라 그 평가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알고 보면 별로 믿을 만한 평가는 아니다. 

 

승차감은 얼마나 좋아야 할까? 이 승차감의 차이가 주행거리가 100킬로나 짧은 것을 보상해 줄 수 있는가? 게다가 주행거리도 짧은데 거기서 전기를 뽑아쓰면 주행거리가 더 짧아질 것이 아닌가. 빠른 충전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헛소리다. 테슬라의 슈퍼차저 장소가 현대차 고속충전소보다 훨씬 더 많다. 이 분야에서도 현대차는 정부나 다른 기업이 전기차 환경을 만들어 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e-pit인가 하는 고속도로 충전소도 그렇게 많지 않고 그렇게 빠르지 않다. 

 

테슬라 자동차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 자동차의 디자인은 어떻게 보면 천편일률적이다. 그래서 현대가 차의 내부공간에 더 많은 강조를 했을 때 많은 기대를 했지만 결과물은 실망스러웠다. 아이오닉 5는 테슬라를 이기기는 커녕 테슬라에 도달도 못했다. 혁신의 예를 들어 보자. 차량의 뒷편이 길어지는 차는 어떤가? 요즘 차박이 인기인데 내부공간 고민이 없어지는 차를 만드는 것이다. 엄청나게 늘어날 필요도 없다. 주차한 상태에서 차량 뒤쪽에 50cm 아니 30cm만 더 공간을 쉽게 만들 수 있어도 차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인 차이일 것이다. 이정도는 되야 테슬라도 놓친 것을 우리가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이정도는 되야 차가 단지 달리는 기계가 아니라 그 안의 공간을 활용하는 기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오닉5의 실내공간을 보면 아이오닉 5는 여전히 그저 달리는 자동차다. 아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로보트이며 집이다. 대부분의 집의 거실에 가면 뭐가 있는가? 소파와 큰 티비다. 테슬라는 자율운전의 편의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지우고 큰 화면을 하나 중앙에 두고 있다. 그런데 현기차는 여전히 물리적 버튼이 남발되고 자잘한 화면으로 앞면을 채운다. 테슬라의 실내가 거실이라면 현기차의 전기차 실내는 여전히 조종석이다. 어찌보면 멋지지만 어찌보면 정신사납다. 화면을 끄면 심지어 에어컨 바람 나오는 곳도 안보이는 테슬라와 극명히 다르다. 

 

게다가 어떻게 앞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을지가 제한되어 있다. 넓은 공간이 남아있고 화면에서 터치로 조종하는 테슬라는 뭔가를 더 꾸미거나 뺄 수 있고 소프트웨어적으로 다른 방식을 꿈꿀 수 있다. 현대차는 이미 물리적 버튼들과 작은 화면들로 공간을 채워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밖에는 쓸 수가 없다. 요즘 처럼 빠르게 변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이런 식이면 1년후면 구형모델처럼 보일 것이다. 

 

언제가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인지는 말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올해는 전기차로 큰 변화가 오는 것을 느끼는 첫해가 될 법하다. 이미 전기차가 길에서 좀 보이는데 6개월후쯤이면 이제 전기차를 사방에서 보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 문화라는 것이 있다면 전기차 문화가 시동을 거는 해랄까. 나도 한국이 이 분야에서 잘 나가면 좋겠다. 하지만 현기차가 워낙 믿음직하지가 않다. 차라리 LG가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거나 삼성이 그렇게 하거나 아니면 한국형 머스크가 나와서 차를 좀 만들어 줬으면 싶다. 후발주자는 혁신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현기차는 혁신성이 너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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