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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모델y 첫 경험기

by 격암(강국진) 2021. 5. 27.

오늘은 테슬라의 모델 y 롱레인지 모델을 출고받아서 김포에서 전주까지 운전해서 내려왔다. 테슬라 차량을 처음 운전한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그것에 대한 감상을 적어둘까 한다. 

 

 

나는 처음에는 회생제동을 하는 원페달 운전이 어려우며 이것때문에 멀미를 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에 잔뜩 걱정을 하면서 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건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차를 몰기 시작한지 반시간이 안되어 회생제동따위는 얼마든지 쉽게 적응가능하며 테슬라에 대해 말할 때 핵심적인 주제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승차감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를 타 본 첫날의 내 인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차는 본래 사람이 운전하라고 만든 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 운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운전하는 것 이상으로 이 차는 자율운전내지 반자율운전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반자율운전 기능인 오토파일럿 같은 것을 적절히 쓰지 않으면 오히려 기존의 차보다 더 불편한 차가 될 수도 있다. 말이 끌지 않는 내연기관차를 타면서 엔진을 돌리지 않으면 말이 모는 마차보다 못한 것처럼 말이다. 이 주제에 비하면 회생제동이 불편한가 혹은 원페달 드라이빙이 정말 혁신인가같은 문제는 사소하다. 그건 많은 부분이 이 차가 인간 이상으로 인공지능 혹은 소프트웨어를 위한 차라는 사실에서 파생된 문제다. 

 

 

테슬라에 앉으면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은 기존의 차는 온갖 버튼과 구멍이 운전사 주변으로 펼쳐져 있는데 테슬라차는 그저 모니터 하나 덩그라니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테슬라의 자동차는 자율운전을 목표로 하며 자동차 내부의 공간은 단순히 운전사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자동차 내부공간은 인간을 위한 거실같은 곳이다. 자기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테슬라 자동차는 그냥 가정용집의 거실같은 모양이다. 간단하게 티비 한대가 앞에 있다.

 

사실 이게 무조건 좋은게 아니다. 여러 버튼과 레버가 있으면 운전사는 운전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비행기의 조종석이나 이제까지의 자동차 조종석이 그렇게 복잡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가 오니까 와이퍼를 켜고 싶은 사람에게 이제까지의 차는 보통 레버하나를 당기면 와이퍼가 작동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에 비하면 모니터위에서 와이퍼 버튼을 찾고 그것을 눌러서 와이퍼를 조정하는 것은 비직관적이고 사실 복잡하다. 라디오를 틀려면 그냥 물리적 라디오 버튼을 누르는 쪽이 더 빠르다. 이것 역시 모니터의 음악 버튼을 누르고 라디오를 찾아들어가는 것보다 더 직관적이다. 대개의 내연기관차라면 렌트를 해도 바로 차를 탈 수 있지만 테슬라의 자동차는 훨씬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그런데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못할 것은 없지만 굳이 기존의 관행과 상식을 버리고 새 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뭘까? 이 차의 진정한 주인 내지 이 차의 진정한 조종사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차의 물리적 제약을 좋아하지 않는다. 테슬라의 경우는 소프트웨어를 바꾸면 자동차의 조종방식을 차를 출고한 이후에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물리 버튼들을 만들면 이제 조종방식은 차를 물리적으로 개조해야 바꿀 수 있다. 어떤 의미로 테슬라의 자동차는 인간의 편함을 소프트웨어를 위해 어느 정도 희생한 것이다. 어떤 의미로 테슬라의 자동차는 인간이 차를 운전하는 소프트웨어를 방해하기 어렵도록 인간과 차가 상호작용하는 창구를 줄이고 일원화한 것이다. 

 

이 희생은 물론 보답이 있다. 첫째로 소프트웨어의 개선이 보다 단순하고 이 개선으로 인해 이미 구매한 차가 점점 더 좋아질 수 있다. 둘째로 소프트웨어가 인간대신에 운전해 준다. 인간은 이제 차를 운전하는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게 봉사받으면서 차안의 공간을 즐기면 된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내가 수많은 반자율운전차량을 다 경험해 본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대신 그렇게 해본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독보적으로 우수하다고 증언하고 있고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반자율운전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가 하는 것이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확실히 완전자율운전은 아니지만 인간에게서 조종간을 빼앗아 갈만한 능력을 갖췄다. 만약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이 이상의 것을 만든다면 그 뜻은 이제 보편적으로 인간이 운전하는 시대는 끝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때리면 안된다. 오토파일럿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완전자율주행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오토파일럿은 분명하게 인간과 기계가 협동해서 차를 운전하는 시대를 열었다. 이미 테슬라 차는 인간이 온전히 운전하는 차가 아니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인간이 기계와 협동해서 운전하게 하고 나는 불과 몇시간의 운전후에 운전하기가 싫어졌으며 운전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FSD 옵션은 천만원이나 하는데도 테슬라 구매자들 중에는 FSD 옵션을 사서 반자율운전 수준을 높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새 차를 받아서 몇십킬로정도 운전해주면 모델y는 이제 오토파일럿을 할 수 있다는 사인을 보낸다. 모델 y는 사각이 없는 눈을 가지고 있으며 피로하지 않고 속도를 미세조정할 수 있다. 게다가 제로백 5초의 파워도 오토파일럿의 운전능력에 도움이 된다. 이건 인간이 운전을 해도 마찬가지인데 이 파워는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길에 다니는 대부분의 차량을 거의 정지한 거나 마찬가지로 보이게 만들기 때문에 끼어들기가 훨씬 쉬워진다. 

 

오토파일럿이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옆에 앉은 아내는 역시 자신의 의심이 맞지 않냐고 의기양양하게 지적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내가 운전하는 차는 차선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옆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토파일럿이 운전하는 차는 훨씬 더 차선의 중앙으로 안정적으로 운전한다. 물론 앞에 차만 없다면 특정속도를 정확히 유지하기 때문에 가속 감속으로 흔들리는 일도 없다. 오직 인간이 모는 차가 차선을 침범하기 시작했을 때만 오토파일럿은 약간의 회피운전을 한다. 

 

인간으로써 약간 변명하자면 운전자는 애초에 자동차의 중앙이 아니라 한편에 앉아서 운전하면서 자동차의 크기를 상상해서 중앙을 맞춘다. 게다가 계속 해서 정확히 차선의 중앙을 달리려는 노력은 운전을 훨씬 더 피곤하게 만든다. 따라서 솔직히 말하면 사고가 나지 않는 선에서 나는 대충운전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피곤해 지니까. 

 

오토파일럿은 정말 믿음직하다. 그래서 오토파일럿이 운전하는 걸 보다보면 점점 내가 개입하기가 싫어졌다. 나는 점점 더 소프트웨어에게 운전을 맡기는 나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FSD가 아닌 오토파일럿은 추월기능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차선을 그냥 유지한다. 그래서 내 앞에 느리게 가는 차가 있으면 그냥 그뒤를 따라가게 된다. 그럴 때 옆차선이 한가하면 나는 오토파일럿을 해제하고 차선을 바꾼 후 다시 오토파일럿을 개시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자꾸 차선변경을 하기가 싫어졌다. 차라리 좀 천천히 가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오토파일럿에게 운전하게 하는 쪽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앞차가 옆으로 비켜나면 내 차는 특유의 가속력으로 제한속도까지 아주 빠르게 가속한다.  

 

하지만 내가 단 몇시간만에 오토파일럿을 100% 신용하게 된 것은 아니다. 두번 옆 차선에서 사람이 모는 차가 무리하게 내 차선으로 끼어들 때 나는 오토파일럿을 다 신용하지 않고 개입했다. 테슬라 자동차에서 오토파일럿은 몇가지 방식으로 해제된다. 오토파일럿은 속력을 유지하는 크루즈기능과 핸들을 돌리는 오토 스티어링기능으로 이뤄져 있는데 내가 핸들을 돌리면 속력을 유지하는 크루즈는 유지되지만 핸들을 돌리는 오토스티어링이 끝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오토파일럿 기능이 모두 해제된다. 그도 아니면 레버를 위로 한번 들어주면 마찬가지로 오토파일럿은 해제된다. 나는 두번의 경우 중 한번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고 한번은 레버를 위로 올렸다. 

 

사실 오토파일럿은 아니 테슬라 자동차는 도심의 단거리 운전에서는 별 힘을 못쓴다. 단거리 운전에 제로백 5초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교통량 많은 도심에서 구불구불 교차로를 계속 지나고 신호를 계속 만날 것같으면 인간이 다 운전하게 되는데 그럴 때는 차라리 익숙한 내연차가 더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거리 운전이 되면 차이가 많이 난다. 전기차는 일단 연료비가 5분의 1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고속도로비가 절반할인이다. 무엇보다 고속도로같은 신호도 없는 곳에서는 정말 오토파일럿을 켜놓으면 거의 인간이 개입할 일이 없다. 아내 말마따나 나보다 기계가 더 안정적으로 운전한다. 테슬라의 자동차를 스마트폰에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와 비교해서 말하자면 만약 당신이 그저 통화만 할거라면 스마트폰은 오히려 불편한거나 마찬가지다. 2G폰이 더 좋다. 

 

이렇게 보면 테슬라 자동차는 도시내부에서는 대중교통을 쓰다가 시간이 나면 교외로 멀리 간다던가 먼 곳에서 도심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에게 특히 좋은 차다. 사실 충전을 생각하면 단독주택같은 곳에서 자기 집충전기를 쓰면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다가 모델y는 역시 차박에 아주 훌룡해 보인다. 아직은 그저 휴게소에서 2열을 눕히고 누워본 것에 지나지 않지만 에어컨이 나오는데 엔진의 진동도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전기차가 차박에 바람직한 차라는 말을 하기에 충분했다. 이는 장거리 운전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차라는 것과 합쳐지면 언제든지 먼 곳으로 편하게 떠나서 차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차라는 의미가 된다.  

 

테슬라 자동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나는 이것은 인간이 모는 차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협력하게 만드는 차라는 생각을 내내 했다. 내가 자주하는 말이지만 다시 한번 하자면 인공지능 문제에서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다 혼자서 하고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은 핵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과 기계가 협동을 하는 것이다. 발달한 기계에게는 적어도 어떤 부분은 이제 믿고 맡길 수가 있다. 그리고 그것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뒤로 돌아갈 수가 없다. 네비에 익숙해진 우리가 다시 지도보며 길찾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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