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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y는 나의 작은 방이 될 수 있는가

by 격암(강국진) 2021. 6. 4.

나는 사실 유명하고 비싼 차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람보르기니라던가 포르쉐같은 차는 타 볼 기회가 온다고 해도 그냥 야 이게 포르쉐란 말이지? 하는 정도의 관심이랄까 그 정도밖에는 없다. 그런 내가 전기차에 관심을 가지고 모델y를 사기까지 한 것은 전기차는 그냥 차가 아니고 세상을 바꾸는 흐름의 중간에 있으며 내 생활을 바꿔 줄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나는 모델y를 사기 전에 그것을 작은 방을 하나 더 구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즉 달리는 기본적 기능 이외에 그 차 안에 있는 경험이 좋기 바란 것이고 그것이 나의 작은 방이 되어 주길 바란 것이다. 

 

그런데 요 몇일은 나는 모델y를 내 독서실로 쓰고 있다. 읽을 책을 들고 가서 차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이 방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집중이 잘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기차가 내 생활을 이미 약간 바꾼 것이 아닐까 싶어 차를 사고 그것에 적응 하는 일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지만 모델 y를 방으로 쓰는 것에 대해 그러니까 차박용 침대가 아니라 사무공간이나 서재로 쓰는 것에 대해 간단히 말해 볼까 한다. 

 

혹시나 잊은 분이 있을까해서 말해두지만 모델y는 전기차다. 그래서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문을 닫고 들어가 캠프모드를 키면 에어컨이 계속 돌아가지만 엔진의 울림은 없다. 솔직히 말해 완전히 조용한 것은 아니다. 에어컨 소리인지 히트펌프 소리인지가 들리기는 한다. 하지만 그 소음이 그렇게 크지는 않고 나는 스마트폰으로 잔잔한 음악을 계속 틀어둔다. 

 

그정도면 방의 분위기는 내 마음에 든다. 당연히 차안에 있는 것이 진짜 서재에 있는 것보다 모든 점에서 더 좋지는 않다. 그렇지만 공간이 작으니 오히려 아늑한 독서실 책상같은 느낌이 들고 가습기만 틀면 차안의 공기는 매우 쾌적하고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한다. 게다가 차의 좌석도 매우 푹신하다. 계기판도 없이 모니터 하나 있는 깔끔한 내부구조덕분에 나는 차의 앞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마치 호텔 로비에 앉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분위기가 나로 하여금 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차에는 탁자가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아래의 사진을 보자. 

 

 

흉한 내 다리를 보여줘서 미안하지만 앉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냥 찍었다. 집에서 굴러다니는 나무토막 하나를 가져다가 문과 중앙지지대사이에 놓으니 훌룡한 지지대가 되었다. 책이나 스마트폰을 볼 때 저기에 기대서 보면 책상 앞에 앉은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사실은 이건 순수히 내 아이디어가 아니다. 우측의 사진이 보여주듯이 돈만 주면 이런 나무토막보다 훨씬 더 본격적인 테이블을 만들 수도있다. 하지만 나는 나무토막으로도 만족하고 막대기쪽이 안쓸 때 치워서 수납하기 더 편한 장점이 있으며 돈도 쓰기 싫어서 그냥 나무토막을 쓰고 있다. 

 

사실 이것뿐이면 모델y는 아주 훌룡한 독서실 의자가 되는 것에 멈췄을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중앙 모니터가 있어서 아직 블루투스 모니터 문제가 해결이 안되었을 뿐 피씨처럼 그걸 쓸 수가 있다. 아래의 사진은 웹브라우저, 넷플릭스, 유튜브 실행 장면을 찍은 것이다.

 

 

아쉽게도 아직은 블루투스 키보드 연결방법을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차차 해결되리라 기대한다. 테슬라가 해결하든 네티즌이 해결하든 말이다. 사실 저 위에 보이는 풀화면 웹서핑이나 유튜브 회원로그인 문제도 테슬라가 한게 아니다. 네티즌이 해결방법을 알아내서 공유한 덕분에 할 수 있었다. 불루투스 키보드만 연결할 수 있다면 차에 앉아서 글을 쓰는 일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델y가 제대로된 사무실이 되는 길에는 아직 더 연구하고 고쳐야 할 것이 남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미 상당히 쓸만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나는 이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전기차라고 하면 전부 차박만 생각해서 뒷자리 평탄화하고 매트깔아서 들어 눕는 것만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앞자리 공간을 잘 쓰면 굉장히 쾌적한 나만의 방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그런 면에서 진전이 있다면 차는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시간만 나면 차에 가서 앉아있는 것이 괴상한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당연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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