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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y로의 첫번째 차박여행

by 격암(강국진) 2021. 5. 31.

이번에 처가가 있는 부산에 다녀올 일이 있었던 김에 그동안 사놓았던 차박 세팅도 확인해 볼겸 첫번째 차박을 송도해수욕장에서 해 보았다. 차박을 어떻게 했는지,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느꼈는지에 대해 간단히 기록해 보려고 한다. 

 

 

일단 오토파일럿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지 않을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오토파일럿은 완전자율운전이 아니다. 육교같은 곳을 지나갈 때 생기는 팬텀브레이크 현상도 있고,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서 오토파일럿을 유지하는 일도 조금 귀찮았다. 핸들을 잡고 있으라고 하는데 핸들위에 가볍게 손을 올리고 있는 정도로는 안된다. 어느 정도 핸들을 꽉 잡아서 핸들에 무게와 토크를 가해야 차가 아 사람이 핸들을 잡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것같다. 익숙해지면 적절한 위치에 팔을 거치고 핸들에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 힘이 가해져야 하는가를 알게 되지만 처음에는 멋모르고 가볍게 잡고 있다가 오토파일럿이 풀리거나 반대로 너무 힘을 줘서 오토파일럿이 풀리는 일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여행이 빨라진다. 피곤함이 없기 때문에 휴식이 별로 필요없어서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대개 속도가 시속 백킬로미터인데 이 정도 속력에서는 오토파일럿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길이 상당히 휘어 있어도 그 속력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차가 운전을 할 수 있다. 110까지도 그런데 120에서의 오토파일럿은 속도제한을 넘는 것이기도 하고 오늘 내가 달렸던 남해와 호남고속도로는 고속도로치고는 구불구불한 곳이 많아서 내가 무섭기도 하고 좀 덜 안정적인 것같기도 했다. 하지만 100과 110 사이의 속력을 유지하면서 달리는 것만으로도 차는 상당히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왜냐면 차는 속력이 들쭉날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는 오르막길 앞에서는 잠시 빠르다가도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 그리고 커브길에서는 속력이 줄거나 아니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같아서 속력을 줄이거나 하는 식으로 속력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오토파일럿 운행은 대개의 경우 거의 속력변화없이 쭉 가기때문에 200킬로미터쯤 논스톱으로 달려도 별로 달린 것같지도 않다. 

 

그 다음에는 충전에 대한 부담문제다. 나는 지금 오로지 테슬라의 슈퍼차저만 이용해서 다니고 있다. V3 슈퍼차저는 경험해 보지 못했고 V2만 썼지만 충전속력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30%정도의 잔량에서 80% 정도까지 배터리를 채우는 것은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30분이라면 엄청난 것같고 급할 때는 분명히 쓰기 힘든 시간일 수도 있지만 모델 의 50% 배터리면 260킬로미터는 간다. 가격도 만원정도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전주에서 부산까지라고 해봐야 2-3백 킬로미터고 날마다 출퇴근에 50킬로미터를 쓴다고 해도 1주일에 한번이라는 거다. 사실 1주일에 한번 충전으로 그걸 다 쓴다면 주행거리가 520킬로미터는 되는데 이정도면 그렇게 까지 귀찮고 불편한 것같지 않다. 커피한잔, 화장실 한번 정도면 충전되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테슬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같은 걸 보자면 오히려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나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슈차나 진주 롯데프리미엄 아웃렛 슈차 그리고 광주의 홀리데이인 슈차를 썼는데 주변 구경을 하거나 하다못해 빵집에 빵을 사러가기에도 충전 시간이 너무 짧아서 밥을 먹거나 가게 구경하다가 일부러 충전대로 돌아와서 차를 옆으로 빼놓아야 할 정도였다. V3는 이것보다도 더 빠르며 이미 검증이 끝나서 생산중인 것으로 아는 어댑터가 출시되면 충전은 사방에서 할 수 있다. 사람차가 있는 것이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전기차 충전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아내는 기름값걱정에서 벗어나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먼거리를 달리건 에어컨을 왕창 쓰건 기름으로 할 때처럼 돈걱정을 하지는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차박 이야기를 해보자. 첫번째 차박지는 아주 즉흥적으로 정해졌다. 나는 우연히 누군가가 송정해수욕장에서 차박을 했었다는 글을 읽은게 기억났고 거의 아무런 계획과 조사도 없이 우리는 금요일의 저녁무렵에 송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일반적으로 해수욕장은 공중화장실이 잘되어 있기 때문에 차박지로 유리하다. 어떤 곳은 샤워시설도 꽤 훌룡한 곳도 있으며 관광지니 만큼 먹거리도 풍부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별 조사도 없이 송정해변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본 송정해변은 이국적이었다. 나에게는 마치 하와이같았다. 서퍼의 성지라고 쓰인 간판을 보았지만 나는 한국에 서퍼의 성지같은게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정식 해수욕장의 개장은 6월부터지만 송정의 바닷물속은 이미 슈트를 입고 서핑보드를 든 사람으로 가득했다. 횟집같은 게 늘어서 있는 부산 바다를 막연히 생각했던 나는 생각과는 꽤 다른 송정과 송정에서 시간을 보내는 한국 사람들에게 약간 놀랬다. 비싸 보이는 차들도 많고 차박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한식보다는 샌드위치나 핫도그같은 걸 먹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그리고 서핑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30년전이라면 하와이같은 선진국 해변가에서나 봤을것 같은 풍경이다.

 

내가 전기차를 사고 기대하는 것중의 하나는 한국의 여기저기를 보다 부담없이 돌아다니면서 한국을 다시 한번 보는 것이다. 시험가동한 차박첫날이 보여주는 한국의 모습도 꽤 내 생각과는 달랐다. 부산의 동쪽이 부유한 것은 알았지만 해운대나 송정쪽은 길이 구불구불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굉장히 부유해 보인다. 가까운 곳에는 롯데 쇼핑몰과 이케아도 있다. 우리는 차박한 다음날 이케아에 가서 오랜만에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좀 사고 미트볼을 먹었다.  

 

우리가 현지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7시쯤이었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인데도 차를 세울 곳을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장소에 후미를 바닷쪽으로 해서 주차하고 bbq 의자를 꺼내다가 해변에 앉아서 한동안 바다 구경을 했다. 서퍼들로 버글가리는 바다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말이다. 그리고는 드디어 처음으로 차에 차박세팅이란 걸 해보기 시작했다. 

 

차박세팅의 핵심은 평탄화와 매트다. 안타깝게 차박내부 사진을 찍지 않아서 자료화면으로 대체하자면 모델y의 2열 접은 사진은 아래와 같다. 

 

모델y 화이트 인테리어 2열 접은 사진. 

문제는 2열을 접은 상태로 그냥 누워보면 약간이지만 2열 시트때문에 경사가 느껴지고 길이도 조금은 짧다. 저것만으로는 내키가 177인데 트렁크를 닫은 상태에서 완전히 편하게 다리를 펼수는 없다. 그래서 1열을 앞으로 밀고 1열과 2열 사이의 공간을 폴딩박스 같은 것으로 메워서 평탄화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그랬다. 물론 그건 번거롭고 여분의 돈도 들어가는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 매트를 깔아본 결과는 전혀 달랐다. 나는 네이처 하이크의 10cm 2인용 자충매트를 샀다. 이 매트의 폭은 모델y내부보다 넓지만 펼쳐두면 저절로 부풀고 주름이 생겨서 차의 내부에 맞춰준다. 굳이 차박용이라고 차 실내모양처럼 생긴 것을 살 필요는 없다. 이렇게 자충매트를 깔고 그 위에 푹신한 큰 베게를 끝으로 놓으면 누울 수 있는 공간은 훨씬 더 늘어난다. 게다가 자충매트를 깔고 난 다음에 누워보면 푹신한 건 당연하고 경사는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키가 190쯤 되는게 아니라면 공간확보를 위해 온갖일을 할 필요는 없다. 그냥 2열접고 자충매트깔고 큰 베게 놓으면 된다. 

 

그래서 1열은 오히려 최대한 뒤로 미는게 더 좋다. 그러면 1열 시트의 등쪽이 눕는 공간에서 등을 기댈 수 있는 벽처럼 작동한다. 게다가 아무 것도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1열과 2열 사이의 약간의 간격은 신발을 보관하기에 좋다. 게다가 이렇게 하면 자기 전에 1열에 앉아서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책을 보거나 하기가 좋다. 뒷쪽은 침실이 되고 앞쪽은 거실처럼 쓰는 것이다. 아무래도 2열 공간은 내 키로도 주저앉아서 쾌적한 공간은 아니다. 

 

 

매트와 더블어 중요한 도구중 하나는 12v 인버터다. 모델y는 차의 앞쪽과 뒷쪽에 시거잭이 있는데 여기에 이걸 꼽으면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충전하는 정도수준까지는 220볼트 전원을 쓸 수 있고 가습기도 꼽을 수 있다. 에어컨을 틀고 처음 차에서 잠을 자본 결과 바닥의 푹신함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가습기가 꼭 필요하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가습기를 준비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후방의 트렁크쪽에 가습기를 놓아서 효과가 없었다. 공기의 흐름이 차의 앞에서 뒷쪽으로 가기때문에 가습기는 차의 앞쪽에 있어야 효과가 있다. 

 

이 정도를 준비하면 차에서 자는 것은 집에 있는 침대에서 자는 것 못지 않다. 다만 차의 위치가 중요하다. 우리는 몇시간 동안은 잘잤지만 처음에는 그러지 못했는데 첫째로 처음에는 가습기 위치가 잘못되어 공기가 건조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송정바닷가에는 12시가 넘은 시간에도 굉음을 울리며 달리는 차와 모터사이클이 있었기 때문이며 세째로는 경치측면에서는 아주 좋았으나 아침에 해가 뜨자 썬쉐이드로 차를 가리지 않은 상태로는 밝아서 숙면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실험으로 그늘지고 조용한 곳에 차를 세운다면 성인 2사람정도는 굉장히 숙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자리도 충분하고, 자충매트는 푹신하며 모델y의 실내공기도 쾌적하다. 배터리압박문제를 이야기해보자. 이미 날씨가 따뜻해서 밤에도 히터를 제대로 틀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인지 밤새도록 에어컨을 틀었지만  소모되는 배터리는 6-7%정도 뿐이었다. 내 느낌으로는 이보다 훨씬 더 에어컨을 세게 튼다고 해도 15%를 하룻밤에 쓰지는 않을 것같다.

 

 

우리는 차박을 한 기념으로 송정의 해변가를 걸어서 근처에 있는 와인바인 이로주택에 갔다. 아무 먹거리도 준비하지 않고 간 이유도 있지만 차를 가지고 갔지만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차박한 사람의 특권같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한잔하고 차로 돌아오는 길에는 부산에 간 기념으로 부산어묵도 먹었다. 

 

 

송정은 멋진 달이 뜬 바다를 볼 수 있고 동시에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직 여름은 본격적이 아니지만 햇볕이 두려운 것인지 서퍼들은 해가 미처 다 뜨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바다에 들어갔다. 우리 부부는 아침으로 굳이 미역국과 재첩국을 찾아 먹었지만 그다지 맛은 없었다. 그 다음에는 사람들에게 서핑 교육을 시켜주는 장소의 2층에 있는 전망좋은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서퍼구경을 하면서 송종해변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모델y의 장점을 하나만 더 말하고 끝내자. 집을 보는 사람들은 집에 있어서 수납공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수납공간이 없으면 집이 난장판이 된다. 그런데 모델y는 차박을 위해 매트를 깔고도 큰 수납공간이 두개나 더 있다. 하나는 프렁크고 또 하나는 뒷 트렁크 밑의 공간이다. 이 공간이 없었다면 결국 뒷자리를 침실로 꾸민 후에는 트렁크에 있던 짐을 차 바깥에 두거나 1열 좌석에 쌓아두는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모델y는 여분의 수납공간이 있었고 그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번 차박실험중에 나는 기록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조금 더 실험해보고 최적화 시킬 것들이 남았다. 차박할 장소도 잘 찾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움직이는 집으로서의 모델y의 가능성은 확인해 볼 수 있는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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