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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주거혁명을 일으킬까?

by 격암(강국진) 2021. 5. 17.

%저에게 있어서 테슬라 모델 y의 구매는 일종의 실험적 의미가 큽니다. 과연 전기차가 세상을 크게 바꿀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과장에 불과한것인지를 실제로 사용해 보면서 생각해 보고 싶은 생각이 저로 하여금 전기차를 구매하도록 결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2주쯤 뒤면 전기차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므로 차가 오기 전에 전기차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모델y

 

전기차는 경제 사회적으로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기에 그것의 의미와 파급효과를 상상하는 것은 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지금 가장 관심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전기차가 주거혁명을 일으킬까 하는 점일 것이다. 이는 반드시 전기차가 바퀴달린 집이 되어 모두를 위한 주거대안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에도 여러가지 집들이 존재할 것이고 바퀴달린 집이 되는 전기차도 있겠지만 그것은 가까운 장래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방식은 아니다.

 

차가 정말 제대로된 집이 되려면 첫째로 그것은 너무 비싸질 것이고 둘째로 그것은 경제성이 떨어질 것이다. 보통때는 승용차로 쓰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캠핑카를 몰고 출퇴근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적어도 당분간 가장 큰 의미를 가지는 전기차는 평상시에는 승용차로 쓸 수 있는 차이며 너무 비싸지 않고 그러면서도 차박이 가능할 정도의 실내공간을 제공해 주는 차다. 이렇게 말하면 차박열풍 속에서 SUV가 이미 인기있으니 전기차의 등장이 별거 아닌게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전기차는 내연자동차와 몇가지가 이미 다르다. 

 

첫째로 전기차의 이동은 훨씬 쉽다. 이는 전기차의 연료비가 훨씬 싸기 때문이고 전기차가 뛰어난 자율운전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점점 더 그것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카페에 가서 테슬라 모델 3를 이미 타고 있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만족스러운 기능으로 말하는 것은 바로 오토파일럿이다. 물론 이 기능은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지만 장거리 주행에 있어서 피로도를 극도로 낮춰준다고 한다. 그냥 누가 대신 운전하는 차를 타고가는 느낌같다는 말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두가지 경우에 특히 그런데 첫째가 고속도로를 달릴 경우고 둘째로 차가 막혀서 서행하게 될 경우다.  고속도로에서는 이미 실질적으로 자율주행은 상당히 잘 작동한다. 그리고 차가 서행하면서 앞차를 쫒아가는 경우도 그렇다.

 

연료비도 내연차를 탈 때보다 전기차를 탈 때 훨씬 싸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한가지를 의미하게 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차를 탄다는 것이다. 이는 전기차를 산 사람들이 종종 인정하는 일이다. 전기차는 많이 탈수록 돈을 버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델 3를 구입한 사람들 중에는 자기는 1년에 1만킬로를 운전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그것보다 4배는 더 차를 타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1년에 5만킬로 이상을 운전하는 사람도 있다. 거의 택시운전사처럼 차를 탄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낮은 주행비용과 낮은 운전 피로도 때문이다. 

 

둘째로 전기차는 내연자동차보다 주거성이 훨씬 뛰어나다. 엔진과 구동축이 없는 전기차는 겉보기보다 내부공간이 크고 정차해 있을 때 아무런 엔진소음이 없으며 전기를 쓸 수 있어서 생활가전을 쓸 수 있다. 현대처럼 220볼트로 많은 전기를 쓸 수도 있고, 따로 인버터를 달아서 그렇게 쓰는 차들도 있으며 그렇지 않다고 해도 몇만원하는 12v인버터 정도만 달아도 선풍기와 노트북정도는 거의 무한대로 쓸 수 있다. 테슬라의 경우는 차안이 보통 아파트보다 더 고급이다. 왜냐면 작은 공간안에서 에어컨을 트는 것이고, 공기청정기능이 가정용으로 나오는 것보다 더 좋기 때문이다. 차에 냉장고를 달고 천장에 태블릿을 설치해서 거실처럼 차를 만든 사람은 꽤 많다. 

 

그래서 와 전기차는 좋구나, 차박할 때 좋겠다라는 것이 결론의 전부는 아니다. 나는 전기차가 이렇게 이동성이 좋고 주거성이 좋아졌기 때문에 대안주거가 되지는 못해도 대안주거의 일부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기 도시에 사는 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이 사람은 두 개의 생활방식을 비교하고 있다. 1번은 상대적으로 크고 비싼 주거다. 2번은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주거이며 그는 그렇게 주거를 줄인 돈으로 전기차를 사기로 했다. 어느 쪽이 과연 더 좋은 주거일까? 이 답은 모두에게 똑같지는 않다. 하지만 후자의 답이 정답인 사람의 수는 늘고 있다. 

 

자동차의 주거성과 이동성이 떨어질 때 후자의 경우는 결국 집을 줄이는 대신에 주말에는 차를 타고 놀러가겠다는 말밖에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동차의 주거성과 이동성이 크게 좋아지면 상황은 좀 더 질적인 변화를 보이게 된다. 우리는 도시의 집을 그저 잠만 자는 베이스캠프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는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몇일간 이사를 가는 것이다. 

 

도시의 크고 비싼 집은 그 실용적 가치에 비해 금전적 가치가 말도 안되게 비싸졌다. 일단 바쁜 현대인들은 집에서 뭘 잘 안한다. 부엌도 거실도 사무실도 모두 아웃소싱되어 있다. 식사는 식당에서 하고, 친구를 만나거나 일을 하는 것은 도서관이나 독서실이나 커피숍에서 한다. 집에서 먹는다고 해도 배달음식이거나 간편식인 경우도 많다. 물론 모두에게 상황은 같지 않다. 예를 들어 그 지역사회에 깊게 애착을 가지는 사람은 친구며, 일이며 여러가지 이유로 그 지역에 매여있으므로 일주일내내 자기가 그 지역에 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이를 여럿키우는 부부의 경우도 그럴 것이다. 상가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나 매일 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곳으로 출근해야 하는 사람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들도 최소한의 이유가 있기에 도시에 살기는 하지만 사실 집은 그저 잠만 자는 곳에 불과한 경우가 아주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대안이 없었다. 그래서 여행산업은 크게 번창했다. 그럴필요가 없을 때에는 사는 곳으로부터 떠나고 싶기 때문이다. 자가용차로 비행기로 기차로 버스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가치있지만 힘들고 비싼 선택이었다. 그들은 어쩌면 꿈꿨을지도 모른다. 꼭 그럴필요가 없을 때에는 내 방이 마법처럼 속초바닷가에 있거나 지리산 정상에 있거나 남해의 농가앞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몇일 살다가 스위치만 돌리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사실 제 아무리 좋은 곳도 3년 4년만 살면 동네 그 자체는 식상한 곳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좋아한다.

 

만약 완전자율주행기능이 가능하고 그들이 사는 방이 그런 전기차라면 그리고 주행에 별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 그들의 소망은 달성가능하다. 목적지만 설정하면 그 방은 알아서 새로운 장소로 갈 것이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짐도 쌀 필요가 없다. 비싼 호텔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차의 대중화는 이런 세상을 절반은 성취하고 있다. 완전자율주행은 아니지만 싸고 쉽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전기차는 이미 있다. 내 방은 아니지만 내연자동차에 비하면 주거성이 훨씬 좋아진 차는 있다.

 

실제로 모델y보다 작은 모델3에서 먹고 자면서 사는 사람도 한국에는 적어도 하나 있다. 그는 그렇게 1년을 살아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는 전세비를 모두 테슬라 주식을 사고 테슬라 모델3를 사서 그걸 집으로 삼았을 뿐이다. 그가 투자한 이후 테슬라 주식은 크게 올랐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 졸부가 되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미래에도 사람들은 여러가지 다른 주거방식을 택할 것이다. 지금도 미국에는 옛날 유럽의 성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20년뒤가 되어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있고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성에서 혹은 거대한 옛날 양반집같은 곳에서 모여살던 사람들은 흩어지고 지금은 작은 집들에서 살고 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전기차는 이런 흐름을 더 가속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이버트럭

 

오늘날 유목민처럼 사는 사람들, 혼자 살거나 자식없이 둘만 사는 사람들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머지 않은 장래에는 주 4일근무제도 실시될 수 있고, 원격근무의 환경은 더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전기차의 성능은 20년이 되기 전에 엄청 좋아질 것이고 사회적 인프라는 좋아질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가격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출시를 약속한 사이버트럭은 모델y보다 훨씬 큰 차인데도 가격이 5천만원아래다. 2-3천만원짜리 싼 테슬라 자동차가 나온다는 소문도 있다. 사이버트럭보다 더 실내공간이 큰 밴도 나올 것이다. 

 

집은 우리의 삶을 구속하는 아주 큰 존재다. 전기차가 소파나 자전거와는 달리 주거 문화를 바꿀 힘이 있다면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를 바꿀 지도 모른다. 이미 차박하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를 썩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도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징조일 수 있다. 몇년 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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