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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타 본 내연차 혼다 프리드

by 격암(강국진) 2021. 6. 16.

테슬라 모델 y와 혼다 프리드

 

나는 오랜간 일본에서 타다가 가져온 혼다 프리드라는 차를 사용했었다. 그 차를 오랜만에 잠시 타봤더니 새삼 전기차와의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회생제동을 하는 전기차는 굉장히 힘이 좋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이지만 기본적으로 멈추기 위한 차라는 느낌이 든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내가 악셀을 밟지 않으면 차가 서려고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2톤이나 나가는 차가 경사로에서도 아무 것도 밟지 않아도 서있다. 시동이라는 개념도 없기는 하지만 내가 악셀을 밟지 않으면 차는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반면에 내연차는 시동을 걸고나면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야 한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악셀을 밟지 않아도 차가 앞으로 가는데 내연차만 타던 때에는 그 속력이 미미하게 느껴졌지만 전기차를 몇주 타다가 내연차를 타보니 악셀없이 굴러가는 속력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다. 달리다가 악셀에서 발을 떼도 전기차와는 달리 내연차는 크게 속력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브레이크를 거의 밟지 않는 원페달 드라이빙을 하는 전기차를 타다가 내연차로 돌아와 보면 새삼 내연차는 운전자를 긴장하게 하고 바쁘게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운전하는 것이 좀 더 피곤하다. 게다가 피곤한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다른 문제도 있다. 차가 움직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달리는 것이 기본인 내연차보다 멈추는 것이 기본인 전기차가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원한다면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운전자로 하여금 좀 더 안전운전을 하도록 유도하는 차랄까. 

 

내연차를 모는 느낌은 내리막길에서 바퀴달린 카트를 타고 작대기같은 노를 저어 카트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는 느낌이다. 내리막길이므로 내가 안간힘을 다해 감속하고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속력이 점점 나고 어딘가에 부딪힐 수 있다. 전기차를 모는 느낌은 평지에서 바퀴달린 카트를 노를 저어 미는 느낌이다. 내가 아무 짓도 안하면 카트는 앞으로 가지 않는다.  내연차만 몰 때는 몰랐는데 내연차를 모는 것은 약간 허둥지둥대고 안간힘을 다하게 되는 그런 면이 있다. 

 

물론 전기차에도 단점이 아직은 많다. 사람들이 말하듯이 충전이 큰 문제다. 집에 충전기를 달면 내연차보다 더 편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충전에 대한 걱정을 늘 머리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연차처럼 연료등에 불들어오면 가까운 곳에 가서 탱크를 채우는 식으로는 할 수 없다. 모델 y 롱레인지는 공식 주행거리가 511km다. 하지만 남은 주행거리가 0에 가까울 때까지 타면 무섭기 때문에 실제로는 100킬로미터 미만이 되면 충전을 해줘야 한다. 그럼 411km는 팍팍 쓸 수 있는 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충전을 꽉 채우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다. 일단은 회생제동이 안된다. 회생제동은 충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터리가 풀충전되어 있으면 회생제동이 안된다고 한다. 그러면 평상시랑 차의 반응이 다른데다가 연비가 나빠진다. 게다가 풀충전은 배터리 수명에도 좋을 것이 없으며 충전하는데도 아주 오래 걸린다. 휘발류를 채우는 것과는 달리 충전은 10% 채우는 데 10분 이란 식으로 충전량에 충전시간이 꼭 비례하지 않는다. 배터리가 비어있을 때는 빠르지만 배터리가 많이 채워지면 충전시간도 느려진다. 그래서 마지막 5% 10%는 충전시간이 훨씬 길다. 

 

이런 걸 생각하면 일상생활에서는 위로 아래로 주행거리가 빠져서 150킬로미터정도는 주행거리가 줄어들게 된다. 무리하지 않으면 말이다. 모델y 롱레인지가 거의 국내 최장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지 아이오닉처럼 400킬로미터쯤 가는 차는 150킬로미터가 줄면 250킬로미터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래서 500km 주행거리와 400km 주행거리의 차는 실제적으로는 350km와 250km의 차이가 되어 차이가 커지게 된다. 충전 문제가 훨씬 심각해 지는 것이다. 물론 집에서 충전할 수 있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프리드 변명도 좀 해줘야 겠다. 프리드가 모델 y와 비교되어 나쁜 차처럼 들리게 되었는데 사실 프리드도 좋은 차다. 전기차의 연료비와 비교할 수 없을 뿐 하이브리드도 아닌데 리터당 14km의 연비를 가졌다. 폭도 길이도 모델 y보다 작지만 높이는 오히려 더 높아서 타보면 모델 y보다 오히려 시야가 더 넓은 차이며 성인용 자전거를 조립식이 아니라도 그냥 실내에 실을 수 있는 차이기도 하다. 한쪽 뿐이기는 하지만 2열의 슬라이드 도어중 하나는 자동전기문이라 편리하며 좁은 장소에서 타고 내리기 좋다. 쓸만한 3열을 가지고 있는 차이기도 한데 54cm나 긴 모델y가 오히려 3열이 없다. 미국에서는 3열옵션이 있지만 사진을 보니 프리드의 3열보다 탈 만한 수준이 안된다. 프리드의 2열은 1열의 의자처럼 두개의 안락의자로 되어 있고 누울 수 있는 수준으로 완전히 뒤로 젖혀진다.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모델 y지만 사실 2열의 편안함은 프리드만 못하다. 의자가 좀 젖혀지기는 하는데 크게 도움은 못된다. 

 

게다가 모델 y는 어떤 상황에서는 오히려 프리드보다 시끄럽다. 전기차가 시끄럽다고 하면 이상한 일이지만 프리드는 시동을 끄면 완전한 정적이 흐르는데 모델 y는 시동을 끈다는 개념이 없어서 에어컨을 꺼도 히트펌프 같은 것이 돌아가는 소리가 미약하게 난다. 겨울이나 여름이면 비교가 되지 않지만 봄 가을에 그늘밑에 차를 세운다면 모델 y보다 프리드가 오히려 조용하고 안락할 수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테슬라 모델y와 혼다 프리드의 비교지만 전기차도 내부 설계에 있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일반론적인 이야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아직까지 전기차는 주행거리를 늘리고 가격을 다운시키느라 최적화가 좀 덜된 것같은 면이 있다. 이런 건 현대나 벤츠같은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이 더 잘할 것같은 면도 있지만 그쪽 회사는 이번에는 테슬라에 비하면 전기차가 초보라고 할 수 있기에 모든 회사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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