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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인테리어 쇼핑/아이패드, IT,자동차

스마트홈과 모델y

by 격암(강국진) 2021. 8. 24.

모델y를 산지 이제 3달이 되어간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는 이 차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오늘은 생활사무오락공간으로서의 모델y란 부분에 대해 뜨거운 여름을 보낸 경험과 함께 좀 자세히 한번 적어 볼까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테슬라만의 특징도 아니고 전기차만의 특징도 아니지만 나는 이 부분이 점차 중요해 질거라고 느끼며 이런 것들은 점차 집이나 사무실로 확장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집과 전기차가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비슷해 지는 것이다.

 

 

바깥이 매우 더운 날 내가 주차장에 주차된 모델y에 갈 때는 먼저 핸드폰으로 차의 온도조절을 시작시킨다. 그렇게 하면 바깥 온도가 35도가 넘어도 내가 탈 무렵에는 이미 차안의 온도는 내가 설정한 온도로 내려가게 된다. 그렇게 해놓고 천천히 주차장으로 걸어가서 차를 타는 것이다. 사실 특별히 온도조절을 시작시키지 않아도 내 차는 40도 이상으로 차안 온도가 올라가면 저절로 온도조절을 한다. 그러므로 설사 햇볕아래 주차를 했다고 해도 손도 대지 못할 정도의 뜨거움을 차안에서 느끼게 되지는 않는다. 온도조절은 기본적으로 공조기가 하지만 앱으로 환기를 누르면 차문이 조금씩 열린다. 다시말해 원격으로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차에 접근하면 자동차는 내 핸드폰을 자동 인식하여 차문을 열 준비를 한다. 핸드폰을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문을 열고 올라타면 되고 주행을 하고 싶으면 기아를 바꾸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된다. 내가 미리 온도조절을 시작시켜두지 않았어도 내가 차에 접근하여 올라타면 차는 저절로 냉기를 뿜기 시작한다. 집의 문도 이렇게 되어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보안상 위험할 수도 있지만 편하기는 비밀번호를 치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하다. 적어도 차문을 스마트폰으로 연다고 보안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데 집은 왜 안될까? 이건 현관에 접근하면 집이 나를 인식하고 알아서 문을 열어주는 시스템이다. 에어컨 같은 것도 저절로 켜지고 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스마트 시계에 앱을 깔아서 시계로 차의 잠금을 여는 사람도 있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화면을 터치해서 휴식모드로 의자위치를 바꾼다. 최대한 낮고 좀 뒤로 해둔 위치를 휴식모드라는 이름으로 기억시켜 두면 한번 터치에 의자의 위치가 바뀌게 되고 편한 공간이 만들어 진다. 집을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것은 확실히 비쌀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주거공간이 자동차이상으로 비싸다. 평당몇천만원짜리 집도 많지 않은가. 그러니까 작은 공간을 기계화해서 넓게 쓰는 것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내가 집에 들어갔을 때 근무모드를 설정하면 침대가 치워지고 부엌이 가려지고 책상이 튀어나오는 식으로 집이 변신하고 휴식모드나 취침모드를 설정하면 그에 따라 또 집이 변하는 것이다. 이런 집은 이미 나와있고 다만 대중화되기 위해 가성비를 따질 필요가 있을 뿐인데 이런 미래는 그다지 멀지 않은 것같다.

 

변신하는 아파트

 

집이 이렇게 변하는 미래가 오든 오지 않든 나는 전기차는 점차 이런 쪽으로 더 많이 변하지 않을까 한다. 차 내부의 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서다. 대표적인 것이 필요할 때만 핸들을 꺼내 쓰는 시스템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만약 1열의 좌석이 180도 회전가능하다면 차 내부의 공간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할 것이다. 사실 조명도 좀 손을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캠핑용 LED 램프를 필요할 때마다 천정에 매달아서 밝은 실내를 확보하지만 애초에 LED를 조금 더 많이 달아둔다면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리에 앉은 나는 캠핑모드를 켠다. 캠핑모드를 켜면 주차중에도 계속 공조기를 켤 수 있다. 그래서 차박을 할 때도 쓰는 것인데 차에서 한두시간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캠핑모드를 켜는 것이 좋다. 지금은 휴식모드로 자동차 시트 위치만 바꾸지만 언젠가는 이런 걸 모두 한세트로 설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은 심지어 테슬라도 충분히 스마트하지 않아서 이런 저런 설정을 하는게 필요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자동차의 스마트함은 더 커질 거라고 믿는다. 테슬라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기능인 OTA 기능이 있어서 이런 부분은 내가 새 차를 사지 않아도 생길 수 있는 변화다.  여담이지만 마치 조립피시처럼 차의 계산중추인 MCU를 업그레이드하는 일도 테슬라에서는 이미 있는 일이다. 

 

차가 공간으로 작용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프라이버시다. 차 안에 앉아 있는데 주변에서 안을 다 들여다 볼 수 있으면 아무래도 좀 민망하다. 이 부분은 틴팅과 가리게의 도움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지만 더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평범한 틴팅으로도 상당한 프라이버시는 가질 수 있다. 아주 짙은 틴팅이 아니라도 왠만한 틴팅이면 지나다니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들여다 봐야 차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자동화된 유리창 가림막같은 편의시설이 있으면 물론 더 편할 것이다. 

 

자리에 앉은 나는 종종 차안에 비치해 둔 작은 휴대용 가습기를 켠다. 이 가습기는 공조기때문에 실내공기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주며 USB전원으로 차에 연결되어 계속 쓸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어 바깥과는 전혀 다른 내부 공간이 만들어 진다. 바깥은 지옥같은 더위속일지라도 주차된 곳이 그늘진 곳이라면 여름 기운은 거의 느깔 수 없어진다. 그래서 때로 차에서 내릴 때 바깥 온도를 실감하고 깜작 놀랄 때가 있다. 기분일지 몰라도 자동차의 에어컨 필터가 훌룡해서 미세먼지로부터도 안심이 된다. 나는 산소발생기같은 걸 달아서 차가 산소캡슐방으로 바뀔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일론 머스크는 오락실로서의 기능에 집중하는 것같지만 노래방이나 산소캡슐방같은 기능이 더 매력적이 아닐까? 모델y의 소유자들 중에는 작은 냉장고를 차에 설치해서 쓰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차가 큰 배터리를 가졌다라는 사실에 크게 의존하는 일이다. 

 

차의 화면은 센트리 모드에서 차가 녹화한 것이 있다는 표시를 한다. 이 센트리모드는 집에서는 작동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는데 설정에 따라 차가 주차하면 자동적으로 차 주변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있을 때 녹화를 한다. 마찬가지 카메라로 블랙박스 역할을 주행중에 하게 되어서 테슬라 자동차는 따로 블랙박스를 달지 않아도 보험때 블랙박스 설치차량으로 여겨진다. 사고가 나거나 주행중에 녹화된 영상을 저장하고 싶으면 클락션을 울리면 그 이전의 10분동안의 영상이 저장된다고 한다. 

 

요즘은 음성인식정도는 흔하다. 네비에 목적지 찾기를 한다던가, 집의 스마트 스피커에 음악을 틀어달라던가 하는 정도의 일은 이제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그리고 물론 모델y도 음성인식을 할 수 있다. '더 차갑게'라고 외치면 실내온도가 내려가고 라디오라고 외치면 라디오가 나온다. 또 독서등이라고 외치면 독서등이 켜진다. 하지만 내가 테슬라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음성인식명령은 유튜브와 넷플릭스다. 테슬라의 자동차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웹브라우저가 전체화면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유튜브에 가서 웹브라우징을 하는 우회로를 거치면 웹서핑도 전체화면으로 쉽게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보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쯤 되면 아내는 종종 과자나 마실 것을 가지고 차로 온다. 차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관람하면서 더위를 피하는 피서를 하는 것이다. 호캉스는 아니지만 차캉스다. 집에서 충전하는 것을 집밥이라고 부르는데 집밥이 있으면 전기차는 정말 좋은 방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집밥이 없으므로 이따금씩 완속충전기가 있는 곳으로 차를 옮겨놓고 영화를 본다. 그러면 영화도 보고 충전도 하고 일거 양득이 된다. 

 

나는 모델y를 가지고 이제까지 5번의 차박을 했었다. 부산 송도해수욕장, 지리산 정령치 휴게소, 목포 신안호텔 해변 그리고 속초와 강릉의 해변들에서다. 밤에 푹 자기 위해서는 뒷자리의 평탄화를 한다던가, 푹신한 매트를 깐다던가 하는 일들이 도움이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폴딩박스를 사서 1열과 2열 사이를 메꾸고 평탄화하여 뒷공간을 더욱 넓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잠깐 눕기에는 2열을 눕히고 그 위에 앏은 시트커버를 하나 펼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나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지만 뒤쪽의 천장에 기구를 달아서 아이패드같은 것을 허공에 띄우는 사람들이있다. 그렇게 하면 차의 뒤쪽을 향하고 누워서도 영화를 보거나 하기 좋다. 

 

그래서 내 차의 뒤에는 베개와 얇은 시트커버가 언제나 있다. 그리고 때로 밤에 잠을 설쳐서 낮잠이 필요할 때면 나는 모델y에 가서 눕는다. 물론 침대만큼 편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집만큼 넓직하지도 않지만 차에 가는 것은 나름대로의 장점과 매력이 있다. 모델y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많은 것을 가진 공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여러가지 책이며 옷이며 이불이며 그밖의 가재도구로 채워진 집안과는 다르다. 

 

언젠가 내 집을 짓는 생각을 하다가 작은 방을 가진 집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집이 얼마나 크든 나는 그 집에는 작고 단순한 작은 방이 한 구석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방에 들어가면 나는 온전히 방 바깥으로 부터 해방될 것같아서다. 사실 독서실이나 작은 서재따위에 숨듯이 앉아있으면 왠지 아늑하고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게 바로 작은 방의 목적이고 의미다. 알고보니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작은 방에 대한 로망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는 것같다.  

 

 

모델y는 이런 작은 방의 이상을 충분히 달성해 주지 못한다. 작기는 한데 너무 작아서 뭔가 불편하다. 천장높이도 좀 너무 낮다. 이건 차가 더 커져야 한다는 뜻 이상으로 차의 내부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앞에서 말했듯이 운전핸들을 치워버릴 수 있고 1열의 의자가 180도 회전이 될 수 있다면 모델 y는 충분히 작은 방이라고 부를만한 공간이 될 수 있다. 모델y는 아니지만 이런 개조를 이미 하고서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그냥 전화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스마트 폰의 전화기능은 스마트폰의 기능중의 작은 일부일 뿐이며 그것도 기본적인 것이라서 그쪽으로는 더 발전이 있지도 않다. 더 통화가 잘되는 폰이라는 스마트폰 선전따위는 그래서 없다. 마찬가지로 자동차도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자동차 이상의 것으로 변하고 있다. 움직인다는 것은 그저 기본적인 기능이고 미래의 자동차의 경쟁력은 다른 곳에서 나올 것이다. 어쩌면 미래에는 자동차를 팔면서 사진이 잘 찍힌다고 선전할 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사면 동영상도 찍고 편집도 하는 유튜버의 컨텐츠 제작공간이 된다고 선전할 지도 모른다. 모델y는 아직 그 미래 자체는 아니지만 우리로 하여금 그 미래가 어떤 것인지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차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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