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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얼마나 오래탈 수가 있을까?

by 격암(강국진) 2021. 10. 14.

2021.10.14

전기차 열풍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보기 드물던 전기차들이 요즘은 어딜가나 쉽게 볼 수가 있다. 이렇게 전기차로의 전환은 이미 본격화되었지만 우리는 아직 자동차가 무엇인지에 대한 낡은 시각에 빠져 있다. 요즘 시대가 빨리 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마치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자동차를 마차보듯이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낡은 시각중의 하나가 전기차의 수명에 관한 것이다. 전기차 타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은 종종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이 의심되어서 신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는 어느 정도 2-3년마다 핸드폰을 바꾸는 사람들이 핸드폰처럼 전기차도 배터리 용량이 줄어서 차를 오래 타지 못할 것을 의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은 점점 좋아지고 있고 현재의 기술로도 전기차의 수명은 굉장히 길다. 

 

예를 들어 국내에는 쉐보레 볼트를 4년간 41만 킬로미터를 달렸다는 사람이 있고 외국에도 배터리를 한번 중간에 교체하기는 했지만 65만 킬로미터를 운행했다는 테슬라 모델S 렌트카가 있다. 국내 사례의 경우 배터리 교체없이 41만킬로미터를 달렸다는 차는 약 10%정도의 배터리 용량 감소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41만 킬로미터를 달리고도 차는 폐차시킬 차가 된게 아니라 여전히 꽤 쓸만한 차로 남았다는 말이다. 65만킬로를 달렸지만 배터리를 40만킬로 정도에서 교체했다는 모델S는 아마도 렌트카라서 그랬을 것이다. 

 

자동차는 앞으로 매우 오래타고 리모델링하면서 타는 물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5년에서 15년 사이정도로 차를 탄다. 극한으로 타는 사람이 아니면 요새차는 10년된 차도 꽤 훌룡하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내연차와 전기차의 가장 큰 차이는 부품의 수다. 전기차는 부품의 수가 내연차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의 의미는 전기차는 재료만 있다면 빨리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리도 쉽고 오래 탈 수 있다는 말이다. 

 

왜 그런가? 기계란 결국 많은 부품으로 이뤄져 있고 기본적으로 그 부품중의 하나만 잘못되어도 탈수가 없는 것이 된다. 즉 우리는 그걸 교체하고 수리해 주거나 새 차를 사야 한다. 그런데 부품이 많아지면 이런 고장이 잦아지고 위험해 지게 된다. 어느 부품의 내구성이 한계에 도달했는지 일일히 체크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가 없어도 그걸 확인하자면 물론 인건비가 든다. 그런데 전기차는 그 기본구조가 매우 간단하다. 배터리와 모터다. 자동차처럼 엔진에서 힘을 발생시키는 과정 자체가 복잡하지도 않고 그걸 바퀴에 전달하고 매연을 처리하는 과정이 복잡하지도 않다. 이래서 자동차 수리소는 전기차 시대가 오면 망할 것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내연차는 조심조심 관리하면서 타는 차라면 전기차는 관리가 거의 필요없다. 예를 들어 내연차는 5년정도가 지나면 브레이크 패드를 갈아야 할 수 있지만 전기차의 브레이크 패드는 사실상 무한대다. 그 이유는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브레이크를 거의 쓰지 않고  회생제동으로 즉 발전을 하는 시스템으로 속도를 줄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그래서 보통 원패달 드라이빙을 한다. 브레이크를 거의 밟지 않는다. 쓰지 않는 브레이크 패드의 수명은 사실상 무한대다. 

 

자동차는 앞으로 마치 단독주택같은 것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집이란 대개 한번 지으면 계속 수리하면서 아주 오래 쓰게 된다. 내부 리모델링도하고 지붕도 손보고 담장도 만드는 쪽이 완전히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저렴해서 일회용품처럼 약간 낡았다고 통째로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이제까지는 자동차의 경우 그렇게 하는 비용이 오히려 새 차를 사는 것보다 비쌌다. 부품을 하나 하나 갈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비용도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전기차는 입장이 다르다. 피씨를 생각해 보라. 집에서 쓰는 피씨도 하드 용량이나 메모리 용량이 부족하다고 피씨를 통째로 버리는 일은 별로 없지 않은가. 누구나 피씨 조립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동차 조립을 할 수 있는 사람에 비하면 훨씬 많다. 전기차는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 물건이다. 

 

전기차의 수명이 길어질 때 생길 수 있는 변화는 자동차를 사는 것을 더이상 사치로만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고? 지금은 자동차를 수명이 짧은 소모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집같은 자산과는 다른 개념으로 생각한다. 집의 경우에도 자동차처럼 사람들은 임대를 하기도 하고 소유를 하기도 하지만 누군가가 집을 샀다고 할 때 그 사람에게 '당장 필요도 없는 집을 왜 사?'라고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왜냐면 차와는 달리 집의 가치는 시간에 따라 줄어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사서 어딘가에 세워놓으면 그 자체로 감가상각이 일어나서 돈이 나가는 물건으로 취급된다. 수명이 짧다고 생각하니까 돈이 줄줄 샌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사서는 안되는 사치품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전기차의 수명이 길어지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집과 자동차의 관계는 역전될 수도 있다. 우리는 보통 집은 지속되는 물건이고 자동차는 쓰고 버리는 물건이라고 생각하지만 2년에 한번씩 이사다니는 사람에게도 정말 집이 지속되는 물건일까? 한국인 중에는 이런 사람이 꽤 많다. 차의 수명이 20년씩 가는 시대에 이런 사람에게 지속되는 소유가 차일까 아니면 집일까? 지속되는 소유가 차라면 돈을 오히려 차에 들여야 하지 않을까?  

 

결정적으로 전기차는 내연차보다 훨씬 공간 제공의 의미가 강한 물건이다. 캠핑카가 아니라도 세워져 있을 때 그것은 그 자체가 작은 방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내연기관이 차지하던 공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겉보기보다 내부공간이 더 넓어지기도 했고, 큰 배터리때문에 가전제품을 쓸 수가 있으며 냉난방을 시끄러운 엔진소음없이 할 수 있다. 꾸미기 나름에 따라 어떤 방보다 안락하고 편안한 방이 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이 갑자기 역전되지 않는다면 최근의 경향은 분명하므로 미래의 경향도 분명하다. 사람들은 앞으로 더 많이 움직이면서 살 것이다. 국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넘어 세계로도 나갈 수 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는 시대가 온다고 해도 사람들이 더 많이 움직이면서 살거라는 예측은 그대로다. 사람들은 전주에서 한달, 제주에서 한달, 부산에서 한달하는 식으로 돌아다니면서 살고 근무는 원격으로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면 말이다.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날 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움직인다. 

 

전기차의 시대는 이미 열렸고 보급은 이미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전기차의 수명은 점차로 늘어만 갈 것이다. 테슬라에서 내놓을 사이버트럭같은 차는 아예 차체가 스테인레스라서 돌로 긁어도 흠집이 안날 정도다. 이런 전기차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여기저기 수리하면서 쓰면 대를 물려 쓴다는 자동차가 되지 않을까? 

 

결국 수명이 긴 자동차의 시대에 자동차는 소모품이 아니라 자산으로 변해 갈 것이다. 꼭 이런 이유는 아니지만 그래서 어떤 사람은 전기차를 수십대 주문한 사람도 있다. 그 자산의 가격이 오를거라고 믿는 것이다. 미래의 자동차는 과거의 자동차와는 사회적 의미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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