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테슬라에 대한 흥미로운 두 개의 동영상을 보았다. 하나는 테슬라 자동차를 기계로 생각하고 있었고 테슬라 자동차를 곧 다른 기성차 회사가 쫒아갈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기계는 기성차회사가 잘 만드니 전자부분에 금방 적응하면 기성차가 얼마나 전기차를 잘 만들겠는가 하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동영상은 흥미롭게도 두번째 동영상과의 입장차이가 아주 크다. 두번째 동영상은 테슬라를 전자제품으로 보면서 전기차의 내부가 기계차와 얼마나 다른가를 강조하는, 특히 OS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여기서는 기계부분을 따라가는 것은 별거 아니며 전자부분을 다른 회사가 쫒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지 않나 싶을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동영상의 링크는 여기다) 어느 쪽이 옳을까? 미래는 모르는 것이지만 나는 두번째 동영상을 보면서 역시 전기차는 전자제품이라는 견해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다.
사실 자동차가 전자제품이 된 지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다만 그것이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여 훨씬 더 본격적인 것이 되면서 내재된 모순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봐야 한다. 그 모순이란 이미 상당부분 전자제품이 된 자동차를 일반인들은 여전히 기계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동차 회사의 경영진이나 오래된 엔지니어도 기본적으로 차를 기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동차가 스마트폰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따라서 그런 비교도 해본 적이 없다. 그 결과 자동차의 성능향상은 줄어들었고 자동차는 쓸데없이 비싼 것이 되었다.
사실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은 지난 몇십년간을 보면 자동차의 성능향상이란 거의 전부 전자적인 부가기능에서만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2차 세계대전때 독일군이 타던 자동차를 보라. 그 차가 100킬로미터밖에 가지 못하거나 최고속력이 시속 50킬로였나? 그렇지 않다. 반세기전의 자동차도 한번 주유에 몇백킬로미터를 가고 아우토반에서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을 달렸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려 70년동안 자동차의 기계적인 발전이란게 과연 다 뭐였을까? 그래서 요즘은 현대차와 BMW 혹은 마이바흐같은 자동차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물론 보기 나름이다. 그 차이를 엄청난 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 있었던 자동차의 발전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한가지 사례를 보자. 유튜버 채널 모카의 정한용은 최근 롤스로이스의 팬텀이라는 자동차를 시승한 적이 있다. 이 차는 고급차의 진짜 대명사다. 12기통의 엔진을 달고 무려 5억9천만원이나 하는 고급 세단이다. 그런데 이 차는 요즘 나오는 다른 싸구려 자동차처럼 운전대를 자동조절해서 커브길을 가는 기능이 없다고 한다. 그냥 스마트 크루즈 기능 즉 속력만 세팅해 놓으면 그 속력만 유지해 주는 기능만 있을 뿐이다. 테슬라 모델 3를 열대 정도는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싼 자동차가 테슬라나 현대차에는 있는 기능이 없는 것이다. 이건 별거 아닌 것일까 아니면 충격적인 것일까?
모순에 의해서 차가 비싼 물건이 되었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여기에는 테슬라의 엄청난 비밀이 하나 연관되어져 있다. 그 비밀이란 어떻게 전세계에서 테슬라만이 유일하게 돈을 벌면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의 답이다. 사실 테슬라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마진률과 비교해 봐도 무려 2-3배정도 더 마진이 높다고 한다. 엄청나게 싸게 전기차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차나 폭스바겐 혹은 쉐보레같은 다른 기성차들은 전기차를 만들고는 있지만 마진이 높기는 커녕 역마진이 붙는다. 즉 차가 팔리면 팔릴 수록 손해를 본다.
사물에는 껍데기가 있고 내용물이 있다. 소비자는 대개 차를 탄다. 현대차를 사건 테슬라를 사건 5천만원 짜리 차가 굴러간다고 하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자동차의 내부를 보면 테슬라는 돈을 엄청 남기면서 차를 만드는데 현대차는 손해를 보며 만들어도 테슬라 성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 이 경쟁은 굉장히 힘든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오늘날의 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라고 해도 이미 전자제품에 매우 가까워졌다. 자동차는 수없이 많은 부품들로 이뤄져있는데 이 하나 하나가 다 반도체칩을 단 작은 로보트나 피씨같다. 그래서 부품회사는 공기계를 만들고 거기에 컨트롤 소프트웨어를 더해서 자동차 회사에 납품했고 완성차 기업은 이것들을 조립해서 완성차를 만든다.
그런데 수백개의 칩이 달린 자동차는 이미 하나의 기계라기보다는 기계들의 집합으로 봐야하고 여기서 중앙통제실과 이 부품들이 통신하는 방식이 문제가 된다. 이렇게 이미 전자제품이 되어버린 자동차지만 그 출발은 컴퓨터나 스마트폰같은 전자제품이 아니었기때문인지 이 통신방식 시대에 뒤쳐지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인터넷에서 쓰는 방식은 더 높은 보안을 보장하는 것이지만 최신형 차라도 테슬라 이외의 기업이 만든 전통적 내부통신 방식은 캔이라고 불리는 조잡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정리를 좀 해보자면 자동차 부품들은 작은 피씨들 같다. 하드웨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윈도우같은 소프트웨어 같은 것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완성차는 이런 작은 피씨들이 서로 통신하면서 작동하는데 이 통신방식은 우리가 익숙한 인터넷에서 쓰는 방식이 아니라 캔이라고 불리는 훨씬 단순하고 보안에 약한 방식이다. 컴퓨터를 사면 하드웨어값만 내는게 아니라 OS값도 낸다. 그러니까 자동차 부품회사들에게 완성차업체가 부품을 받을 때 내는 돈에는 이 소프트웨어 값도 포함되어 있다. 그것도 많이.
애초에 자동차회사가 아니었던 테슬라는 전기차를 시작할 때 이것을 처음부터 뒤집어 버리고 시작한다. 테슬라는 부품회사들에게 소프트웨어 필요없는 하드웨어만 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품값이 훨씬 싸졌고 이게 테슬라전기차가 싸진 이유다. 그리고 전기차를 설계할 때 캔의 방식으로 통신하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통신방식을 즉 우리가 인터넷에서 쓰고 있는 방식을 적용해서 완전히 새로운 통신방식으로 차가 움직이게 만든다. 그 덕분에 자동차의 성능이 OTA 소프트웨어 업그레드를 하면 달라지게된다.
이건 말하자면 피씨를 살 때 나는 윈도우 필요없다고 하고 사서는 집에서 파는 윈도우보다 더 좋은 윈도우를 혼자서 짜서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테슬라는 이걸 해냈다. 그래서 이건 외계인 기술이라고도 말해진다. 자동차 브레이크 성능이 나쁘다면 모든 차를 서비스센터에 불러들여서 재조정해줘야 할것같은데 테슬라는 os업그레이드로 원격에서 한방에 그걸한다. 문제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이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비슷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보안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상황은 테슬라는 ios같은 걸 계속 개발해 온 상태고 다른 회사는 이제야 상황파악하고 윈도우 개발시작한 단계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 회사들은 본래 그런 걸 잘하는 회사도 아니고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물에는 겉이 있고 속이 있다. 겉으로 비슷한데 속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1층집을 지었는데 황토집으로 짓건 철근콘크리트로 짓건 집은 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백층빌딩을 황토벽돌로 지을 수는 없기에 고층빌딩을 짓기 시작하면 속의 차이가 결정적이 된다.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는 모두 자동차다. 하지만 마차와 내연기관 자동차가 모두 탈 것이라고 해서 비슷한게 아니듯이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도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쓰는 부품의 3분의 1만 쓴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테슬라는 이미 전자화된 부품들이 조립되어 사용되는 방식또한 처음부터 뒤집어 버렸다. 물론 테슬라 자동차도 기계다. 그러니 기존 자동차 부품들을 쓴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그부분에 적응하고 나면 전기차는 진정으로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진화하여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물건이 될 수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센서의 수가 다르고, 그걸 통제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걸 개발하는 방식이 다르다. 한쪽은 펀치 카드에 구멍을 뚫어서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데 저쪽은 자연어처리 인공지능이 알아서 프로그램 짜는 식으로 다르다.
테슬라는 자기 자동차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FSD 가격을 만달러로 불렀다. 상황은 굉장히 윈도우와 피씨의 관계와 비슷해져가고 있다. 물론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어쩌면 언젠가는 테슬라는 자사의 하드웨어 비결을 공개하고 소프트웨어 회사가 될지도 모른다. 온 세상이 소프트웨어 없는 전기차를 싸게 만들고 테슬라 OS를 비싸게 주고 사는 것이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애플도 스마트폰을 자기들이 만들지 않고 하청준다. 그들의 경쟁력은 주로 IOS에서 나오는 것이다. 스펙만 보면 삼성폰이 더 좋으니까.
최근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발표했다. 이 전기차의 주행거리나 충전속력이나 아름다운 외양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테슬라의 속사정을 보면 현대차가 테슬라를 따라가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힘들다. 기성 자동차 회사는 전기차를 만들면 제 살깍아먹기를 해야 하는 것도 크다. 만약 한국이 엄청 가난한 시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일해서 세계에 자동차를 파는 나라가 되었다는 과거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래 한국사람들은 불가능한 것도 잘 한다. 굉장히 진취적이라서 테슬라 자동차도 많이 샀다. 이걸 보면 아이폰들어오고 얼마지나지 않아 안드로이드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열어나갔던 과거를 생각하게 된다. 기술이란 사실 엔지니어만의 힘으로 발전되는게 아니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을 미국이 개발해도 그걸 받아들이고 그걸 쓰는 사회적 구조가 따라와야 그 기술이 많이 쓰이고 더 발전되게 된다. 즉 소비자와 그 소비자가 있는 사회의 반응이 기술발전을 크게 지체시킬 수도 있고 촉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기술만 해도 된다 안된다 말이 많지만 그런 논쟁은 어느 정도 헛수고다. 지금의 기술로도 도로 자체를 개선해서 스마트하게 만들면 안전하게 사람이 없는 주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만 기계가 적응해야 한다고 말하지 말고 기계나 인공지능에 사회와 사람들이 적응하면 훨씬 일이 쉬워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할 정도로 사람들이 진취적인가가 문제다. 한국에서는 지금 스마트폰없으면 살기 힘들정도로 여러가지를 스마트폰으로 한다. 이것은 스마트폰을 쓰기 싫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불편한 변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보급률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 많은 한국인들은 얼리어답터다. 반면 일본같은 곳은 테슬라는 안사고 스마트폰도 갈라파고스적이다. 이게 진취성의 차이다. 한국이 인공지능과 전기차 산업에서 승리한다면 그것은 상당부분 이 국민이 가진 진취성의 차이가 크게 기여한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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