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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투자에 대하여

버블의 위험성, 버블경고의 위험성

by 격암(강국진) 2021. 2. 2.

요즘 버블을 조심하라는 메세지를 가진 기사나 책소개가 자주 눈에 띈다. 아무래도 미국 증시도 그렇고 한국 증시도 그렇고 한국 부동산도 그렇고 다들 엄청나게 올라 있으니 버블을 경고하는 메세지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런 메세지들을 보면서 그 메세지들의 위험성이 느껴졌다. 우리는 물론 버블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메세지를 맹신하고 습관적으로 살아도 안된다. 

 

역사를 뒤돌아 보면 피해자를 양산한 버블의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예는 네덜란드의 튤립버블일 것이다. 1630년대에 있었던 이 튤립투자 광풍은 버블의 역사적 시초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다른 유명한 예는 일본 부동산의 폭망이다. 덕분에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의 가격과 테슬라의 주식이 엄청나게 올라서 이것이 버블인가 아닌가를 가지고 사람들은 싸우고 있다. 엄청난 피해자를 낼 거라는 것이다. 얼마전에 비트코인 죽이기에 가까운 여론전이 있었지만 지금도 비트코인의 가격은 엄청나다. 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비트코인은 무조건 버블이라고 확신한다. 비트코인의 성공을 예측하는 것이 근거없는 광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만 비트코인의 죽음을 예측하는 것은 마치 광신이 아닌것처럼 말이다. 테슬라 주식도 마찬가지다. 

 

버블이란 사실 이것이 버블이라는 확실한 정의가 있는게 아니다. 버블 파괴의 경고를 할 때 역사속에서 피해자를 낸 사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의 기대를 한참 넘어서 성장한 것을 버블이라고 부른다면 세상에는 꺼지지 않는 버블도 많다. 하지만 꺼지지 않는 것은 버블이 아니니 뭐가 버블인지는 알 수 없는 셈이다. 내게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난 대표적 사례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50년전에 한국이 이정도까지 성장할거라고 믿었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삼성이 소니를 이길거라고 누가 믿었을까? 이제까지 한국이 성장해오면서 그 단계 단계마다 계속 여기까지라는 비관론이 따라 붙었고 운이 좋았다라는 요행론이 따라 붙었고 어떤 잔재주에 가까운 정책 하나가 한국의 발전을 이뤄냈다는 얄팍한 분석이 따라 붙었다. 그게 다 자신의 한국에 대한 저평가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고 이건 그냥 거품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한 행위인데 요즘은 한류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BTS가 인기가 있으면 그냥 그들은 대단하고 그들의 음악이 좋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게 아니라 여기까지다, 운이 좋았다, SNS를 잘다룬 정책이 좋았다거나 한국정부가 밀어줬다같은 분석이 따라 붙는 것이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한국 부동산의 가격은 거품이라는 말을 했던 사람들은 30년전부터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길게봐서 그 거품이 꺼졌는가? 그게 거품이 되었는가? 지금도 한국 부동산의 상승을 가지고 여러가지 분석이 붙는다. 나는 그게 정부의 정책실패때문이라는 설명을 하는게 꼭 일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든다. 하지만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설명은 종종 외면되는 경향이 있다. 그건 한국 부동산의 가격상승은 단순히 한국에 돈이 넘쳐나서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이 더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수출잘되고 뭔가의 이유로 돈을 잘벌면 사람들은 그걸로 부동산도 산다. 그러면 가격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만약 한국이 국민소득 5만불의 국가가 된다고 하자. 지금 서울의 부동산 값이 지금하고 똑같을 것같은가? 당연히 더 올라간다. 그럼 그 가격상승도 거품인가? 내가 한국부동산을 보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은 한국이 이정도로 빨리 선진국반열에 들거라는 점이었다. 한국 부동산 가격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한국자체가 부자가 된 것이다. 나는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때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흥분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데 그걸 이해는 하지만 동시에 한편만 본다는 생각이 든다. 왜 부동산이 오르고 있을까? 빈익빈 부익부도 있어서 문제지만 누군가는 돈을 엄청많이 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왜 이명박 박근혜때는 그런 일이 안생길까? 결국 대부분의 부자도 돈이 없어지는게 보수정권이라서, 경제를 폭망시키는 것이 바로 보수정권이라서가 아닐까? 그들은 쉬운 설명은 언제나 외면하고 지엽말단적인 것에만 머리를 쳐박는다.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약간 정리를 하자. 나는 거품이 부풀어 오른다는 경고들을 무시하라는게 절대 아니다. 내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바로 열대박이 한쪽박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다. 한번의 네거티브 거품은 당신의 인생을 끝장낼 수 있고 그 피해는 열번의 행운을 다 상쇄하고도 남는다. 우리는 그런 비극을 조심하고 조심해야 한다.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리고 인생에는 놀라운 일들이 생긴다. 그것은 폭망일때도 있고 폭등일때도 있다. 그리고 인생은 그런 놀라운 일에 아주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성실하게 살아야 하고, 절제하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은 절대로 그냥 하던일을 꾸준히 30년간하고 매달마다 300백만원 벌어서 100만원은 저축하고 그돈으로 나중에 부자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우리가 조심한다고 하면서 모든 놀라운 일들을 다 무시하고 눈감고 살 때 우리의 삶은 오히려 위험해 진다. 해석의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날 사실 인생은 한방이다라는 말이 옳다. 인생은 한방이다. 다만 아무래도 평소에 준비된 사람이 그 한방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크다. 

 

나는 고등학교때 진로에 대한 조언들을 듣고는 했다. 그럴 때 우리는 바로 거품을 조심하라같은 말을 듣는다. 꿈을 쫒지 말고 현실을 보라는 것이다. 더 안전한 길, 더 검증된 길로 가라는 조언을 듣는다. 그러면 우리가 살게 되는 길은 바로 30년동안 쭉 출퇴근한 끝에 아이들 키우고 은퇴하는 길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고 그걸 후회하지 않는다. 인생은 모른다. 거품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하지만 꿈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그 둘은 구분되지 않는다. 그걸 구분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 

 

과거를 보면서 비극적 사례를 찾아 볼 때 거품때문에 망한 사람들을 발견하고 우리도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리고 그런 메세지가 나쁘다고 공격하기도 쉽지 않다. 자칫하면 사람들을 무책임하게 거품으로 몰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전부다가 아니라면 대부분 어느 한 순간 소수자의 길을 걸은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많은 사람들이 잘난체 하면서 그들의 선택이 무모하고 괘씸한 것이라고 비판할 때도 그들은 그냥 자신의 선택대로 살았다. 아마도 그렇게 한 사람들의 다수는 실제로도 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중 남의 말대로만 해서 성공한 사람은 없다.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과 차별성이 하나도 없는데 왜 성공했을것이며 운이 좋아 큰 재산을 물려받아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자기 재산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남의 말대로만 하는 사람은 자아가 없기 때문에 결국 사기를 당하게 된다.

 

일이 지나고 난 다음에 실패한 사례들을 모아 저건 버블이었는데 사람들이 무모했다고 말하고 성공한 사례들은 모아서 내가 이것들은 성공할 줄 알았다고 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아마도 버블에 대해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하는것은 버블이 뭔지를 아무리 분석해도 뭔가가 버블이라는 예측을 미리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일 것이다. 

 

버블이라는 말도 있지만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말도 있다. 그리고 이 두가지 말은 사실상 객관적으로는 사전에 구분되지 않는다. 오직 이미 사건이 지나고 나서 실패한 사례들에는 버블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성공한 사례들에는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말을 붙일 뿐이다. 셀트리온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주가총액기준으로 한국에서 10위안에 드는 회사지만 아마 5년전만 해도 이 회사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거의 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주가가 오른 이 회사는 버블일까 아니면 이 회사는 의약산업이 한국을 이끌어 가게 되는 시대로의 변화 즉 패러다임의 변화를 알리는 것일까? 모른다. 그걸 판단하는 것은 당신 스스로일 수 밖에 없다. 지금 주식이 오르는 것은 투자라면 부동산 투자라고만 생각하던 한국사람들이 다른 선진국 사람들처럼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는 시대로의 패러다임 변화일까 아니면 그냥 거품일까. 역시 투자는 여전히 부동산인가? 아니면 지금의 주식이 과거의 잠실땅같은 것이 될 것인가? 그것도 모른다. 당신이 선택해야 한다. 

 

세상사람들이 흥분할때도 그런 일에는 신경 끄고 자기 공부나 하고 자기 일이나 하라는 조언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옳지도 않다. 투자를 할 때는 분산투자를 해야 하며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아서는 안된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옳지도 않다. 다시 말하지만 거품과 꿈 그리고 거품과 패러다임의 변화는 미리 구분할 수 없다. 그걸 구분하고 책임지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다. 그리고 평생 한번도 위험을 무릅쓰지 않은 사람은 거의 확실히 망한다. 요즘은 세상이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거품을 조심하라는 말에 세뇌되어 꿈도 버리고 세상변하는 것에도 귀를 막고 살다보면 인생은 확실한 실패로 갈 수 있다.

 

뻔한 조언도 뻔한 조언나름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뻔한 조언에 세뇌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위험성도 있다. 우리는 최대한 조심하고 합리적이 되어야 하지만 때로는 꿈을 쫒아야 한다. 준비된 자가 한방을 잡는 것이지만 인생은 한방이다. 너무 다수 속의 하나로 안전하게만 살면 인생은 확실하게 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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