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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한국문화

일본이 해야 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by 격암(강국진) 2021. 2. 22.

요즘 위안부 논문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그런가 하면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참 뻔한 문제가 자꾸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 것같습니다. 그것은 일본의 사과나 배상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누구의 무지인지 의도인지 모르게 문제의 핵심이 사과나 배상인 것으로 계속 보도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핵심이 잊혀지는 겁니다. 

 

그럼 핵심은 뭘까요? 핵심은 역사 그 자체입니다. 역사를 인정하고 그것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인정하고 그걸 가르치는 겁니다. 사실 그것에 비하면 총리가 머리를 숙였다거나 배상을 몇억을 했다거나 하는 것은 정말 아무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설사 배상이 중요한 것이라고 해도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것이지 원인을 흐지부지하게 만들어 놓고 결과를 논해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되면 배상이 배상이 아니라 원조처럼 됩니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일본인들은 일본이 한국을 도왔는데 뭘 더 도와달라고 하는가하는 식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마치 교통사고의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와서 돈을 몇푼 주면서 "부족해? 욕심이 많네. 뭘 더 도와달라는거야?"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역사가 핵심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서 세상에서 자주 반복되는 말들을 보면 왜 이게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쪽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얼마나 더 사과해야 하는가 하는 말이고 또 하나는 과거를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말입니다. 이 두 가지의 말은 사실 역사라는 문맥을 잊고 들으면 다 좋은 말처럼 들립니다. 왜냐면 이런 말을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한다면 실제로 좋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못쓸짓을 했더라도 사과하고 배상했으면 과거를 잊는 것도 좋은 일이겠죠. 사과를 벌써 했는데 계속 사과를 요구하는 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옳은 일이 아니고 대개의 경우 어리석은 일처럼 들립니다. 내가 학폭의 피해자라고 해도 사과를 받았는데 만날 때마다 다시 옛일을 꺼내면서 다시 사과하라, 다시 변상하라고 하는 것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죠. 과거를 잊고 사이좋게 미래로 나아가자는 말이 얼마나 그럴듯합니까?

 

그러나 국가와 국가사이에서는 이런 말은 정말 개소리입니다. 험한 말을 쓰고 싶지 않지만 이 뻔한 이치를 무시하고 넘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나서 이렇게 밖에는 말할 수 없군요. 왜냐면 개인의 기억과 국가의 역사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틀리고 기억이 틀립니다. 개인의 일은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지만 역사는 끝없이 기록하고 가르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여담이지만 일본에는 세계 2차대전때 미국이 일본을 선제공격했다고 아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세계 2차대전때 영국이나 미국과 한편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일본은 아무 죄없이 공격받아서 마지막에는 핵폭탄까지 맞은 정말 불쌍한 피해자라는 겁니다. 얼마나 역사를 안 가르치고 얼마나 우리는 피해자라는 말만 반복하면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일본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절대로 진주만에서 선제공격당해 죽은 사람들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반격으로 폭격을 한 미군에 의해 죽은 일본인들만 보여주지.

 

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예를 하나 기억해 보십시요. 얼마전에는 중국인들이 갑자기 BTS를 공격했죠. 한국전쟁에 대해 말하면서 중공군에게 감사하지 않았다고요. 중국인들 중에는 중공군이 한국을 도와줬고 미국이 한반도를 먼저 공격했다고 아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북한과 한국도 잘 구분 못하고 전쟁의 시작이 어땠는지도 모르는 겁니다. 

 

가르치지 않는 역사, 왜곡되는 역사는 이렇게 황당한 인식을 만들어 냅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일에 비해 사회단위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70년전이나 백년전이 아니라 전두환, 박정희 시대의 일도 이야기가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선일보같은 신문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저지른 민자터널에 대해서 보도하면서 정부가 이렇게 잘못했으니 반성하라고 주어를 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모르는 사람들은 현정권이 저지른 일인줄 알고 현정부를 비판하죠.  보수가 아이엠에프 국가부도를 일으켜 놓고 다음 정권인 김대중 정권때에는 보수신문이 경제폭망이라면서 정부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방화범이 소방관을 비판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핵심은 역사인 겁니다. 역사를 인정하고 그것을 확실히 기록에 남기고 그것을 계속 인정하면서 가르쳐야 합니다. 일본과 독일의 가장 큰 차이는 독일은 그걸 하는데 일본은 오히려 끝없이 역사를 자꾸 왜곡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옛날에 사과하고 인정했던 것도 다시 부정하려고하죠. 독일의 현정권은 히틀러를 계승하지 않으므로 히틀러의 죄악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일본의 정권은 일제를 계승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제를 옹호하는 역사를 자꾸 쓰려고 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해방이래 총리가 고개를 몇번 숙였다거나 배상금인지 원조금인지를 얼마 줬니 마니 하는 소리가 무슨 중요성이 있겠습니까? 

 

핵심은 역사이므로 역사를 인정하고 기록하고 계속 가르치라고 해야 합니다. 그것이 일본인들 태반이 모르는 역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시고 계시겠죠. 하지만 그걸 일본은 자꾸 사과의 프레임안으로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다시 얼마나 사과해야 하는가, 과거를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 같은 말을 하죠. 역사를 잊은 민족이나 국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왜 우리가 애초에 국적가지고 싸워야 합니까? 모두 미국인 한국인 일본인 다 잊어버리고 간단히 세계인을 하지? 그렇게 할 수 없으면서 개인과 국가의 경계를 혼동하는 말로 문제를 희석시켜서는 안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제가 한일 역사 문제를 보도하는 한국 뉴스를 보면 태반이 이 핵심을 무시하고 일본 시각으로 보도를 한다는 겁니다. 저 쪽이 사과프레임으로 나오면 이쪽은 역사프레임을 반복하면서 핵심이 역사라는 것을 계속 강조해야 하는데 어느새 사과가 충분하지 않았네, 사과를 번복했네같은 말을 합니다. 스스로 옛날 문제 자꾸 꺼내는 속좁은 사람처럼 한국사람을 만듭니다.

 

한국은 역사가 빠진 사과가 필요없습니다. 일본이 해야 하는 것은 사과나 배상이 아니라 역사의 인정입니다. 역사를 인정하면 그에 따른 정당한 행위는 저절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독일의 사과나 배상이 그 예입니다. 역사를 인정하기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죠. 반면에 역사를 부정하고 망각하려고 노력하는 한 어떤 그럴 듯한 사과나 배상도 무의미합니다. 한국도 일본과 잘 지낼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한다는 것은 몇마디의 말과 몇푼의 돈에 역사를 팔아넘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사람들 같으면 여기 큰 돈이 있으니 일본은 1900년 이전에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 뭐 다 지난 과거일인데 무슨 상관이냐. 일단 그런 것으로 해놓고 과거는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렇게 하는 건 진짜 말도 안되는 바보거나 매국노입니다. 역사와 과거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제발 이런 말들가지고 혼란스러운 장난 하는 사람들 좀 없었으면 합니다. 역사란 립서비스 한번으로 되는게 아닙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가르쳐야 하는 것이죠.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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