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참패로 선거가 끝났다. 현 정권은 반성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국은 이명박 박근혜 시대를 거쳐야 하는가? 반성을 안해도 문제지만 반성을 뭘하냐도 문제다.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걸 반성하라 저걸 반성하라라고 말하고 있을 터라 나의 목소리따위야 어디에도 닿지 않겠지만 그래도 몇글자 써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현정권의 최대 문제는 그 개혁성, 진보성을 상실한 것에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많이 비판하지만 현정권은 사실 굉장히 잘했다. 문제가 있다고? 그럼 한국에 문제가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한국은 지금 아주 잘 살고 있다. 세계를 보라. 조선일보같은 신문이나 우리가 영국같은 나라를 부러워하고 일본을 부러워해야 한다고 말하지 한국은 지금 모든 나라가 부러워할만한 상황에 있고 주가지수도 역사상 최고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정권은 제대로 정국을 이끌고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첫째로 현정권이 추구하던 두 가지 개혁과제가 거의 진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한반도평화정착이고 또하나는 사법개혁이다. 전자의 경우는 모든 것이 원상복귀된 느낌이고 후자의 경우는 이제 흙탕물싸움이 되버리고 만 느낌이다. 물론 나는 현정부가 이 분야에서도 나름 노력했고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며 그것도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로는 더이상 정치적 동력이 생겨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개혁성을 보여줄 얼굴이 있어야 한다. 장기적 과제를 위해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닿을 수 있는 미래에 존재하는 비전도 제시하면서 그걸로 힘을 모아야 한다. 해날 수 있을 것같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이낙연이 나온다. 이낙연은 정권을 지키기에는 너무 보수적이다. 아무 비전이 없다. 이낙연을 보고 있으면 한국은 이미 더 고칠 것이 없으므로 개혁할 것도 없다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런가? 이번 선거의 패배가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닿게 해주었으면 한다. 때로는 전진하지 않으면 저절로 후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낙연은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여러 사람에게 점수만 따려고 했다. 그 결과 최악의 시기에 최악의 여당 지도자가 되었다. 지도자와 참모는 다르다. 참모는 관리를 잘하고 디테일에 밝아야 하지만 지도자는 비전과 단호함이 있어야 한다. 이낙연은 좋은 총리로 좋은 참모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지만 엉망인 지도자로서 비전도 단호함도 없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었다. 보조금 선별지급에 이명박 박근혜 사면론을 외치는 이낙연과 지역화폐를 이야기하는 이재명을 비교하면 이낙연이 뭐가 부족한지 잘 보인다.
이와 연관된 것이지만 개혁의 큰 그림이 없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하나 있다. 그것은 자꾸 자잘한 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잘한 법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부동산법, 교통법, 과세원칙같은 것에서 말이다. 그것들이 안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큰 개혁이 실종된 상태에서 자잘한 법을 개혁하면 나타나는 것은 법이 점점 더 복잡하고 세부사항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말이 많아진다. 이런 세세한 조항이 일괄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큰 개혁과 큰 그림이 없어지면 이런 흐름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입시제도가 너무나 복잡해서 부모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누더기가 된 것이 한 예다.
이렇게 되면 공평이 뭔지 알 수 없어지게 된다. 안 그래도 사법부는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재판결과만을 쏟아내는데 거기에 이런 저런 복잡한 조항만 자꾸 더해서 정말 대다수 민중들이 살기 좋은 세상에 살게 되는 것일까? 아니다. 그런데 책읽고 말싸움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개 이런 복잡한 법조항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지도자가 큰 걸음이 지지부진하니 밑의 작은 개혁가들이 말싸움을 하면서 세상을 점점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잘한 건 법으로 하는게 아니다. 윤리로 하는 것이다.
이런 말 통하지 않을 것을 안다. 사실 정치판에 있는 대다수의 인물들이 비전이 없고 자기 메세지가 없다. 박영선이 서울시장? 지나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 그리고 나는 그래도 오세훈이 되어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박영선이 무슨 전문성으로 새로운 서울을 만드나? 차라리 나는 김진애가 훨씬 좋았다. 그녀는 나름 건축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에 서울을 이렇게 바꿔보겠다는 말을 할 수 있을것같기 때문이다. 서울같은 거대 도시는 그런 전문성보다 관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나? 그게 바로 개혁성이 떨어진 것이다. 더 이상 새 아이디어도 없고 개혁도 없이 그대로 하던대로 하면서 관리나 하면 안되냐고 하는거 말이다. 이낙연도 그렇지만 박영선이 개혁의 얼굴이 되나?
한국은 지금 해방이래 가장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 영광이 지금 위기이기도 하다. 이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추락할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눈에는 지금 여당이 그런 것같다. 더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같다. 그래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헝그리 정신은 이미 사라진 것인가? 우리는 또 이명박과 박근혜를 겪어야 하는가. 천운으로 지난번에는 그 악몽을 탈출했지만 그곳으로 또 간다면 이번에 우리는 영원히 그걸 탈출하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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