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스카 상을 탄 윤여정이 화제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보니까 더 그렇겠지만 미국현지에서도 유독 윤여정을 더 주목하는 면이 있다고 합니다. 그의 수상소감이 화제가 되어 작년의 봉준호와 더불어 한국 배우들은 말을 잘한다는 평을 듣기조차 한다는 것입니다. 올해의 화제인물은 당연히 윤여정이상으로 오스카 3관왕의 노매드 랜드를 감독한 클로이 자오여야 하겠지만 윤여정의 대중성이 이를 압도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이것이 두 가지 사실들에 주로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윤여정과 봉준호는 겸손하다는 겁니다. 그들은 모두 오스카상을 받으면서 자신과 경쟁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는 말을 합니다. 자신은 그저 운이 좋았다던가, 경쟁을 믿지 않는다던가, 존경한다던가 하는 말을 합니다. 또 하나는 윤여정과 봉준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한국인이라는 겁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서양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며 서양을 존경한다고 말하지만 자신을 키워준 바탕은 한국이고 한국을 자랑스러워하고 한국에게 고마워한다는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인에게 다정하고 좋은 친구가 되어줄 자세는 있지만 미국인이 되고 싶어한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윤여정은 얼마전에 자신은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으며 단지 미국에 사는 아들들이 보고 싶어서 미국 영화를 찍었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이는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BTS나 여전히 한국적인 배경을 가지고 상을 받은 봉준호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작년에도 오스카 상을 받은 일본계 미국인이 자신의 일본뿌리를 부정하는 일이 발생해서 일본사람을 당혹하게 했지만 올해에도 클로이 자오감독이 과거에 중국에는 거짓이 많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는 클로이 자오감독의 오스카상 수상을 보도하고 있지 않다고도 합니다. 즉 미국에서 성공한 중국인과 일본인은 자신의 나라와는 다르고 자신의 나라를 부정하고 성공한 느낌이 있지만 성공한 한국인은 이와 다르다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물론 단순히 이미지의 문제이긴 합니다만 제가 가진 이미지로 보면 미국의 배우들은 윤여정이나 봉준호가 보여주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수상식에서 보여줍니다. 그들은 개인주의적입니다. 그래서 그 수상을 대개 개인의 업적으로 기뻐하죠.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별로 없습니다. 또하나는 그들은 사회적이지만 동시에 어느정도 거만한 인상을 준다는 겁니다. 거만하다는 것이 연기라면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식으로 군다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그들은 수상소감에서 종종 정치 사회적인 발언을 합니다. 이게 나쁜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나는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내가 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라는 식의 태도는 아니죠. 봉준호는 사회성짙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수상식소감을 그런 메세지를 말하는 기회로 삼지 않습니다. 질문을 하면 답은 하지만 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면 그건 영화로 말하겠다는 식이지요.
아마 저는 많은 미국 사람들이 미국인들과 같이 수상대 위로 올라간 한국인을 보며 충격을 받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윤여정이나 봉준호가 대단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기 보다는 그들이 당연시여긴 것들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겠죠. 미국 중심의 사고는 미국인처럼 생각하고 사는 것이 최고이며 당연한 거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러니까 베트남이건 한국이건 일본이건 중국이건 그들이 미국 사회에서 성공했다면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보통 미국인보다 더욱 미국적인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것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적인게 아니면서도 성공하고 재미있고 존경할만한 인간성을 발견하는 겁니다. 이 인간의 발견은 그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BTS나 블랙핑크같은 가수들에게서도 발견하는 것이지만 그거야 대개 각본이 있고 가식이 있을 것같은 상황에서 그런 것이죠. 그런데 미국 수상자들이 차례로 나와서 미국식으로 말하는 수상식에서 유독 홀로 튀는 사람들이 나오는 겁니다. 그게 봉준호고 윤여정이었죠.
말하지만 그들은 매우 겸손하면서도 직설적입니다. 작년에는 봉준호가 미국 영화제를 지역영화제라고 말해서 화제가 되었고 올해는 윤여정이 영국사람들을 도도한 사람 (snob)이라고 말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저 수그리고 나는 못났지만 운이 좋았습니다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안나옵니다. 쉽게 기가 죽어서 자기 개성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인들이라면 아무리 성공해도 이렇게 말할 것같지 않지요. 물론 한국인도 일본인도 사람따라 다른 겁니다만. 그래서 미국인들이 재미있어 하고 어느 정도 통쾌해하기도 하는 것같습니다. 잘난체 하는 한국 재벌총수 모임에 굉장히 겸손하고 서민적인 재벌총수가 나타나서 당혹감을 주는 걸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저는 이것이 미국인에 의한 한국인의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중심주의에 빠진 미국인들은 사실 외국인들을 모릅니다. 그들은 외국인들이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틀렸다고, 덜 계몽되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선입견에 빠진 사람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준 윤여정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에 계속 좋은 뉴스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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