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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는 우리를 어디까지 바꿨는가?

by 격암(강국진) 2021. 5. 23.

모든 변화는 시간의 스케일에 따라 다르게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문명은 고작 1만년 남짓한 것입니다. 이는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눈깜박할 사이죠. 이제 코로나 사태가 벌어진지 1년 반쯤 되었습니다. 이런 스케일로 뒤를 돌아보면 과연 세상은 그 이전과 비교해서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해외여행은 실질적으로 멈췄습니다. 자가격리의 문제와 보건 위생의 위험 또 세계 경제의 침체로 멀리 여행가고 싶은 사람들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을 전보다 꺼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코로나의 공포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이전처럼 몰려 나오겠지만 그래도 전같지는 않을 것같습니다. 예를 들어 술집과 음식점은 잠시 머무는 곳으로 공포가 덜하지만 사우나나 찜질방, 호텔과 노래방은 아무래도 전과 같아질 것같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개인공간을 가지는 일에 보다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는 일을 보다 멀리하게 되었다는 말이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차박과 캠핑 열풍도 코로나로 인해 생긴 개인공간 선호의 경향에 분명히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전에는 리조트에 가서 호텔방에 머물고 풀장에 들어가는 것이 보다 인기였다면 이제는 자기 차에서 차박하거나 자기 텐트에서 캠핑장비로 별장을 차려놓고 즐기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겁니다. 그건 개인공간이니까요. 외식이상으로 음식을 시켜먹거나 아예 집에서 요리를 해먹거나 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밀키트 같은 것이 보다 인기있어졌습니다. 끓이거나 굽기만 하면 복잡한 요리도 집에서 간편히 해먹을 수 있으니까요. 

 

언론은 자연히 코로나와 방역에 대해 계속 떠듭니다. 이 일은 코로나 뿐만 아니라 건강문제 일반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크게 올립니다. 코로나가 아니라 감기만 걸려도 찝찝하고 병원에 가기 싫으니까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감기도 오랜동안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합니다. 이때문에 병원들이 재정난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질병이 전반적으로 줄었습니다. 이것은 공중보건의 문제에 있어서 약간의 조심이 얼마나 큰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코로나는 한가지 큰 사실을 자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자유나 개인주의라는 이름뒤에서 혹은 그냥 이기주의의 뒤에서 사람은 다 각자 사는 거라고 하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을 믿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돈이 그렇게 흘렀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정도면 공적자금을 덜 푼 겁니다. 선진국들은 훨씬 더 엄청난 돈을 풀었습니다. 그냥 국민들에게 돈을 뿌렸습니다. 삶은 훨씬 더 공동체와 국가의 정책과 질서에 관련된 것으로 인식되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모임을 하다가 단체로 코로나에 걸렸다거나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생 각자 사는 거지 사회질서나 공동체가 뭐가 중요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을 믿기는 힘이 듭니다. 

 

본래 인공지능의 미래를 논하면서 인공지능이 만들 미래세계에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마치 세상에 이미 그런게 있는 것같은 세상을 만들었죠. 과연 우리가 코로나가 정리되고 나도 예전으로 돌아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학교는 멈추고 화상수업이 보편화되었습니다. 과연 코로나가 정리된 이후에 학교의 역할과 위상이 예전과 같아질지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해외여행이 멈춘 세상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크게 성장했고 반대로 일본의 존재감은 굉장히 크게 추락했습니다. 본래가 한국은 수출 지향적 국가이고 일본은 내수 중심 국가여서 경제규모와 인구가 차이 나는 것에 비하면 한일간의 무역규모는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바이러스와 상관없는 문화컨텐츠나 공산품을 수출합니다. 반대로 일본은 쌓아놓은 돈은 있지만 갈라파고스라는 별명처럼 우리는 우리식대로 산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코로나로 세계경제가 침체하고 해외관광산업이 몰락하자 한국의 문화상품, 한국의 반도체, 한국의 의료상품등이 오히려 더 인기가 좋아졌습니다.

 

지금의 일본은 전혀 존재감이 없습니다. 지금의 세계가 원하는 것을 일본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고작 자본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경제와 산업에서 불확정성이 큰 시대에 단순 자본은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베트남이나 미얀마에 투자를 한다고 해도 현지사정이 유동적이니까요. 미국도 돈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기술과 신산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일본은 할게 별로 없습니다. 미국은 침체를 극복할 새로운 뉴딜사업이 필요한데 반도체도 배터리도 인공지능도 5G도 일본은 뒤져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팩스쓰고 도장찍는 나라와 무슨 뉴딜사업을 벌이겠습니까? 바로 어제 미국의 대통령이 미국에 투자해 줘서 고맙다고 방미중인 한국의 대통령과 한국의 기업가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일본은 분명 국가총생산면에서 한국보다 큰 나라이지만 미국에 그런 일을 해주기 어렵습니다.  

 

세계는 아직 코로나가 한창입니다. 인도에서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가 다시 세계를 휩쓸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지 않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코로나 사태가 만든 여파가 대충 수습되는 것도 앞으로 몇년이나 걸릴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는 불가역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2020년 3월 13일에 저는 코로나가 불가역적으로 바꿔버릴 세상에 대한 글인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를 썼습니다. 트럼프의 재선이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그 글에서 저는 두가지의 미래에 집중했습니다. 하나는 국가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보건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고 이때문에 한국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세계인들은 더 이상 보수적으로 살 수 없다고 느끼게 될 거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미 세계의 선진국들은 굉장히 낡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국도 일본도 영국 프랑스 독일도 별로 미래적이고 선진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많은 돈을 썼기 때문에 경치침체를 극복해 보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이제 변해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미래가 아니라 당연한 미래가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선진국이라고 자부심을 가졌던 나라들은 물론 상처난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위대하다라며 구호를 외치겠지만 정신 차리라고, 우린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고,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어도 한동안 큰 힘을 얻을 것입니다.

 

이제 미래는 단순히 법을 조금 손보는 것으로는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는 그보다 새로운 사업이 필요합니다. 때마침 커지기 시작한 전기차 산업과 인공지능 산업은 어쩌면 이러한 필요성때문에 더욱 빨리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발전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것은 산업계의 지각변동은 물론 세계 패권의 지각변동도 의미하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의 끝에서 저는 한국의 밝은 미래를 봅니다. 그것은 물론 가능성일 뿐이지만 굉장한 기회입니다. 그 기회는 한국이 세계속에서 모범국가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것도 패권이라면 세계의 문화적 패권을 잡을 기회입니다. 앞에서 말한대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세계의 사람들은 당연히 그 모범사례를 찾을 겁니다. 우리가 독일, 프랑스, 미국, 심지어 일본을 본받았듯이 그들도 본받아야 된다싶은 나라를 찾을 겁니다. 왜냐면 완전한 창조보다는 모방이 훨씬 빠르니까요.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생생한 사례를 직접 제시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들이 찾는 나라는 이런 조건을 갖췄습니다.

 

공공의식이 뛰어나고, 보건문제에 훌룡히 대처하며, 미래 산업에 강점이 있고, 시민들이 변하려는 의지를 가진 민주주의 국가. 

 

지금 지구상에서 이런 이상에 가장 가까운 나라는 한국입니다. 그래서 한국을 열심히 비하하고 욕하는 일본에게 미래가 없는 겁니다. 왜냐면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자연히 미래 그 자체에 등돌리고 있으니까요. 물론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멉니다. 하지만 과제는 우리만 가진 게 아닙니다. 다른 나라의 과제들이 오히려 더 무거울 수도 있습니다.

 

미안한 일입니다만 코로나 시대는 실질적으로 영원히 끝나지 않습니다. 백신맞고 치료제 개발하면 물론 코로나 19시대는 몇년안에 다 정리될지 모르죠. 올해 말쯤이면 다들 마스크 벗고 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게 코로나 시대의 끝은 아닙니다. 코로나 19가 있었는데 다음 번 전염병의 창궐은 왜 없겠습니까? 이번처럼 대단해 지기 전에 사전차단을 될지 몰라도 이번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슷한 사례가 있으면 우리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그걸 막겠다는 노력, 그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는 한 코로나 시대는 계속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잘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런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빨리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가망없는 희망에 불과합니다. 단지 그런 끊임없는 위협은 그 시대를 살아남는 나라를 빛나게 해주겠죠. 그게 한국이었으면 하고 한국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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