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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인터뷰와 시대적 과제

by 격암(강국진) 2021. 7. 18.

얼마전에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재명의 인터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인터뷰를 들으면서 한가지가 귀에 들어오더군요. 그것은 이재명표 다음정권은 과연 뭐가 다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면서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부동산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이야기지만 이에 대해 이재명은 그 답이 관료장악이라고 말합니다. 언뜻 들으면 독재로 돌아가자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 말은 시대적 요구를 잘 요약한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오랜 동안 개혁이 독재타도내지 권위주의 정권 교체를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는 지났습니다. 이제 한국이 진짜 개혁되려면 정권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사회의 기성 기득권 조직들 그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겁니다. 그 대표적인 집단이 바로 공무원 조직입니다.

 

한국의 역사를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한 1987년 6.29선언은 34년전의 일입니다. 그리고 최초의 문민정부라고 불리는 김영삼 정권도 1995년부터치면 불과 26년전에 시작되었죠. 그러니까 30년간 공직생활을 했다는 말은 공직생활을 전두환 노태우 군사 정권때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더 나아가 그러니까 이 땅에 있는 많은 유서깊은 집단들은 좋건 나쁘건 그 시작이 군부독재시절부터였다는 겁니다. 실제로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총리인 황교안이 바로 그 공안검사 출신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간의 민주화운동으로 정권은 바뀌었을지 모릅니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사람들도 분명 많이 바뀌었습니다. 공무원도 기업인도 의사도 과학자도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조직은 다릅니다. 우리는 조직과 구성원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이 한 집단으로서 하는 행동을 보면 사악한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인을 미워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문제는 상당히 다른 문제입니다. 된장찌개가 맛없다고 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재료들이 모두 다 맛없는 재료, 상한 재료라는 뜻은 아니죠. 훌룡한 재료들을 모은다고 된장찌개가 저절로 맛있어 지지는 않습니다. 그 조합과 균형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조직과 조합원의 관계는 대개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기자와 언론은 다릅니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다릅니다. 삼성직원과 삼성이라는 회사는 다릅니다. 당신의 세포와 당신이라는 사람이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문제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오래된 조직들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조직들은 마치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인 것처럼 그 낡은 정체성을 유지합니다. 그러니 가면 갈 수록 시대에 뒤쳐지는 겁니다. 광복이후 미군정이 친일파를 득세하게 만든 것은 이미 70년은 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아직까지도 남아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조직에서 우두머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자신과 사고를 똑같이 하는 사람을 후임으로 키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후임이 나이가 들면 또 다시 그 후임으로 그런 사람이 출세하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은 아닐 수 있지만 오래된 조직은 낡은 정신을 가지게 쉽습니다. 그러니까 아직도 쌀밥에 고깃국먹는 것이 소원이던 시대에 그런 미래를 만들어 보자는 소리를 들으며 큰 사람들이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고 있을 수 있는 겁니다. 조직내부에서 낡은 문화가 경쟁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것이 국가 전체에서, 세계 전체에서 통한다고, 그것이 바람직하거나 자연의 법칙처럼 당연한 것이라고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가장 훌룡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대통령이나 장관으로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봐야 금융, 공무원, 노동계, 사법계, 학계, 종교계등 많은 분야에서 오랜 시간 존재감을 가지고 조직을 유지한 곳들은 그 모든 훌룡한 생각을 망치고 맙니다. 그 조직들은 가장 보수적인 사람을 우두머리로 하기 때문입니다. 망치는 못을 박고자 합니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조직은 만들어진 때의 자신의 목적을 계속 유지하고자 합니다. 낡은 시대의 조직들이 그리고 그걸 장악한 소수의 우두머리들이 한국을 자꾸 옛날로 돌아가게 만들려고 하는 거죠. 군대문화를 바꾸려고 해도 고생 다 하고 병장이 된 사람이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처럼 말입니다. 

 

아주 좋은 예가 바로 의료계였죠.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1부를 보고 감동받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의사를 하는 제 지인은 당당하게 너무나 현실적인 의학드라마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지난번 의사와 의대생의 난때 그들의 집단행동을 보면서 많은 시민들은 충격을 먹었죠. 저는 이 나라에 헌신적이고 성격좋은 의사들이 많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협같은 집단을 이야기할 때면 상황은 전혀 다르죠. 좋은 목사님들이 있다는 것과 기독교 조직이 어떤가 하는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좋은 학자들이 있다는 것과 학계가 어떤가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노동운동하는 집단인 민주노총은 어떻습니까? 이번에 엄중한 코로나 위기속에서 집회를 열어서 자신들이 몇몇 보수 기독교 단체들과 별로 차이가 없는 사람들임을 분명히 하죠. 여성계는 그럼 어떨까요? 금융 마피아라는 금융계는 다름니까? 대학교 자원봉사 표창장 사건에 7년구형을 요청한 검찰은 그럼 어떻습니까? 언론은 말해 뭐하겠습니까. 

 

이런 글은 많은 사람들은 분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모두를 욕하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을 말하는 겁니다. 분노하지만 말고 그리고 자신이 속한 조직만 빼고서 제가 한 말을 생각해 보십시요. 이 나라에 존재하는 오래된 조직들이 시대에 걸맞지 않게 낡았고 보수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과연 자신이 속한 조직은 이 시대에 걸맞게 행동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시대에 뒤쳐지고 있지 않나요? 저는 보수 정치권은 물론 학생운동에 뿌리를 둔 민주화 운동 조직까지 다 말하는 겁니다. 

 

노무현, 문재인 정권 시기 모두에서 사람들이 분노하고 답답해 하는 일이 있습니다. 힘이 부족해서 그러는가 싶어서 국회까지 과반을 만들어 줘도 뭐하나 개혁이 진전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답답하더라는 겁니다. 이 일에 대해서 생기는 한가지 오해는 문제가 법과 대권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즉 대통령이 공약하고 국회에서 좋은 법만 만들면 개혁이 이룩될거라고 믿는 것이죠. 하지만 법은 만들기 어렵고 법이 만들어져도 좋은 소식은 별로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정권들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공수처법에 썼습니까? 지금 사법부 개혁이 되었습니까? 더더욱 분명해지는 것은 결국 법이 뭐건 세상은 사람손에 의해서 돌아간다는 사실아닙니까? 그리고 그 문제의 사람은 바로 조직에 의해 선택되고, 조직의 압력을 받죠. 법이 안 중요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일은 사람이 하는 거라는 점을 잊고 문제는 자꾸 법에 있다고 생각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세상이 안바뀌는 것이 법때문이라고 계속 생각합니다. 교통사고가 납니까? 그건 교통법때문이겠죠. 아이가 안태어납니까? 그것도 법때문이겠죠. 교육이 엉망입니까? 그것도 법때문일 겁니다. 부동산 투기가 계속됩니까? 그것도 법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엉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법을 더욱 더 세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고 그걸 위해 에너지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나쁜 일도 하게 되는 겁니다. 세상을 위해서. 

 

이런 누적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조직들에 관련되어 있기에 가장 먼저 바꿔야 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사법부를 포함하는 공무원조직입니다. 법은 지금 있는 법도 충분히 좋습니다. 오히려 쓸데없이 복잡하기만한 법이 많은지도 모릅니다. 지나치게 통제하려드는 게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조직 그 자체입니다. 사람입니다. 문화입니다. 

 

이걸 한마디로 바꾸면 이렇게 될 겁니다. 관료장악. 요즘 기재부가 거의 왕처럼 나라를 움직이려고 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는 그런 부처가 있는지도 몰랐던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마치 자기 생각대로 안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난리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어떤 좋은 생각을 가졌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실질적인 성과는 크게 없을 겁니다. 조직으로서의 그들은 이미 문제 해결의 도구가 아니라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는 문제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대통령은 좋은 생각을 가진 것과 더불어 그걸 실천할 실천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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