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대선에 있어서 역사의 중요성

by 격암(강국진) 2021. 8. 21.

21.8.21

요즘은 다음 대선에 대한 걱정이 앞을 가린다. 잘못된 지도자가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 우리의 역사와 외국의 사례들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오죽하면 일본의 아베나 스가 총리를 한국의 네티즌들이 응원하겠는가. 저렇게 계속 하면 일본 망할테니 쭉 그렇게 하라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이제 대선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것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역사고 네러티브다. 

 

한 지도자가 한 나라를 50년쯤 통치한다면 그래도 이야기가 다를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대통령은 겨우 5년의 임기 한번으로 끝난다. 그 기간동안 뭘 이루던 그것이 온전히 그 하나의 정권, 그 한 지도자의 성취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게다가 해방직후의 극심한 가난속에서는 뭘 해야 할지가 아주 분명하고 기본적이었다. 그럴 때는 역사며 네러티브며 그런 걸 그다지 따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며, 세계 6위의 군사강국이며, 세계가 4차산업혁명과 방역과 혁신의 선두주자로 인식하는 나라가 된 한국은 이제 역사가 필요하고 네러티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든 그 성취를 노무현 정권과의 연장선상에서 말하지 않는 것은 부당한 일이 될 것이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친구이며 노무현의 비서실장이었다. 자연히 국민은 문재인정권을 노무현 정권의 후계로 생각하고 이해했다. 그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권때 정치나 행정경험을 쌓았던 사람들이 결국 문재인 정권에서 일을 하게 된 일이 많다. 사실 문재인 스스로가 노무현이 정치가로 만든 사람이 아닌가. 노무현의 인적, 정치적 유산이 없었다면 문재인 정권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역사니 네러티브니 하고 말한다고 해서 어떤 주관적이고 비물질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내가 말하는 것은 하나의 역사적 프로젝트는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선조가 쌓아온 것의 연장선상에서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두환도 정의로운 국가를 말하고 노태우도 보통 사람의 시대를 말했다. 실제로 실천했는가는 둘째치고 우리가 지금 충분히 정의로운 국가에, 충분히 보통사람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가는 다른 이야기다. 노무현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말했고, 노무현 정권이 끝났다고 해서 우리가 지금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물론 없다. 

 

한국에는 아주 여러개의 프로젝트들이 있다. 그것들 중에는 아주 오래전에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끌고 있는 것도 있고, 최근에 시작되어 비교적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은 것도 있다. 어떤 것은 더 이상 추진할 필요가 없는 프로젝트도 있고, 어떤 것은 잠시 망각되었으나 더욱 가열차게 빨리 추진해야 할 프로젝트도 있다. 이 프로젝트들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진전시킬까를 말하는 것이 바로 역사의식이고 네러티브다. 성장한 국가가 된 한국에서 이제는 이런 역사의식과 계승의식이 비전의 몸통이다. 대선판에서 나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계승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그 두 사람이 대표하는 역사적 흐름과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나는 김대중과 노무현의 계승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들의 프로젝트를 계속하겠다는 말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상당한 업적을 쌓아올린 나라가 되었으므로 우리가 어떤 사고와 주장을 더 연결하여 펼쳐나갈 것인가를 말해야 하고, 그것이 거의 절대적으로 중요해졌다. 조선에서 고려로 가는 먼 과거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현대사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 쌓아온 것을 모두 지워버리고 처음부터 사고하자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세상에는 소수의 총리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박근혜 사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역사의 무거움을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제도 물론 언젠가는 수정되게 될 것이다. 그런데 1987년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흘려 만들어 낸 대통령 직선제가 탁상앞에서 이런 것도 좋지 않냐면서 지워버릴 그런 가벼운 것인가? 약간 수정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대통령제를 무력화한다? 박근혜 탄핵을 위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었나? 감히 그녀의 사면을 논한다는 것은 역사를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닌가? 이다지도 역사를 가볍게 보기 시작한다면 애초에 한국 사람이면 어떻고 일본 사람이면 어떤가. 다시 말해 나라를 팔아먹으면 어떤가. 역사를 우습게 아는 태도는 결국 매국이 된다. 이런 태도는 결국 엘리트주의고 전체주의다. 대중을 무시하는 것이다. 역사와 국민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한국은 결국 퇴보할 것이다. 

 

최근에는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 힘도 광주에 가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치켜 세운다. 나는 그 사실 자체 하나가 문제가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앞뒤가 맞고, 설득력이 있는 네러티브를 그들이 가졌는지 아니면 그냥 여기 저기서 좋다는 것은 다 끌어다가 나도 그걸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그 정도의 역사적 이해와 염치를 가졌다면 그런 사람은 정치를 해도 그렇게 할 것이다. 자기 잇속만 챙기고 여기저기서 일관성도 없이 아부의 말만 하면 정치는 되는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추미애는 자신이 한 행동중에 최악의 행동이 노무현탄핵에 참여했던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지만 만약 그녀가 용서받을 수 있다면 적어도 그정도의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노무현 시대에는 뭐든지 노무현 탓이라고 하면서 시계가 어떠니, 아방궁이 어떠니 조롱하던 자들이 바로 그 노무현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고, 노무현 덕에 정치가가 되어 놓고도 노무현 탓하기 바빳던 자들중에 이제와 노무현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을 돌로 쳐죽여 놓고 그 사람이 죽으면 거기에 와서 꽃을 바치는 거랑 뭐가 다른가. 

 

누구나 잘못을 하고 반성을 하고 사기도 치고 완벽하지 않다. 겉으로 봐서는 다 알 수가 없으니 우리는 기대도 걸다가 실망도 한다. 어떤 후보이건 절대로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거라고 믿는다면 그 사람은 바보거나 세상을 그다지 길게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해도 하고, 용서도 해야 한다. 인간은 유한하다. 

 

하지만 그래도 일관성 있는 생각으로 영원을 살려고 하고 보편을 살려고 하기에 인간으로 남는 것이다. 최소한의 역사적 안목도, 자기가 어떤 프로젝트를 이어나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소신발언도 없이 기회주의적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성공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영향력있는 정치가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을 당선시키는 것이 단기적으로 실패로 남건 성공으로 남건 크게 보면 그건 실패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이 없으며 오히려 잘못된 교훈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우는 것이 없는 사람은 언젠가 큰 실패를 하게 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