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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한국문화

BTS는 왜 해외에서 인기가 있을까?

by 격암(강국진) 2021. 5. 25.

최근 신곡 버터를 발표한 BTS는 작년의 다이나마이트의 성공을 기반으로 빌보드 4관왕에 도달했다. 버터는 유튜브 조회수로 보면 다이나마이트보다 더 대단하다고 하니 BTS가 정말 어디까지 인기가 있을지 상상이 안될 정도다.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미 BTS는 우리가 전설로 알고 있는 뮤지션들의 경지에 도달했다. 빌보드 1위를 하는 것은 이제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닌 그런 가수가 말이다. 아마 BTS가 동요를 불러도 빌보드 10등안에는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왜 BTS는 인기가 있을까? 노래와 춤이 훌룡하고 잘생기고 팬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모습때문이다라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물론 운도 큰 영향을 발휘했을 것이지만 거기에 어떤 피알방식이라던가 전략이라던가 하는 부분을 더하여 그것이 마치 주된 이유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이상의 설명은 사족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BTS를 보다가 외국의 가수들을 보면 BTS가 외국에서 인기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게 만드는 생각이 반복된다. 그것은 공연과 뮤직비디오의 기초가 BTS는 다르다는 것이다. BTS를 보면 신기할 때가 있다. 노래와 춤이 좋다는 것은 둘째치고 그들은 정말 정교하게 짜여지고 복잡한 무대들을 많이 만든다. 그리고 공연할 때마다 그것을 반복하며 이전의 자신을 뛰어넘는다.

 

한마디로 BTS의 공연들이 4차원 5차원이라면 많은 서양가수들의 무대는 1차원적으로 느껴진다. 장르를 바꿔가며 복잡하게 부르는 한국 노래의 특징은 시작에 불과하다. BTS의 춤은 너무 난이도가 높아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가라고 계속 립싱크 의혹이 따라다녔다. 게다가 노래와 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BTS의 무대는 계속 특수한 장치들과 조연들이 등장한다. 전설적인 무대중 하나였던 2018년 멜론뮤직어워드 아이돌 공연을 보면 이건 노래 한곡의 무대가 아니라 무슨 한편의 거대한 버라이어티 쇼를 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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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그저 무대 하나, 곡 한곡일 뿐이다. 방탄은 이런 무대들을 계속 해서 만든다. 같은 곡에 대해서도 다른 무대들을 만든다. 이런 공연들을 보다가 그저 마이크 하나들고 무대로 나와 적당히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서양가수들을 보면, 물론 그들의 노래도 종종 너무 멋지며, 그들의 재능에 감탄하게 되지만 뭔가 준비한 양이 너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서양가수의 공연이 그냥 한 그릇의 음식이라면 BTS의 공연은 엄청난 코스 요리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서양가수의 공연이 그냥 재능만으로 만든 무대같다면 BTS의 무대는 거대한 서포터가 붙은 종합예술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자기들 가수무대만 보던 외국 사람들이 BTS의 무대를 보거나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충격을 받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을까? 실제로 외국인 반응같은 곳에서는 외국인들이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이건 영환데, 이럴 수가 있나하는 말을 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한국의 노래와 외국의 노래는 사실 역사가 다르다. 우리가 요즘 노래를 1990년대나 1970년대 노래와 비교하면 요즘 노래가 훨씬 더 복잡하다. BTS의 노래를 80년대 후반에 인기가 있었던 유재하나 변진섭의 노래와 비교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데 서양에서는 이게 반대다. 반세기전의 가수들은 여러가지를 모색하면서 오케스트라를 동원하는등 아주 복잡한 노래들을 불렀다. 퀸이 1975년에 발표한 보헤미안랩소디같은 노래를 들으면 이게 정말 대중음악으로서 팔아먹자고 만든 노래인지 자기들 맘대로 한번 해보자는 것인지 모를 정도다. 아카펠라, 오페라, 하드록, 발라드등 여러 장르를 섞어서 5분 55초나 되는 긴 곡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요즘의 서양인기노래들은 대개 아주 단순한 리듬을 반복하는 것이 보통이다. 

 

말하자면 한국의 음악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꾸 미래로 가려고 하면서 자기를 초월하려고 하는 반면 서양의 음악들은 과거의 전성기때의 음악과 가수를 모범으로 삼아 자꾸 그것을 단순화하며 반복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것은 서양 뮤지션이나 서양 대중이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과거의 나도 그랬지만 많은 한국인들이 착각하는게 있다. 본래 서양에서는 피아노교육이 흔했고 그걸 한국같은 곳에서 받아들였지만 지금 외국의 유명음대에는 한국인들이 득실대며 정작 서양인들은 음악교육을 그만 둔지 오래다. BTS의 피땀눈물의 뮤직비디오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같은 중년의 한국사람에게는 헤세의 데미안같은 것은 어느 집에나 있는 책이었다. 전집류에 종종 끼어서 말이다. 그런데 댓글을 보면 서양사람들이 데미안을 모르는 경우가 수두룩 하다. 나는 마치 미국 사람이 허생전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한국사람이 허생전이 뭐냐고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단순한 대중이 단순한 노래를 히트치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한국 대중음악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바탕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그리고 이 한국은 높은 개혁의 의지와 교육수준으로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다. 거의 모든 사람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대학에 가는 한국같은 나라는 또 있기나 한지 모를정도로 세계에 드물다. 그냥 학교를 다니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학생들의 일과는 가혹하다. 영국이나 미국이나 일본의 고등학생들은 한국학생의 일정을 대개 쫒아가기 힘들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히 아이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학교가는 대신에 연습생을 하는 그들인데 다른 학생들은 야자하며 하루도 안쉬고 공부하는 나라에서 연습생은 느슨하게 할 수가 있을까? 재능이 있다고 해도 게으르면 누군가가 나를 대체할 텐데? BTS도 블랙핑크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다. 블랙핑크도 그 재능을 보면 당연히 성공했어야 하는 사람들같지만 실은 연습생 시절에 많은 사람들을 탈락시키고 살아남아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BTS를 보다보면 역시 야간학습에 밤새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득실대는 나라의 아이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들은 서양이라면 가혹행위 논란이 나올정도의 연습이 만든 결과물이다. 

 

노래의 메세지도 다르다. 소위 선진국의 가수들은 탐욕적이고 분노를 표출하는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같다. 그러니까 욕망을 불사르고 막힌 사회에 절망하는 노래랄까. BTS의 노래에 좌절과 분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다르다. BTS의 노래는 상대적으로 희망적이다. 이는 보수적인 선진국의 젊은층이 가지는 좌절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변할 수 있고, 내가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거기에는 거세되어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모두 아주 오래전부터 그대로인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대중가요는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여러모로 바람직하지않다. 그래서 미국의 부모들은 자식들이 BTS를 듣는다고 하면 좋아한다고 한다. 이는 힘들게 걸어왔기는 했지만 이제까지 계속 발전해 온 한국의 역사가 만들어 낸 차이가 아닐까? 

 

한국의 아이돌은 재능이야 당연한거고 기본적 노력과 성실도가 외국가수들과는 다르다. 끝없이 자기를 초극하겠다는 의지가 또 달라보인다. 이런 것이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만 BTS는 결과적으로 그런 면들이 잘 발현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예전에 빨리빨리 병이 있다고 스스로를 비웃었는데 이제는 그게 효율성과 진취성으로 칭찬받는 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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