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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선택의 3원칙

by 격암(강국진) 2021. 11. 10.

21.11.10

인생에 있어서 진짜 문제는 오직 하나 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이렇게 선택은 중요한 것이니 나는 이제까지 선택이라는 주제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는 했었다. 그렇다면 선택을 할 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원칙이란게 있지 않을까? 있다. 나는 그것을 선택의 3원칙이라고 부른다. 오늘은 그걸 소개해 보자.

 

1. 천천히 정보를 모아라.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천히 하는 것이다. 섯불리 그리고 필요이상으로 빨리 이거다라고 선택할 필요는 없다. 주어진 시간이 있다면 그걸 충분히 쓰면서 최대한 마음을 다잡으며 정보를 모으고 생각을 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의 다음의 다음을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공식적으로는 선택을 한게 아니더라도 이미 선택을 한 것같은 마음상태가 된다.

 

아무 예나 좋지만 예를 들어 이번 주말에는 어디로 여행을 갈까를 선택한다고해보자. 그러니까 속초를 갈까 아니 제주를 갈 수도 있는데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 속초에 간다면 뭘 먹을까, 비용은 얼마나 들까, 이 가게에 가면 이런 사진을 찍고 저 호텔에서 자면 그 앞에서 이걸 먹어야지 하는 식으로 생각이 이어지기 쉽다. 어느 정도까지는 속초에 간다라는 선택의 다음 단계로 생각이 번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우리는 너무 섯불리 세세한 것으로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미 선택이 내려진 거나 마찬가지가 된다. 한참을 그렇게 속초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누가 제주는 나빠?라고 물어보면 우리는 이미 속초에 대해서는 자세한 계획과 상상을 다 했는데 제주에 대해서는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러면 이미 선택은 거의 내려진 거나 마찬가지며 천천히 정보를 모은다는 원칙은 어겨진 것이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으로 충분히 천천히 너무 열중하지 말고 정보를 모아야 큰 그림을 놓치지 않게 된다.

 

2. 마음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라.

이렇게 많은 정보들과 조언들을 듣고 나면 우리의 마음은 정보들로 어지러워진다. 어쩌면 누군가는 당신이 절대로 속초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라던가 당신이 절대로 수학과에 가서는 안되는 이유같은 것을 당신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차분히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당신이 내려야 하는 결론은 이미 나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선택을 할 때 중요한 건 이제 정보가 아니다. 시간을 들여서 정보를 모으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너무 무지해서 너무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할 가능성을 제거 하기 위해서이다. 그걸 위해서 우리는 조언도 듣고 정보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정보를 다 듣고 나서 그 정보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선택의 순간이 되면 우리는 그 정보를 다 잊었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제주로 갈까 속초로 갈까? 이럴 때 당신의 마음이 주는 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보란 필연적으로 남의 체험에 관한 것이거나 보편론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당신이란 사람은 남과 다르므로 보편론은 꼭 정답이 아니다. 남의 정보와 보편론을 듣고 나서는 우리는 다시 우리 자신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이 제주가 너무 아름다운 계절이므로 모두가 제주에 가고 싶어하는 시기라고 해도 당신이 왠지 속초에 가고 싶다면 당신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속초다. 왜 속초인가에 대해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답을 제시할 수 없다고 해도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건 당신의 마음이며 이 원칙은 선택의 3번째 원칙을 지키는데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말라.

 

이제 선택은 내려졌다. 그리고 나면 자신의 선택을 즐기고 그 선택에 집중하라. 하나의 선택은 또다른 선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그걸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당신의 선택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를 고민하다 왼쪽을 선택했으면 그 길을 확신을 가지고 달리면 된다. 물론 언제나 우리는 우리의 과거선택을 무효로 한다는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그런 방식은 손실이 너무 크다.

 

속초로 가기로 했으면 속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속초를 선택하고 제주를 부러워하거나 제주를 선택하고 속초를 부러워 해서는 안된다. 누구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가보지 않은 길은 가보지 않은 길일 뿐이다. 테슬라 주식을 살까 삼성 주식을 살까를 고민하다가 삼성을 샀는데 테슬라는 오르고 삼성은 망하더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과거 선택을 후회해서는 안된다. 그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선택을 바꿀 수는 없다. 우리에게 있는 선택은 언제나 지금 이순간은 뭘 할까 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객관적인 정보, 남의 체험에 대한 정보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마음이 끌리는데로 해야 하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후회하기 쉽기 때문이다. 당신의 마음이 선택한 것이 운명이고 당신의 스스로의 운명을 다른 사람의 운명과 비교하면서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쓸데 없다. 당신은 타인이 될 수 없다. 될 수도 없지만 설사 된다고 해서 유명한 가수가 되거나 유명한 기업가가 된다고 해도 꼭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어떤 것의 가치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것을 얻는 과정에서 나온다.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를 걸어서 오르는 것과 누군가가 갑자기 비행기에 태워 꼭대기로 데려가기에 간 것과는 같은 가치를 가질 수가 없다. 갈 수 없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미련을 두지 말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말라.

 

이 3원칙은 몇마디 설명을 덧붙이기는 했으나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 원칙과 정확히 반대로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까 서둘러 선택하고 자기 마음은 무시하고 들은 말에 따라서 선택하며 선택을 하고 난 다음에는 꼭 후회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은 대개 우리를 속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좋은 선택의 방식을 따르는게 아니라 그것과 반대로 해서 실수를 하도록 유도한다. 그래야 그들에게 그것이 이익이 된다.

 

그렇게 빨리 선택할 필요가 없는데도 이미 마음을 한쪽에 던져놓고 그 다음의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 부질없이 바쁘다. 그러다가 마음을 조금만 고쳐먹거나 뭔가 새로운 정보가 하나만 들어와도 그간에 바쁘게 생각하고 준비했던 것들이 모두 허사가 되는데도 자꾸 큰 그림은 접어놓고 세세한 세부사항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세부사항을 보다가 실수도 한다. 말하자면 10억짜리 집을 살까를 결정해야 하는데 세부사항에 빠져서 그 집을 오늘까지 사면 사은품으로 청소기를 준다면서 서둘러 집을 사는 꼴이다. 쇼핑몰에 가건 부동산에 가건 우리는 흔히 빨리 결정하라는 말을 듣는다. 오늘만 세일이라던가 이번에 이걸 사면 이런 혜택을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세상은 우리에게 빨리 결정할 것을 유혹한다. 왜 그러겠는가? 당신이 천천히 선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세상은 우리를 객관화하는 경향이 있다. 즉 남에게 좋은 것이 너에게도 좋다는 말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것은 상식이다, 당연하다, 누구나 그렇게 한다는 말이 남발된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우리는 점차로 자기를 잃어간다. 그래서 나중에는 남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뭔지도 알 수 없어진다. 내 마음이 가르키는 곳을 알아도 단순히 그냥 좋으니까라고 설명하는 것이 두려워진다. 뭔가 합리화하고 설명할수 있어야 할 것같고 그렇게 되면 결국 남이 준 정보에 따라서 선택을 하게 된다.

 

세상은 우리를 후회하게 한다. 우리의 선택을 잘한 거라고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내맘대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다른 사람이 한 선택에 복종을 하는 경우나 그렇다. 만약 여러분이 선택의 1원칙과 2원칙을 지켰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세상은 당신에게 좋지 못한 말을 하기 쉽상이다. 아무리 속초에서 만족스런 시간을 보냈다고 말해도 그들은 그래도 너는 제주에 갔어야 했다, 제주로 갔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선택의 1,2 원칙을 어겨서 선택을 했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후회하게 되기 쉽다. 제주의 바닷가에 서서 생각해 보니 내가 왜 여길 왔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고, 점원이 이거 저거 추천한 것을 사들고 집에 와서 다시 보니 하나도 쓸데도 없는 것을 잔뜩 샀다는 후회가 들고, 문과를 선택하고 진로를 정해서 고생끝에 그 길에서 뭔가를 이뤘다고 해도 어느날 생각해보면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나, 결국 나는 남좋은 일만 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후회가 드는 것이다.

 

선택의 첫번째 원칙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선택할 필요가 없다면 선택하지 말라. 어떤 사람은 여행을 갈 때 너무 자세한 계획을 세운다. 그것도 너무 많이 미리 선택해 놓은 것이다. 계획이 하나도 없으면 곤란하지만 대충의 계획속에서 임기응변으로 그때 그때의 새로운 판단을 하면서 여행을 하는 것이 진짜 만족스런 여행이다. 나는 아직 속초에 있지 않은데 멀리서 어딜갈까 뭘할까를 다 정해 놓으면 현장에 있는 나, 더 많은 것을 알고 느끼는 나의 마음은 무시하게 된다. 필요이상으로 미리 너무 많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선택의 두번째 원칙은 나는 이 세상에 유일한 나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남의 기준따위 참고나 하면 될 뿐 알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마음에 드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게다가 남의 이야기란게 대부분 들을게 못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지한 생각도 없이, 깊은 이해도 없이 이런 저런 조언을 한다. 그런 조언도 고마워해야 하고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그걸 무슨 성스런 정보라도 되는 것인양 생각할 것은 없다.

 

선택의 마지막 원칙은 자기를 믿는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도 모른다. 게다가 인생은 새옹지마이며 모든 일의 가치는 그걸 바라보는 문맥에 달려 있다. 그래서 지금 나쁜 일이 나중에 좋은 일이 될 수도 있고 당신이 당신의 선택에 따라 펼쳐지는 결과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것이 가치있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걸 가치있게 바라보는 이야기, 문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여행가서 우연히 들어간 라면집이 맛있었고 우연히 본 무지개가 좋았다면 역시 당신의 선택은 끝내주게 멋진 것이었다. 나만의 이 이야기에는 드라마가 있고 흥분이 있다. 남의 이야기에만 따라가면 여행은 마치 재방송같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못하다. 대개 계획은 돌발상황에 따라 망가지기 마련이고 계획과 정보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은 그래서 계획보다 못한 여행을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행만 이런게 아니다. 그러므로 세상이 우리를 흔들지라도 우리는 선택의 3원칙을 꼭 지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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