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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삼프로 방송을 보고

by 격암(강국진) 2021. 12. 28.

2021.12.27

몇일전에 삼프로 티비라는 유튜브 채널에 이재명 윤석렬 두 대선 후보가 출연하여 주로 경제에 대한 대담을 나눈 일이 있다. 이것이 화제가 되고 유익했다고 해서 찾아서 보게 되었다. 이 방송은 두 후보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한 방송으로 누군가는 삼프로가 나라를 구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나는 오늘은 이재명의 삼프로 티비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소감을 써볼까 한다.

 

내가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이번 시청을 통해 유튜브 채널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는 점이다. 유튜버들도 방송을 겸업하기도 하며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개 유튜버들은 훨씬 더 직설적이고 격의가 없다. 방송패널들이 거짓을 말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훨씬 더 미디어에 눌린 느낌을 준다. 그들이 자기도 모르게 거대한 방송사의 직원이 된 것처럼 군다면 유튜버들은 자기가 사장이기 때문일까? 뭔가 자기 검렬을 통해 자기를 제어한 흔적이 적다.

 

나는 이것을 S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치킨대전을 보면서도 느꼈다. 치킨요리 경쟁프로그램인 이 방송에서는 유명요리사패널들, 연예인패널들 그리고 먹방 유튜버패널들이 각자 요리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데 어느 사람도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내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연예인들이나 요리사들은 요리의 진실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유튜버보다 못한 점이 있어 보였다. 따지고 보면 요리사들은 만드는데 전문가들이고, 연예인들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에 전문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먹방유튜버들은 다른 일이 아니라 바로 먹고 그 느낌을 전달하는데 뛰어났으므로 유명해진 사람들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유튜버들은 더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생각을 자유로이 전달하는데 더 익숙하다. 자신이 사장이니까 그렇다. 물론 그들도 많은 유튜버들처럼 치킨대전같은 공중파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면 달라지겠지만 앞에서 말한 직원과 사장 느낌의 차이가 나는 느껴졌다.

 

이 점은 미묘한 것이므로 아주 길게 쓸수는 없지만 강조는 해둘 필요가 있다. 지금 이시대에 진짜 정보를 주는 방송은 기성언론이 아니라 오히려 유튜버들이 아닐까? 이것은 부분적으로 미디어의 형식때문이고 부분적으로는 한국사회의 관행때문이겠지만 한국 사회가 가진 권위주의적 폐단 그리고 그로 인한 정보의 왜곡이 기성 언론에서는 너무 심해서 진실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 왜곡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번 삼프로 티비 방송이었다.

 

아마 앞으로 이재명과 윤석렬이 공중파 방송에 나가서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시간의 제약이라던가, 패널의 구성, 대화하는 내용에 대한 제한, 사후 편집등 여러가지 이유로 훨씬 진실은 가려질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명박은 물론 박근혜에 대해서도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가가 기성언론에서 가려졌기에 그런 선거결과가 나온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때는 온라인 미디어의 힘이 지금보다 약했고, 기성언론도 훨씬 공중파 방송 3사의 독점이 강했던 시대여서 그게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왜곡은 지금도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윤석렬의 지지도가 이정도가 아닐것이다. 나는 티비토론의 효과도 마냥 낙관하지 않는다.

 

방송의 형식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이번에는 이재명이 한 말들에 대해서 말해보자. 이것은 자세한 분석이라기 보다는 그저 기억에 의존한 인상을 자유로이 기술하는 것이라는 점을 미리 말한다. 지금 생각해 볼 때 내가 인상깊게 들었던 말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것, 공공과 시장의 관계 그리고 '기본' 시리즈라고 불리는 그의 정책에 대한 것들이었다.

 

우선 그는 한국 주가 지수가 4500은 쉽게 도달할거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한국 주가시장은 저평가되어 있으며 다른 무엇보다 투명성의 확보로 그 저평가는 극복되어 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자 대상으로서 주가시장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보다 더 중요한 곳이 될 것이며 이것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거라는 점을 말한다. 솔직히 단순히 월급을 모아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주식방송에 출연했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만 그러나 나는 그것을 넘어 그가 한국의 체질하나를 지적하고 바꾸려고 한다는 점에 있어서 후련함을 느꼈다. 한국은 그 양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그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동산투자에 지독하게 중독되어 있다. 주식도 물론 생산적이기만 하지는 않지만 주가가 만이 되고 이만이 된다는 것은 한국의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는 면이 있다. 그러나 부동산이 평당 1억이 되고 10억이 되면 무슨 생산성이 올라가겠는가. 사실 그 반대다. 주식거래는 안할 수도 잇지만 부동산은 누구나 자기 살집은 임대건 소유건 구해야 한다. 비싼 상가는 상권을 죽인다.

 

그러므로 한국이 진짜 선진국이 되고자 한다면 부동산위주에서 주식위주의 경제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부자가 되고 기업들도 힘이 생긴다. BTS의 하이브같은 기업을 보라. 그 기업은 단숨에 주식으로 큰 돈을 마련하고 그걸로 새로운 사업을 펼친다. 만약 주식시장이 없었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사업을 하기 위한 돈을 금융권에서 구해야 했을 것이고 결국 새로운 사업은 거의 하지 못한채 금융계에 자신들의 이익을 가져다 바쳐야 했을 것이다. 계속 그런 식이라면 앞으로 한국에 테슬라같은 기업이 나타난다고 해도 그 기업은 외국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서 한국의 경제큰손들에게 자기 아이디어를 빼앗기던가 말이다.

 

게다가 이재명은 문제의 해결책의 첫째를 투명성의 확대로 지적하며 그가 지금의 법과 제도도 훌룡하다고 말한다는 점이 내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까 한국 주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슨 무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희망이 없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금감원에서 단속하는 인원을 열배쯤 늘리는 것으로 즉 행정적인 수단과 의지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나는 문재인을 존경하고 지지하며, 시대가 다르고, 문재인이 해내는 것을 이재명이 해내지 못할 것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행정에 있어서는 문재인이 아쉬움이 있고 이재명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다는 것을 이번 방송을 보면서 느꼈다. 우리나라의 관료며 기업들의 중역들이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것이 뻔한 가운데 그것을 법을 바꿔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 될까? 그것이 바로 사법개혁이 지지부진하고 지금도 한국의 사법부가 한국의 언론만큼이나 엉터리인 이유다. 윤석렬일가의 취업변명을 보면서 그리고 그 일가에 대한 수사를 보면서 우리는 윤석렬지휘속에 수사되었던 조국이나 신정아 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게 법을 바꿔서 변할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법이전에 행정의 운용으로 돌파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기에는 문재인은 경험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문재인은 결국 청와대에서 일한 것을 제외하면 시장이나 도지사같은 일을 하지 않았고 때문에 이낙연에게 크게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문재인 정권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이재명이 하는 말들 중에서 시장에 대한 수긍과 긍정 부분이 나는 인상깊었다. 정치가는 공공의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가는 세상일에 대해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일을 하기 쉽다. 좋은 예가 코인 시장같은 것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된다는 식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의 접근법은 공공과 시장을 분리는 하는 것이었다. 시장은 억누르지 않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되 다만 공공의 영역은 시장과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훨씬 겸손한 태도이며 내 마음에 들었다. 정부정책이 뭐가 되건 정부정책은 공공이라는 작은 부분을 다루는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할 때 공무원이 윗사람처럼 이걸하라 저걸하라 명령할 생각을 하면 나라의 발전은 오히려 늦어진다. 따라서 이재명은 단속도 지금처럼 뭐뭐가 된다라는 식이 아니라 뭐뭐가 아니면 전부 된다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면 정부도 세상, 예를 들어 시장 전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코인경제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인정해야지 자꾸 그것을 부정하려고 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동시에 분란이 일어나기 쉬운 부분으로 보수가 바보라서인지 아니면 고의적인지 자꾸 이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공익적으로 나쁜 일을 하면 그걸 시장으로, 인간의 욕망으로 포장해서 옹호하고 그런 행위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반시장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아니고 국민중 아주 소수일 뿐인데도 그들에게 물리는 세금을 가지고 신파조로 불쌍함을 말한다. 진정한 시장주의자는 자유를 주되 다만 공익을 생각해서 세금을 내고 하라고 할 뿐인데 부동산 폭등으로 수십억을 버는 사람들이 세금을 조금 더 낸다고 죽을 노릇이라고 왜 시장에 간섭하냐고 한다.

 

여러 계층이 모여사는 주거를 만드는 일 즉 소셜믹스는 사실 부자들은 부자들끼리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대담중에 있었다. 이 질문에 대해서도 이재명은 공공과 시장의 구별이라는 문맥에서 대답을 했다. 부자들이 부자들끼리 살고 싶은 것은 자유다. 다만 공공의 영역이 할 일은 아니니까 그런 돈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돈을 내서 그렇게 살라는 것이다. 그걸 금지하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공공의 도움을 요청할 일은 아니지 않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 아닌가? 이 지극히 맞는 말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워낙 한국에서는 오래동안 기득권들이 그들의 지극히 사적인 욕망을 공적인 수단으로 달성해 왔기 때문이다.

 

글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그의 '기본' 정책들 중 비교적 길게 이야기한 기본금융정책이란 것에 대해 언급하고 이 글을 마치겠다. '기본' 정책들이란 국민들이 한국에서 사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에 대해서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재원도 아끼는 것이라는 철학의 결과물들이다. 그 중에서 그가 말하는 기본금융이란 오늘날 금융교육과 금융서비스는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인데 이것으로부터 저소득자나 젊은이들이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이 잘못을 수정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 기업과 주식시장의 관계에 대해 말했던 것에 연결되어 있다. 거기에서는 작은 신생기업이 돈을 구할 수 있는 주식시장같은 것이 없을 때 자본에게 착취되게 되고 그들이 살길을 찾아 외국으로 떠날 수도 있다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사실 하나 하나의 개인을 우리는 작은 기업으로 볼 수도 있다. 가난하고 젊은 사람들은 신용이 좋지 못하기에 자신들이 뭔가를 할 의욕이나 아이디어가 있어도 돈을 구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그들도 자본에게 착취당하거나 아니면 한국을 떠나거나 그도 아니면 그냥 망해서 사회의 짐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채시장이 존재하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그런 상태에 있다고 이재명은 지적한다. 사실 가계부채가 이렇게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가계들은 빚을 잘 갚기 때문이다. 은행이 개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쉽사리 돈을 벌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 빚잘갚는 건전한 시민들을 공공이 도와주지 않냐고 이재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먹고 살 수 있는 것만 줘서는 그들은 아무 것도 못할텐데 말이다.

 

말이란 그저 말일 뿐이다. 하지만 또 말없이는 못하는 것이 정치다. 나는 이재명의 의견들을 아주 유익하게 들었다. 그가 그것을 실행하는데 있어서는 또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또 어떤 구멍에서 우리가 아쉬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지만 나로서는 지금의 한국이 가지지 못한 것을 잘 지적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그가 겸손하다는 점을 느끼고 안심이 되었다. 정말 한국 사회는 더이상 이명박같은 정치가가 없어야 한다. 그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납득이 안되는 것은 허용이 안되고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다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자원외교니 4대강이니 하는 걸 밀어부친 것이다. 남들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니까 절차나 남의 의견따위는 그냥 다 무시한다. 나는 비슷한 점을 동문서답을 계속 하는 윤석렬에게서도 본다. 그는 상대방의 질문의 핵심을 이해못하거나 피해간다. 왜냐면 결국 중요한 것은 내 말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명령은 내가 하고 책임은 다른 사람이 질 것이다. 그는 마치 이명박과 박근혜의 나쁜 점을 접합한 괴물처럼 보인다.

 

나는 이재명이 다음번 대통령이었으면 한다. 적어도 윤석렬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는 물론 알 수 없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의 지지율이 지금 처럼 높은 것은 용납도 이해도 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라 망신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망언을 하면 그가 한국의 유력 대선 후보이기 때문에 미국 백악관을 비롯한 외국의 정부며 언론에서 관심을 가진다. 그러니 나라망신이 아니겠는가. 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윤석렬을 지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만약 윤석렬이 대통령이 된다면 내가 본 것이 전부는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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