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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한국문화

인재유출과 문화적 영향

by 격암(강국진) 2022. 1. 7.

2022.1.7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다고들 하지만 결국 모든 일은 궁극적으로 인간이 하는 것이며 운은 공평한 것이다. 그러니 한 국가의 흥망성쇠도 인간에 달린 것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있는 인재도 쓰지 못하고 유출시키는 나라가 있고 남의 인재를 받아들여 더욱 더 발전하는 나라가 있다면 장기적으로 누가 세계적인 중심국가가 될 것인가는 정해진 일이 아닐까? 

 

좋은 예는 미국일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적 중심국가가 된 것은 이전의 세계 패권을 가졌던 유럽의 인재들이 미국으로 유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많은 유럽의 인재들이 전쟁중에 유럽에서 죽기도 했다. 당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경제적 요인 이전에 정치 문화적 이유 때문이었지만 우리는 이런 과거의 일을 잊고 오늘날에는 인재유출을 지나치게 금전적인 일로 또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같다.  다시 말해 돈이면 인재를 끌어올 수 있고 잡아 둘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세계의 인재들은 당연히 과거내지 지금의 세계적 중심부에서 일하고 싶어한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2차세계대전 이전에는 세계 학문의 중심지는 유럽이었다. 내가 전공한 물리학분야에서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과학자들의 이름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유럽사람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미국인들은 마치 지금의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그러는 것처럼 19세기나 20세기초반에는 대개 유럽으로 유학을 가서 학문을 배워오고는 했다. 이런 유럽은 내적인 불화와 유태인 차별같은 것으로 망하기 시작했다. 파시즘은 합리적 판단이라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많은 유태인들은 자신들을 받아주는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런데 오늘의 미국을 보면 이런 과거의 유럽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미국은 학문이건 경제이건 세계의 중심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트럼프의 당선이 보여주듯 파시즘을 연상하게 만드는 과격주의자들이 득세하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에도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그들 사이의 불화는 날로 커져가고 있어서 그걸 내전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 대처도 잘하지 못해서 세계 인구의 5% 남짓을 차지하는 미국이 세계 코로나 사망자의 15% 이상을 차지한다. 코로나만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는 펜타닐같은 마약성 진통제 중독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의료보험도 최악이며 미국인구의 16%가 음식보조인 푸드스템프에 의존해서 살고 있다. 1인당 GDP가 7만불에 육박해도 미국에서 흔히 보이는 광경은 별로 부러운 나라하고 거리가 멀다. 

 

오늘날 일본, 중국, 한국이 있는 극동아시아가 세계적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세계 2,3위 경제권이고 한국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미국을 쳐다보면 변명거리는 있겠지만 미국의 최대의 실패는 결국 아시아인의 포용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통상 미국하면 아랍권 문화와 싸운 것만 생각나서 아시아인이 포용받지 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사실 아시아인이야 말로 미국에서 가장 차별받았던 사람인지도 모른다. 아시안 혐오내지 비하는 그들로 하여금 미국사회의 일원이 되지 못하고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마치 유태인 인재가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갔던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한국의 연예계에는 미국인이나 다름없는 교포 가수들이 많다. 그들이 굳이 한국에 와서 연예인이 된 이유는 미국에서 아시아인에게 특히 아시아 남자에게는 아무런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믿었을 것이다. 누구나 미국에서 살고 싶고 일하고 싶어한다고, 돈도 많이 주니까 아시아의 인재들이 자국으로 돌아갈리가 없다고 말이다. 사실 미국의 대학원이 동양인들로 채워지기 시작한지는 오래되었다. 그리고 물론 그들 중 다수는 자국으로 돌아갔다. 

 

아메리칸 드림이나 미국 문화의 매력은 영영 죽어버린 것일까? 물론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제프 베조스같은 유명한 기업인들이 미국을 생동감있게 보이고 여전히 세계를 이끌어갈 국가로 보이게 만드는 면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은 미국이 가진 문화적 매력내지 세계적 패권의 마지막 수혜자일 수 있다. 그들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미국에서 사업을 했기에 그토록이나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한국에서 전기차를 만들고, 페이스북을 만들고, 아마존을 만든다고 할 때 그들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답을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군사, 경제, 문화적 패권이 있으면 그들같은 사람들이 성공하지만 그 역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초의 mp3플레이어는 한국이 만들었고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pmp같은 기계를 만든 것도 한국이며 메신저사용이나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시작도 따지고 보면 한국이 먼저였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살아남지 못했다. 미국의 위대한 사업가들은 위대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위대함은 미국 사회에 의해 증폭되어진 것이다. 

 

미래는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고 BTS의 성공을 보면 문화적 역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한글과 한국어를 포함하는 한국문화가 세계적 중심에 서는 미래다. 세계의 학교들이 한국의 학교를 흉내내고, 세계의 가수와 배우와 댄서들이 한국의 그들을 흉내내며, 모두가 한식을 먹고, 모두가 태권도를 배우고, 모두가 온돌방에서 자려고 하며, 모두가 한국의 옷을 입으려고 하는 미래다. 뉴욕과 파리에는 분식집이며 짜장면집이 즐비하고 시드니와 모스크바에는 보쌈집과 한국식 카페 그리고 한국식 미용실이 넘쳐나는 미래다. 

 

그 시대가 오면 세계의 인재들은 당연히 한국으로 오려고 할 것이다. 그 문화네트웍은 제2의 제프 베조스, 제2의 일론 머스크를 한국에서 태어나게 만들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사회의 집단적 합리성이 뛰어나서 세계가 그 사회를 세계적 질서를 지키는 기둥으로 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계적 표준이 되는 것이다. 이건 뒤집어 말하면 미국 사회의 불합리성이 어느 이상으로 커지면 구글이며 테슬라며 애플이며 메타가 탈미국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이 거대회사들은 이미 탈미국해서 친중국이 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같아 보인다. 세계의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간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디즈니의 실패가 보여주듯이 소프트파워가 없는 중국이 그들의 미래가 되어줄 수 있을 것같지는 않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미래가 아닐 수도 있다. 굳이 확률로 말하자면 그렇게 안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답은 문화에 달린 것이라는 것이다. 문화가 발전하면 즉 우리가 합리적으로 사는 사회를 만들면 인재는 저절로 온다. 그렇지 않고서 돈으로 노벨상급 인재를 끌어모으려고 하는 것은 되지도 않고 된다고 해도 별로 성과가 없다. 인재 한명으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재는 어떤 의미로 적응력이 약한 가장 특이한 사람이다. 그 사회의 삶의 모습이 즉 문화가 비효율적이고 야만적이라면 그들은 쉽사리 무력화되거나 그 나라를 떠난다. 그걸 견디가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바로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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