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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이전에 우리는 어디에 있었던가?

by 격암(강국진) 2022. 1. 11.

2022.1.22.

세상이 빨리 변하기에 불과 몇년전의 일을 돌아보면 우리는 놀랄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익숙해진 것들이 불과 2-3년전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던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극장의 시대가 가고 OTT의 시대가 온 것이 그렇습니다. 이것은 특히 한국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우리는 언제나 할리우드에서 만든 무슨 영화가 나온다더라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2년만에 이제 극장개봉영화에 대한 관심은 시들합니다. 넷플릭스에 무슨 한국 드라마가 올라온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더 화제가 됩니다. 얼마전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사상 최고 히트작이 되었던 후에는 정말 그렇습니다. 아직 한국이 미국의 할리우드를 대체하거나 동등한 선에 서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한국인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새로운 한국 드라마가 개봉한다더라는 소식을 기다립니다. 봉준호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일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사실 이건 그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죠. 세계 문화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지난 몇년간 믿기 힘들정도로 커졌습니다. BTS는 이제 걸핏하면 퀸이나 마이클 잭슨같은 팝의 전설들과 나란히 언급됩니다. 기록이 그러니까요. 

 

이는 단순히 영화나 드라마 부분에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 시대에 한국은 세계적 모범국가로 올라섰습니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코로나와 싸워 이기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이런 말을 들으면 자화자찬이라고 하지만 한국 보다 더 센 봉쇄조치에 더 많은 돈을 뿌린 선진국들이 지금 한국과 비할 수 없는 희생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G7에서 문재인대통령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세계의 정상들이 한국이 1등이라고 말하는 일도 있었죠. 이런 말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싱가폴이나 대만을 말하고 어떤 사람은 심지어 일본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종합적으로 매우 우수한 모범입니다. 한국의 봉쇄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었겠습니다만 다른 나라는 훨씬 더 가혹했으니까요. 우리는 사재기도 없었고, 의료붕괴도 없었으며, 백신 접종도 선진국들을 앞질렀습니다. 요즘은 프랑스가 하루에 30만명의 감염자가 나오는 등 세계가 난리입니다. 그에 비하면 잘하고 있는 겁니다. 하루에 백만명 감염운운하는 미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백만명당 사망자수가 한국의 20배쯤 됩니다. 

 

이러한 사실은 단순히 코로나대처를 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 주제를 가지고 자기 사회를 비판할 때 한국을 사례로 듭니다. 그와 더불어 한류열풍이 세계로 확대된 결과 한국은 2-3년전에 비하면 종합적으로 굉장히 높은 세계적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수출도 잘됩니다. 삼성이나 현대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식품수출을 포함해서 다방면으로 잘되고 있습니다. 역사상 최대라지요. 게다가 심지어 무기 수출도 급격히 늘어나서 이제 무기 수입보다 무기 수출액이 더 많은 나라가 되었고 무기수출액은 지금도 엄청난 속력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은 한반도라는 지역에 국한되어 있는 미국의 파트너라는 입장에서 이제 경제, 국방, 외교분야에서 전과는 격이 다른 동맹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놀라운 일을 당하면 우리는 그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됩니다. 자동차를 무서워하지 않던 사람도 아주 위험한 사고를 경험하고 나면 자동차를 무서워하게 됩니다. 코로나는 말하자면 인류가 당한 교통사고이며 따라서 지금 세계인들은 훨씬 더 무서운 일이, 전지구적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더 쉽게 믿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기후재앙이라던가 거대화산분화라던가 세계대전이라던가 자본주의멸망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기 더 쉬운 겁니다. 그래서 무슨 사소한 일만 있으면 주식시장이 춤을 춥니다. 암호화폐며 NFT같은 것이 엄청난 인기를 끕니다.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한국은 강한 국방력을 가지고 있고, 강력한 제조업과 정보통신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며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고 문화적으로 발달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건 굉장한 겁니다. 거의 미국이나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한국이 가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정도는 아닙니다만 이런 변화가 몇년 더 계속된다면 이제 세계는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로 한국을 부르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기후재앙도 한국이 막고, 세계대전도 한국이 막고 식량위기도 한국이 막아달라고 하는 겁니다. 한국 이외의 나라는 느리고 비효율적이며 기술이 부족하고 열정이 없어보이며 국방이 약해 보이고 무엇보다 위험해 보이니까요. 한국은 제국주의의 역사가 없는 유일한 선진국입니다.

 

겨우 몇년전에는 일본이 경제제재한다고 한국망한다며 난리 피우는 언론들이 있었고 우리는 언제 프랑스나 독일이나 미국같은 나라가 되겠냐며 선진국을 꿈꿨습니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정신차려 보니 목표점을 이미 지나있는 상태가 될 것같습니다. 그 대단해 보이던 나라들이 다 극적인 퇴조를 했거나 할 것같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이제 코로나 환자가 급감해도 세계가 무관심합니다. 언제나 한국을 반대하던 일본은 한국의 그림자같습니다. 아직도 팩스를 쓰는 나라, 회계조작으로 GDP를 부풀리는 나라, 모든 일을 외국인때문이라고 말하는 나라. 일본의 코로나 통계가 어찌나 부실한지 더이상 일본에서 나오는 말들은 아무 것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일본 사회는 고장난 것처럼 보입니다. 자기 돈과 인재를 활용도 못할 것같아 보이죠. 

 

세계는 이제 미래로 빨리 나아가야 한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빨라지는 것도 어쩌면 이 영향을 받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깊어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시대에 이미 세계에는 미래 국가처럼 보이는 나라가 있다더라는 이미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의 의료보험이나 쓰레기처리, 안전한 치안, 높은 대학진학률, 빠른 인터넷은 외국인의 감탄을 끌어 냅니다. 영화나 음악뿐만 아니라 옷이나 뷰티 그리고 음식에 이르는 문화적 차원의 매력도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나물을 많이 먹는 한국음식은 그 자체가 미래음식이라고 할만합니다. 영양밸런스가 있고 고기도 많이 먹지만 고기를 빼도 맛이 있어서 샐러드나 먹던 서양의 채식주의자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지금의 한국은 역사적 변곡점에 서있습니다. 남들보다 더 빨리가면 이젠 그게 성공과 돈을 줍니다. 1등은 성공모델을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개혁은 피로와 모순을 누적시킵니다. 대표적인 것이 높은 자살률이나 낮은 출산률이죠. 누적된 피로와 모순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빨리 뛰면 죽을 것같다고 말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상황에서 속력을 조금 줄이면 2등이나 3등으로 안착하게 되는게 아니라 10등 20등이 됩니다. 왜냐면 앞에서 말한 누적된 피로와 모순이 우리를 쓰러트리기 때문입니다. 누적된 피로와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를 잊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는 기회가 있을 때 1등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그 누적된 피로와 모순을 보상할 능력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또하나는 실제로 1등을 하게 되면 보상하고 분배하는 일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걸 해내면 불과 몇년후에는 한국은 다시 한번 믿기 힘든 성공을 즐기게 될 겁니다. 지금의 우리로서는 꿈같은 미래에 도달할 겁니다. 하지만 실패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죠. 필리핀 같은 나라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감옥에 들어가 있는 이명박은 불과 얼마전에 한반도에는 운하가 필요하다고 외쳤으니까요. 이게 나라냐고 외치며 박근혜 탄핵을 했던게 고작 5년전입니다. 무너지는 건 순식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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