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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왜 미래차인가?

by 격암(강국진) 2022. 2. 19.

2022.2.19

테슬라 모델y를 구매한지 이제 9개월이 되어 갑니다. 본래가 전기차는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었고 전기차를 타면서 관련된 정보를 더 많이 접하면서 그런 생각은 좀 더 깊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미래차가 가져야 할 요소들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1. 바퀴달린 컴퓨터

 

 

전기차는 바퀴달린 컴퓨터라던가 바퀴달린 스마트폰이라는 말은 나온지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드문 것같습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전기차이건 내연기관차이건 자동차는 자동차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테슬라를 타보면 타볼 수록 전기차는 바퀴달린 컴퓨터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즉 컴퓨팅 파워와 컨트롤 센터인 컴퓨터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중요해지고 그 이외의 부분은 그저 그 컴퓨터가 조정하는 연결된 외장 기계의 역할을 가지게 된 겁니다. 피씨에 USB로 외장 기계를 달면 피씨가 그 외장기계를 컨트롤하지요. 그 외장기계 중의 하나가 바퀴 달린 모터고 브레이크이며 카메라라는 겁니다. 

 

이런 차이는 상당부분 에너지원으로서 가솔린이나 디젤을 쓰는가 배터리를 쓰는가의 차이때문에 생깁니다. 내연기관차의 연료는 엔진의 회전력을 발생시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회전력으로는 할 수 있는게 많이 없죠. 그저 바퀴가 구를 뿐입니다. 그래서 내연기관차의 중심은 엔진이고 그 시절의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바퀴가 굴러가는 기계에 머문 겁니다. 

 

하지만 배터리가 공급하는 전기에너지는 모든 전자기기에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내연기관차도 배터리가 있고 원하면 가솔린으로 발전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효율이 떨어지기에 한계가 큽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요즘 많은 차들이 달고 있는 블랙박스는 굉장히 단순하고 작은 기계이지만 그정도의 기계때문에도 자동차 배터리가 죽어버리는 일이 종종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자동차에 고사양 pc를 설치하거나 냉장고를 설치한다면 전기를 감당할 수가 없지요. 내연기관차가 가진 배터리는 본격적으로 전기를 쓰고자 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반면에 요즘 나오는 전기차 배터리들은 가정용 대형냉장고를 한달씩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용량을 가졌습니다. 결국 내연차가 전기차가 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달라졌고 강력한 컴퓨터를 가질 수 있게 되자 이왕이면 그 계산능력으로 여러가지를 하려고 하게 되는 겁니다. 이제 시작이죠. 그것이 내연차와 전기차의 미래가 다른 이유이고 특히 테슬라가 그렇습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OTA를 하느냐 안하느냐는 중요한 거지만 사실 뭘 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차를 중앙컴퓨터가 컨트롤하는 설계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차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자율운전은 물론 와이퍼 동작에서 배터리 사용시간이나 브레이크 능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바퀴달린 컴퓨터와 내연기관차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걸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미 테슬라에서는 넷플릭스를 보거나 웹서핑을 하는 것은 일상입니다. 최신 테슬라 차는 고사양 게임기 수준의 CPU를 달고 나와서 아이패드를 만지는 것과 별 차이가 없고 가까운 시일내에 고사양게임도 돌리게 될 겁니다. 한국은 아직이지만 중국은 테슬라에 노래방 소프트웨어를 깔았습니다. 테슬라 카페 게시판에는 게임기 컨트롤러를 차량 USB에 꼽아서 차에서 스카이포스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흔합니다. 인기죠. 그래서 테슬라는 지금 노래방 마이크를 팔고 게임기 컨트롤러를 팔려고 합니다. 스피커 기능을 사용하면 자동차 바깥쪽에 음악을 틀거나 목소리를 내보낼 수 있으며 자동차의 카메라 내용을 멀리서 앱으로 확인하는 서비스가 곧 시작될 것으로 테슬라 사용자들은 기대합니다. 그러니까 테슬라 자동차가 cctv처럼 되는 것이고 목소리를 멀리서 방송할 수 있는 스피커가 되는 것입니다. 

 

2. 큰 화면과 빠른 무선통신

 

 

전기차는 큰 화면과 빠른 무선통신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아직도 출시되는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전기차의 잠재력을 써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컴퓨터가 자동차의 중심이 된다면 그 컴퓨터와 소통하고 컨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필요로 한 것은 큰 화면과 빠른 무선통신입니다. 스마트폰의 화면이 점점 더 커져온 것을 생각해 보십시요. 그리고 현대인들은 이제 인터넷 연결이 없는 곳에서는 안절부절할 정도라는 것을 기억해 보십시요. 

 

테슬라는 일찍 이러한 것을 깨달아 처음부터 컴퓨터 화면과 비율이 같은 15인치 스크린을 모델 3와 모델 y에 달았습니다. 그리고 LTE연결을 무료로 제공해 왔습니다. 테슬라에서 넷플릭스를 보고 유튜브를 보고 웹서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도 절대 작은 차이가 아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의미란 전기차를 컨텐츠 소비의 도구로서 통신의 도구로서 사용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대형 스크린과 인터넷 연결은 필수 입니다. 스마트폰도 애초에 처음부터 우리가 쓰는 것같은 기능들이 다 있었던게 아니죠. 들고 다니는 컴퓨터로서 그런 기능들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점점 더 발전해 오고 사용처를 늘려온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 한국같은 곳에서는 스마트폰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벌써 테슬라에서는 그런 일이 조금씩 일어납니다. 테슬라에서 게임을 하고 있으면 pc방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아직 온라인게임이 되는 것도 더 강력한 cpu가 달린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아직 한국에서 노래방은 되지 않지만 중국에서 시작된 노래방 기능이 시작된다면 전기차만큼 노래방 박스같은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테죠.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아닌 것같지만 컴퓨터 모니터와 인터넷 연결이 있는 자동차와 없는 자동차는 발전속력이 다릅니다. 아마도 5년안에는 대부분의 전기차는 컴퓨터 모니터와 인터넷 연결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동차는 대부분 도태될 겁니다. 많은 고급차들은 사라지겠죠. 람보르기니니 포르쉐니 하지만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면 그런 차들은 기능도 없이 비싸기만 한 차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황금장식을 해도 2G폰을 들고 다니고 싶은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자율운전소프트웨어 때문에 벌써 그런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4억 5억하는 차를 샀는데 반자율주행 기능이 제대로 안된다면 더욱 더 일부 매니아 말고는 좋아하지 않겠죠. 

 

3. 작은 집.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이동수단이라는 것은 낡은 고정관념입니다. 자동차는 사무실이나 휴계실일 수 있습니다. 사실 더운 열대야의 밤이면 전기차에서 에어컨을 틀고 지내는 것이 가장 전기비를 아끼면서 피서하는 방법입니다. 이건 집 전체의 온도를 내리는 게 아니니까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냉난방 모두가 그럴 수도 있죠. 내연기관차는 시동을 걸면 매연을 내뿜고 진동이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캠핑카같은 것을 만들고는 했죠. 하지만 특수한 차에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차는 제대로된 공간을 제공해 줄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다릅니다. 

 

좀 더 일반론을 펼칠 수도 있지만 한국에 국한해서 주거문화의 모순을 하나 지적해 보겠습니다. 연중기온차가 큰 한국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습니다. 그래서 냉난방이 중요하고 여기에는 에너지가 듭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아주 현명하게 이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것이 바로 온돌입니다. 외부에서 불을 떼는 온돌은 아주 작은 집을 가능하게 합니다. 작을 수록 작은 연료로 따뜻하게 지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의 한옥을 보면 무척이나 작은 초미니 한옥집 여러채를 대청같은 마루만 있는 공간으로 이어붙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아주 큰 지붕으로 덮어버린게 한 채의 한옥입니다. 이러니까 아주 따뜻하게 겨울을 지낼 수도 있고 여름에는 시원한 공간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일제시대 이후 양옥을 지으니까 문제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서양인들처럼 바닥난방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추워서 지어만 놓고 거기 사람이 안사는 일이 생겼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서양식 양옥을 짓되 모든 바닥을 바닥난방을 하는 집을 지었습니다. 이러면 난방비가 엄청나게 나오죠. 그래서 전원주택 크게 짓고 마당에 황토방하나를 지어서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한국이 아파트 공화국이 된 이유중의 하나는 분명히 서로가 서로의 담과 지붕이 되어줘서 난방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래 온돌에 살던 한국인들의 생활문화를 그나마 적절한 난방비로 실현시켜 줄 수있었던 것은 아파트였던 겁니다. 집에서 맨발로 지내고 온돌위에 다리달린 침대를 놓는 현대한국인이 아파트로 정답을 찾은 걸까요? 아니면 주거문화는 아직도 발전하고 있는 중일까요? 특히 1인 가구에게 아파트가 답일까요? 

 

전기차는 한칸 온돌방을 떠올리게 합니다. 애초에 집이 작으면 냉난방비도 훨씬 작습니다. 추위와 더위를 참을 수도 있지만 전기차같은 작은 구조 안에서 냉난방을 하면 그럴 필요도 없는 겁니다. 에너지 절약 이외에 공기오염문제도 있습니다. 테슬라 차량에는 헤파필터가 달린 차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세먼지를 걸러줄 수가 있죠. 소음공해도 어느 정도 노이즈 캔슬링 기술로 해결가능합니다. 

 

결국 미래차는 작지만 안전하고 안락한 내부공간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그 공간은 분명 지금 기준으로 주거라고 부르기에 너무 작고 따라서 온전한 주거가 될 수도 없습니다. 욕실도 화장실도 없고 부엌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작아서 효율적인 공간입니다. 나쁜 외부공간의 조건으로부터 값싸게 탈출할 수 있는 공간이죠.

 

아직 미래는 오지 않았고 우리는 그 미래에 우리는 적응도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도 미흡한 것이 많습니다. 또 주변환경의 문제도 큽니다. 이미 느끼셨겠지만 날씨좋고 공기 깨끗하고 에너지 걱정도 공간 걱정도 돈 걱정도 없는 곳에서는 굳이 답답하고 좁은 자동차안의 공간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미래는 모릅니다. 30년전에는 맹물을 돈내고 사먹는다는 것이 농담이었습니다. 전기차는 가전제품처럼 자동차 이상으로 우리의 생활에 더 가까이 밀착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매연과 소음때문에 자동차는 바깥에 두는 물건이었지만 전기차는 다르니까요. 

 

테슬라가 예가 되어서 미래차를 설명했지만 테슬라도 앞서 있을 뿐 완성품을 만든 건 아닙니다. 그러니 진정한 새로운 미래차가 몇년안에 나오겠죠. 이것들은 전기차의 흐름을 보면서 느낀 것을 정돈 한 것입니다. 아직은 미래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차와는 전혀 다른 물건입니다. 전기차는 미래차입니다. 물론 지금 나오는 전기차들중 어떤 것은 그저 배터리로 바퀴를 돌리는 것에 멈추고 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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