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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와 대안주거

by 격암(강국진) 2022. 3. 15.

2022.3.15

지난 몇년간 나는 전기차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테슬라 모델y를 사서 쓰고 있기도 하다. 이런 관심은 기본적으로 전기차가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가 그냥 배터리로 달리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처럼 이 세상을 크게 바꿀 새로운 요소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이 물류에 가지는 의미는 클 것이다. 그리고 물류는 우리가 사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마차밖에 없다면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도시는 금방 지옥이 된다. 내연엔진을 단 트럭과 반자율주행이 되는 전기트럭도 전혀 다르다. 아직 테슬라의 세미같은 트럭이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전기차는 우리의 주거문화를 크게 바꿀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물론 아파트가 보편 주거가 된 오늘날에도 조선시대 양반집처럼 수백평짜리 대지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미래에도 지금의 집들을 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는 얼마 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집이 되면서 큰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왜 그럴까?

 

테슬라 모델y의 프렁크와 큰 엔진부위를 보여주는 내연자동차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의 실내공간이나 생활편의성이 지금의 차와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모터홈이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실내공간의 크기가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에는 엔진이 없기 때문이다. 운전대도 떼어내서 숨길 수도 있다. 엔진이 없다는 걸 생각하면서 길에 다니는 차들을 보라 내연차는 대개 엔진이 차지하는 공간이 상당히 크다. 전기차는 설계에 따라 그만큼 내부공간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내가 타는 테슬라 모델y만 해도 프렁크라고 불리는 수납공간이 앞에 있다. 본래 내연자동차라면 엔진룸이 있어야 할 공간이 텅비어있기 때문에 그걸 상당히 넓은 수납공간으로 쓰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전기차가 발달함에 따라 전기차의 내부 공간은 같은 외부 크기를 가진 내연 자동차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거대한 캠핑카가 아니더라도 전기차의 내부가 상당히 큰 공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전기차에는 물론 거대한 배터리가 있다. 자기 집을 둘러 보라. 우리는 뭘 봐도 전기문명을 살고 있다. 집에서 쓰는 물건이 거의 다 전기로 돌아간다. 전기차는 생활을 위해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제공할만한 거대한 배터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생활편의가 전혀 다르다. 밤새 에어컨을 튼다던가 밥솥을 돌리고 냉장고를 돌려도 끄떡없다. 40인치 티비같은 것을 하루 종일 봐도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력한 컴퓨터와 큰 모니터 그리고 언제나 연결되는 인터넷이 존재할 수 있다. 고작 블랙박스같은 걸 잘못쓰면 배터리가 방전되는 내연차와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차에서 먹고 자는 것이란 노숙자의 삶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전기차가 주거대안이 된다는 말 자체가 꺼림직할 수 있다. 차는 역시 차이지 집처럼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집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예를 들어 한국에서 흔한 아파트 같은 것에 비하면 전기차는 끔찍한 집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그것이 꼭 틀린 생각도 아니다. 하지만 같은 생각은 아마도 반세기나 한세기전의 사람들도 했을 것이다. 그들도 성냥갑같은 아파트 안에서 사는 것은 끔찍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몇가지 상황에서 주거로서의 전기차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첫째로 외부 환경이 열악해서 에너지 소비가 클 때다. 너무 덥고 너무 추운 것이 중요한 예지만 공기의 질이 나쁜 것도 다른 예다. 둘째로 투자처로서 부동산이 매력이 없어지는 때다. 세째로 1인가구가 늘어나는 때다. 마지막으로 움직이는 집으로서 움직이는 것이 쉽고 값쌀 때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지금 이 모든 것이 이미 현실에 가깝다. 환경문제로 인해서 공기의 질이 나빠지고 혹한과 혹서가 오는 일이 흔하다. 이럴 때 작은 집이 왜 좋은가하면 작은 집은 작은 에너지로도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기차를 가진 사람들은 열대야가 오는 여름이면 주차장의 전기차에 가서 자고는 한다. 전기차 한대 공간에 밤새 에어컨을 드는 전기비와 집 전체를 시원하게 만드는 전기비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에 더해 한국에서 전기차 전기는 본래 가정용전기보다 더 싸다. 공기청정기를 돌려도 집안 전체의 공기를 정화하는 것보다 전기차 내부 공기를 정화하는 것이 당연히 훨씬 쉽다. 환경문제가 심해질 수록 쾌적한 환경을 값싸게 유지할 방법은 작은 집에서 사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는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좋다. 그래서 사람들이 집을 사는 이유는 실은 투자목적인 경우가 많다. 서울에 즐비한 아파트들은 10억 이상하는 경우도 아주 많은데 그 아파트들은 실은 상당부분이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구매된 것이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감가상각비와 관리비 그리고 잠재 수익을 생각하면 10억짜리 집에 사는 사람은 굉장한 돈을 주거에 내고 있는 것이 된다. 잠재수익이란 만약 그 사람이 10억이란 돈을 투자에 쓴다면 돈을 얼마나 벌까를 따지는 것이다. 10억의 5%는 5천만원이다. 그러니까 5% 수익률만 나도 10억집에 사는 사람은 연간 5천만원을 주거에 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전세금을 뽑아서 테슬라 모델3를 한대 사고 자기가 가진 전재산을 테슬라 주식을 산 사람을 알고 있다. 그 사람은 모델3안에서 산다. 그리고 그 사람의 경우는 수익률이 수백퍼센트였으니까 큰 돈을 벌었다. 모두가 이런 건 아니지만 이건 생각해 볼 예이다. 지금은 서울에서 원룸도 전세금이 억대가 가는 경우가 많다. 전부 집팔아서 주식사는 것이 정답이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우리가 부동산 이외의 것에도 투자하는 시대를 살게 된다면 수억원짜리 집에 사는 것의 재정적 의미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은 특히 1인가구가 그렇다. 사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집이란 그냥 잠만 자는 곳에 가깝기 때문이다. 출퇴근으로 그 집은 거의 내내 비어있다. 그리고 1인가구는 지금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 사람들이 정말 집에 큰 돈을 투자해야 할까? 위에서 소개한 테슬라 투자가도 혼자 사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그것이 견딜만한 정도라면 차에서 숙식하는 것도 해볼만한 투자가 아닐까? 

 

전기차가 움직이는 집이라면 그 집이 쉽고 싸게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질문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실제로는 그 움직이는 집은 힘들고 돈이 들어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곳에 박혀서 살게 된다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테슬라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사용자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그런데 거기서 테슬라 자동차의 구입자들이 입을 모아하는 말이 있다. 자신은 본래 자동차를 이렇게 까지 많이 타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테슬라를 사고 나서 주행거리가 말도 안되게 늘었다는 것이다. 1년에 3만 4만킬로미터씩 탄 사람이 흔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연료비가 싸서 그렇다. 이제 전기비도 전만큼 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연기관차와는 연료비가 비교가 되질 않는다. 4분의 1정도이거나 심지어 경우에 따라 훨씬 더 싸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전기비가 2만원이 안나온다. 이것도 사실 연비가 나쁜 여행으로 시내주행을 할 때는 천천히 가면 연비가 좋아지는 전기차는 더 좋은 연비를 보여준다. 게다가 언젠가는 없어지겠지만 지금은 고속도로 통행비도 절반값이다. 연료비만큼이나 중요한 이유는 오토파일럿이다. 대부분의 테슬라 사용자들은 오토파일럿 반자율운전을 경험한 이상 이제 자신들은 뒤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고속도로를 타서 오토파일럿을 켜면 정말 거의 운전하는 느낌이 안들 정도다. 장거리 운전의 피로도가 전혀 다르다.

 

이때문에 출퇴근 거리가 긴 사람들에게 전기차는 인기가 더 많다. 교외의 주택에 살고 도시로 출퇴근 하는 것이 보다 선택가능한 일이 되었다. 연료비가 싸고 운전하는데 힘도 들지 않으니 차를 자꾸 타게 되는 것이다.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막히는 길에서도 오토파일럿은 지옥같은 운전을 대부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앞으로 이 상황은 달라지는 면도 있겠지만 반드시 나빠진다고 만은 할 수 없다. 자율운전기술은 분명히 더 발달할 것이고 전기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휘발류나 경유를 태워서 달리는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하게 차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걸 고려해도 물론 전기차는 여전히 지금 기준으로는 좋은 집이 아니다. 앞으로 더 좋은 전기차가 나온다고 해도 그 집이 집채만해 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에 관련해서는 또 하나 지적할 흐름이 있는 것같다. 그건 현대인들 중에 미니멀리스트의 삶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는 소유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그러니 전기차를 소유하는 것이 반드시 미니멀리스트의 이상에 맞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소유하지 않는 사람에게 작은 집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예를 들어 유명한 기업가 스티브잡스는 언제나 같은 옷을 입는 것으로 유명했다. 같은 옷을 계속 입는 사람에게 큰 옷장이 꼭 필요할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오늘날 도시같은 곳에서는 한평공간이 엄청난 비용이 드는 공간인데 별로 입지도 않을 낡은 짐들로 채워놓을 그 공간을 우리는 꼭 소유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꼭 큰 냉장고와 세탁기를 가져야 할까? 원하면 언제든 산속으로 집을 옮길 수 있다면 집에 꼭 화분이 필요할까?

 

우리가 어떤 미래에 살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어떤 미래에 살아야 하는가하는 점은 보다 분명하다. 그것은 자원을 절약하며 사는 세상이다. 많은 것을 공유하는 세상이다. 예를 들어 목욕탕이나 세탁실 그리고 부엌이나 마당을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현대문명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것의 조합속에서 집으로서의 전기차의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지적하고 이 글을 끝마치자. 기존의 집과 전기차 사이에는 만드는 방식이 큰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어떤 장소에 고정하여 짓는 집은 한채씩 짓고 집을 지으려면 많은 주변허가가 필요하다. 집을 지을 수 있는 택지로 만드는 과정에 큰 돈이 들고 사실 아파트 같은 경우는 건물 그자체를 만드는 비용만 생각하면 지금의 아파트 가격이 전혀 말이 안된다. 움직이는 전기차는 공장에서 조립된다. 대개 대량생산하고 자동화하여 조립되기 때문에 가격이 극한으로 떨어진다. 한대 한대씩 만드는 자동차는 수억 수십억씩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다른 두 개의 영역 사이에 세워져 있는 경계가 본격적으로 무너지면 세상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은 괜히 그런게 아니다. 이미 세상에 변했는데 낡은 경계가 버티고 버티다가 모순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이다. 과거의 시선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일도 그 경계가 무너지고 난 후의 시선으로보면 거꾸로 보인다. 이제는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살았는지가 이해가 되지 않게 된다. 전기차의 본격적 발달은 이런 일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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