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3
어제는 테슬라의 AI 데이었다. 테슬라는 1년전에 로봇을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었는데 이번에 최근까지 개발한 로봇을 보여준 것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여러가지고 사실 목적에 따라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 정상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테슬라의 로봇을 보고 테슬라 투자를 해야겠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현재 상황에서는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테슬라가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은 비지니스로 생각하면 너무 희미해서 굳이 말한다면 테슬라가 망할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는 것이 합리적 추측일 것이다.
무엇보다 큰 것은 과연 쓸만한 로봇은 언제 실제로 판매되고 수익을 올릴까 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세미나 사이버트럭도 약속한 시간을 몇년이나 어기고 있다. 과연 사람들이 살 가치가 있는 로봇이 나오는 것은 몇년이나 걸릴까? 인공지능의 발달과 성취가 지난 몇년간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일론 머스크는 벌써 몇년째 올해는 완전 자율주행이 완성된다고 틀린 주장을 해왔다. 거의 완성된 것과 진짜 완성되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우리는 여기서 알 수 있다. 테슬라 로봇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인간을 일반적인 상황에서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든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생각해 보면 도로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운전하는 기술조차 언제 나올지 지금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런데 교통법규도 없이, 주변에서 사람들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환경에서, 차를 운전한다는 단일 목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섬세하고 복잡한 일을 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조만간 가능할까?
모든 것은 제약조건에 달린 일이다. 우리는 착각을 하면 안된다. 오이를 2미리 두께로 자동적으로 써는 기계는 지금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단지 그 기계는 정해진 장소에 놓여진 오이를 쓰고 오이를 2미리 두께로 써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이같은 작업과 부엌에서 로보트에게 냉장고에 있는 오이를 가져다가 2미리로 썰어서 쟁반에 올려 두라고 명령했을 때 그걸 실행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후자의 경우는 제약조건이 훨씬 작고 따라서 그걸 해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참은 로보트가 나온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을 테슬라의 반자율운전프로그램처럼 써야 할 가능성이 크다. 즉 인간이 개입하면서 도움만 받는 로보트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부대찌개 끓여봐라는 명령을 시키면 그것을 실행할수 있는 로보트가 나오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일 것이다. 다만 제약조건을 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제약조건이 많아지면 사실 같은 일을 많이 반복하지 않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냥 사람이 하는게 더 편할 수도 있다.
물론 테슬라가 모델3를 실제로 양산할 때도 회의론이 있었고 테슬라가 망할 뻔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를 실제로 양산하는데 성공했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공했다. 테슬라 로봇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테슬라는 예상과는 달리 로봇을 양산해 내는데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봇은 자동차와 차이가 있다. 전기차는 자동차를 확장한 것이다. 즉 새로운 기능이 있지만 기존 자동차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일단은 기본이고 따라서 전기차가 무슨 쓸모가 있다는 것인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로봇의 상태는 지금 이와 같지 않다. 사실 로봇은 아직 정확히 뭘 시킬 수 있는지도 확실치가 않다. 그래서 로봇을 보면 PC가 생각난다. PC도 처음 나왔을 때는 그 무시무시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이걸로 뭘 할 수 있는지가 불명확했다. 3백만원짜리 가게부 쓰는 기계였고 간단한 게임이나 하는 게임기에 머무른다면 그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였다. 그러다가 인터넷의 시대가 열렸고 컴퓨터는 어디에나 있어야만 하는 기계가 되었다.
로봇도 이럴 수 있을까? 비싼 로봇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싸게 판매하고 그대신 사람들은 로봇을 산 후에 앱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번에 구매한 앱을 쓰면 로봇이 개를 산책 시킬 수 있고, 다른 앱을 쓰면 칵테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또 다른 앱을 쓰면 시장을 봐올 수 있다는 식으로 로봇의 기능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데리고 다니면서 짐을 나르게 하거나, 필요하면 의자로 변신하는 기계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상에서 자연스럽게 들어나는 것은 로봇은 하드웨어 이상으로 소프트웨어로 완성되는 기계라는 것이다. PC 산업을 대표하는 회사는 마이크로 소프트지 하드 디스크나 CPU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듯 로봇의 기본 하드웨어에 영혼을 불어넣을 기본 OS를 만드는 회사가 로봇산업을 대표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테슬라만큼 잘 보여준 회사도 없다. 사실 테슬라가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한지 10년이 되었지만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이 그때 나온 모델S만한 차도 지금 만들지 못하는 것은 바로 테슬라가 하드웨어 회사이기전에 소프트웨어 회사였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처음부터 자동차를 중앙 OS가 여러 부품들을 조종하는 로보트처럼 본 반면에 기존의 자동차회사는 자동차를 여러개의 독립된 기계의 조합처럼 여겼다. 그래서 기존의 내연차는 여러개의 부품들이 각자 독립된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중앙에서 통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OTA처럼 중앙 OS를 교체하면 자동차 전체의 성능이 달라지는 일도 없다. 최적화에 한계가 크다.
기존의 자동차 회사가 당한 일을 이번에 똑같이 당한 회사가 있다. 그것이 바로 로보트 제작으로 유명한 보스톤 다이나믹스로 지금은 현대가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의 로봇은 굉장한 운동능력을 보여주었지만 그 철학이 말하자면 기존의 내연차 회사와 비슷하다. 기계를 인간이 만든다. 반면에 테슬라는 중앙 OS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중앙 OS가 인공지능으로 스스로 학습하여 몸의 움직임을 최적화하는 식이다. 말하자면 바둑두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인간이 집어넣어주는 규칙에 따라 바둑을 두는 기계를 만든다면 테슬라는 인공지능이 규칙을 찾아내서 그에따라 바둑을 두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 접근 방식의 차이는 가까운 시일내에 엄청난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다. 사실 이미 보스톤 다이나믹스가 9년을 노력한 수준을 1년만에 따라잡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테슬라가 로봇이 뭐에 쓰는 물건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문제는 남는다. 자동차 공장에서 쓰는 로봇은 훨씬 제한된 행동을 하고 그런 로봇이라면 이미 많이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어서 그걸 공장에서 쓰면 정말 효율성이 올라갈까? 그리고 일반인들은 그럼 그런 휴머노이드 로봇을 사서 뭐에 쓴다는 말인가?
정리하자면 로봇에 대한 테슬라의 비전은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아직은 구체성도 떨어지고 그것이 언제 실체화가 될지도 확실치 않다. 화성에 간다는 비전도 포기하지 않고 진행하는 일론 머스크 이므로 이 비전도 계속 추구될 수는 있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집집마다 로봇 한대씩은 살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무리다.
과학도나 기술자로 말한다면 이번 AI 데이는 흥미로운 것이고 로봇발전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날로 기억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의 기술이 성공할 때까지는 수 많은 실패가 있는 법이다. 테슬라의 이 시도도 훗날 매우 의미있었지만 결국은 실패한 경우로 기록될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크다. 그러니 투자자로 말한다면 이런 걸 기반으로 위험한 투자를 할 일은 아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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