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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세미에 대한 단상

by 격암(강국진) 2022. 12. 14.

22.12.14

지난 12월 1일에는 테슬라에서 세미 전기트럭을 펩시에 납품하는 행사가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을 흥분시켰던, 그리고 처음 발표와는 달리 5년이나 출시가 늦어져서 아예 출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세미 트럭이 드디어 출시된 것이다. 전기차를 몰아본 사람은 전기차가 교통 특히 물류를 혁신할 것을 확신하게 된다. 나오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건 환경보호같은 문제를 제외하고도 그렇다. 강력한 힘과 낮은 연료비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자율이건 반자율이건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피로도의 감소가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를 타는 사람들의 홈페이지에는 차를 사고 장거리 운전을 두려워 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 넘쳐난다. 하루 종일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이것만큼 강력한 장점이 있을리 없다. 

 

그런 세미트럭은 발표가 나고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일단 오토파일럿 기능이 빠져 있고 일단 납품은 했지만 앞으로 얼마나 대량생산해 낼 수 있을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게다가 소위 메가 차저라고 부르는 강력한 충전 시설도 앞으로 얼마나 확충될지가 알 수 없다. 심지어 800km를 간다는 모델의 가격이 18만달러로 보조금 4만달러정도를 제외하면 14만 달러라는 충격적 수준이라는 것도 의심의 원인이다. 이렇게 싸게 팔아서 돈을 남길 수가 있냐는 의심이다. 세미는 승용차의 10배에 달하는 배터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가격만 해도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미에 대해 생각해 보면 금방 이 가격은 이상하지 않게 보인다. 그리고 세미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의 조각이 맞춰지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세미의 충전시설부터 시작해 보자. 세미는 메가차저라는 것을 통해서 충전을 한다. 1000kw로 충전을 한다는 메가차저는 전기트럭에게는 필수적인 존재다. 10배나 큰 배터리를 완속은 물론 지금의 급속으로 충전을 해도 너무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슬라는 메가 차저를 개발했고 세미를 파는 만큼 앞으로 이 메가차저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세미를 싸게 팔아야 하는 한가지 이유가 있다. 메가차저가 없이는 전기트럭은 무용지물이며 이것은 심지어 다른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회사가 충전시설을 짓는 것으로는 테슬라는 따라올 회사가 없다. 예를 들어 현대가 전기트럭을 만든다고 해도 메가차저같은 기술과 시설이 없으면 그 트럭은 돌아다닐 수 없다. 승용전기차의 경우는 충전시설은 사회가 맡고 자동차 회사는 전기차만 만들어도 되지만 전기트럭은 그게 훨씬 어렵다. 그러므로 만약 테슬라가 메가차저를 슈퍼차저처럼 사방에 설치한다면 미래의 전기트럭은 설사 다른 회사에서 만들어도 메가차저에 의존하게 되기 쉽다. 그게 아니라면 자기가 충전시설을 지어야 하는데 그쪽에 경험을 가진 회사가 없다시피하다. 그러므로 세미를 싸게 팔아서라도 공급을 시작하고 메가차저 네트웍을 건설해야 전기트럭 물류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메가차저 네트웍이 건설되면 후발주자들은 크게 뒤지기 시작할 것이다. 테슬라가 메가차저네트웍을 테슬라 차량에만 한정하면 실질적으로 전기트럭을 파는게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가격은 그때 올려도 된다.

 

메가차저의 중요성은 앞으로 나올 사이버트럭에서 이 메가차저를 사용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예고에서도 들어난다. 사이버트럭은 세미보다 훨씬 배터리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메가차저에서 사이버트럭이 충전한다면 5분충전으로 풀충전이 되는 일이 가능하다. 이렇게 메가차저의 건설은 사이버트럭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것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세미가 싼 이유는 또하나 있다. 승용차와 트럭은 운전난이도가 다르고 차량의 사이즈가 다르다. 그래서 모델3나 y로 얻은 운행데이터로 세미트럭의 자율운전 프로그램을 훈련시킬 수는 없다. 트럭에 달게될 엄청난 길이를 가지고 엄청난 무게를 가진 화물칸을 다루려면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런 데이터가 지금 없다시피 한 것이다. 그러니까 세미를 팔아서 운행시켜야 그 데이터가 쌓인다. 초반에 세미를 산 사람들은 테슬라에게 그 데이터를 주는 서비스를 해주게 된다. 

 

그리고 머지 않은 장래에 오토파일러이나 FSD같은 프로그램이 완성되었을 때 테슬라는 그걸 아주 비싼 값에 팔 수가 있을 것이다. 오토파일럿은 승용차 부분에서는 차량마다 모두 무료제공되지만 더 상위 프로그램인 FSD는 15000불까지 비싸게 받고 있다. 그런데 세미같은 전기트럭의 자율주행 프로그램은 도대체 얼마를 달라고 할까? 내가 보기엔 5만불을 불러도 싸다. 그리고 기꺼이 사람들은 그 돈을 낼 것이다. 

 

테슬라를 타는 사람들은 운행을 할 때 반자율 운전 프로그램이 피로도를 10분의 1로 줄여준다고 이야기한다. 그게 2분의 1이냐 5분의 1이냐 하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핵심은 장거리 운전을 하는 전기트럭의 경우 반자율주행 프로그램의 쓸모는 훨씬 더할 것이고 그게 인건비의 감소, 사고율의 감소로 이어질 거라는 점이다. 트럭의 경우는 인건비를 줄이고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1년에 만불하는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구독하는 것이 훨씬 더 쌀 것이다. 전기트럭의 수명이 5년만 되도 5만불에 FSD를 사는게 이익이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세미 발표가 모두 납득이 되는 것이다. 가격이 생각보다 싼 것도, 오토파일럿 기능이 없는 것도, 메가차저를 발표한 것도 함께 생각해 보면 이렇게 되는게 자연스럽다. 애초에 처음부터 모델y같은 승용차를 팔듯 등장할 수가 없는 것이 전기트럭이었다. 메가차저같은 충전 인프라를 전국에 깔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 반자율운전을 위해 많은 데이터를 깔아야 할 것이며 그 반자율주행 프로그램을 비싸게 파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대로 된다면 사람들이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모두 깨달을 무렵에는 테슬라는 또한번 거의 독점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후발주자들도 충전인프라나 자율주행을 위한 데이터 문제같은 것을 그대로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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