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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센서를 떼는 이유

by 격암(강국진) 2022. 10. 14.

22.10.14

요즘 작은 화제가 되는 일이 있다. 그것은 테슬라가 센서를 자꾸 줄이는 일이다. 레이더 센서를 쓰지 않기로 결정하더니 최근에는 초음파 센서도 쓰지 않겠다고 테슬라는 선언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차량 제조 원가의 절약으로 해석하지만 나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느낀다. 특히 초음파 센서는 얼마하지도 않는 센서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런 원가 절약을 포함한 차량의 단순화로 해석해야 하며 이는 특히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의미가 있는 일이다. 

 

기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이 댓글을 다는 말을 들으면 그들은 센서를 더 많이 사용해서 신호가 더 많아지면 더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인공지능의 부분을 사소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즉 그저 센서를 많이 달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테니까 자동차의 운전이 더 정교해질 거라는 생각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이라면 애초에 10년 20년전에는 왜 자율운전이 없었을까? 센서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는데 말이다. 지금 자율운전내지 반자율운전이 발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센서의 발달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발달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인공지능에게는 반드시 더 많은 센서가 더 좋은게 아니다. 사람이 직접 짜는 프로그램에서는 센서 신호가 이렇게 저렇게 들어오면 그걸 바탕으로 이렇게 저렇게 판단하라고 사람이 정해준다. 그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짠다면 아마도 센서 신호가 많으면 많을 수록 바람직하다는 말이 많은 경우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기계학습은 그런게 아니라 센서들로부터의 신호를 주고 그에 해당하는 적합한 운전방식을 보여주면서 기계가 운전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계가 운전을 배워도 사람은 정확히 기계가 어떻게 그걸 배웠는지 모른다. 이는 일전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도 알파고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도 이세돌을 기계가 어떻게 이기는지 모르는 것과 같다. 

 

이럴 때 우리가 입력신호 즉 센서들로부터의 신호의 수를 늘리면 늘릴 수록 인공지능의 성취가 더 좋아질까? 꼭 그렇지 않고 사실 치뤄야 하는 댓가가 많다. 입력신호의 수가 많아지면 그에 따라서 계산이 느려지고 복잡해 진다. 그것도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세부사항에 달린 것이라서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급격히 그렇게 된다. 2명의 친구와 여행을 갈 때 계획세우는 일과 5명의 친구와 여행을 갈 때 그렇게 하는 일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여러 신호들은 모두 상호간에 크고 작은 충돌을 일으키기 마련이고 결국 어떤 식으로든 그것들을 조합하는 방식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복잡성은 조합의 수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인간도 눈만으로 주변을 살피며 운전을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인간에게 박쥐처럼 초음파로 주변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고 해보자. 그래서 길을 걸을 때 우리는 눈으로 살피면서 길을 걸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초음파 신호로도 주변을 살피면서 길을 걷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면 정말 더 안전하게 걸을 수 있을까? 눈이면 충분할 때 초음파 신호를 계속 확인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혼란스럽게 할 것같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기계학습을 할 때 기본적으로 해보는 일중의 하나가 입력신호중 일부를 무시해 보는 것이다. 많은 연결고리들을 끊어내도 여전히 그 성취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면 대개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좋다. 특히 운전처럼 실시간으로 빠른 판단이 필요한 일에서는 그렇다. 센서로부터의 신호는 언제나 노이즈로 차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심지어 사람도 착시를 일으킨다. 그런데 판단을 한번 할 것을 세번 네번해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더 복잡하게 생각해서 딱 한번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까? 즉 시간제한이 있을 때 좋은 성취를 보이는 것에는 계산속력이 큰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야구를 할 때 뉴튼 방정식을 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이외의 자동차 회사들은 센서들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테슬라가 반드시 옳은 길을 걷는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인공지능은 정확한 과학이라기 보다는 시행착오를 통해 기술을 누적시키는 것에 더 가깝다. 그러니까 테슬라와 다른 길을 걸었을 때 몇년뒤 테슬라가 옳다면 다른 자동차 회사의 인공지능은 더더욱 뒤로 뒤쳐지게 될 것이다. 그때가서 센서를 뜯어낸다고 단숨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 물론 이것은 거꾸로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로는 테슬라의 반자율주행은 적어도 그 실사용자들에게는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이 점을 생각하면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센서를 포기못하는 것이 바로 기술부족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기술장벽이 테슬라와 다른 자동차 회사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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