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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기차를 사야할까?

by 격암(강국진) 2022. 8. 4.

22.8.4

전기차를 탄지도 이제 1년 3개월이 되어갑니다. 저는 그동안 테슬라 모델 y를 2만 4천킬로미터정도 운행했습니다만 전기차에 대해서 제일 큰 질문들은 여전히 이런 것들인 것같습니다. 전기차를 타야하는가, 전기차를 탄다면 어떤 차를 타야하는가. 그래서 유튜브에도 이에 대한 의견들이 많고 전기차 리뷰도 많습니다. 오늘은 이 질문들에 대해 제 나름대로 답을 해볼까 합니다.

 

얼마전에 아내가 초소형전기차를 보더니 자기도 저걸 타볼까 하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저는 전기차 찬양론자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런 차를 사서 잠깐씩 타겠다면 설사 중고를 사더라도 모닝같은 것이 더 좋지 않을까하고 말했었습니다. 전기차 찬양론자가 왜 그렇게 말했을까요. 전기차 찬양론자가 도대체 뭘까요?

 

제가 주변 사람들과 대화해 보거나 인터넷의 여러 의견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전기차에 대한 가장 큰 혼란은 전기차가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직 전기차를 사용해 본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고 전기차라고 해도 전기버스에서 승용차 그리고 아주 간단한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와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막연히 '이게 전기차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열광하거나 비판하니까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갑니다. 심지어 유튜버나 기자들도 그렇게 한다는 느낌을 저는 많이 받았습니다.

 

캠핑 안갈건데 좋은 텐트가 무슨 소용이며, 자전거 안탈건데 비싼 자전거와 싸구려 자전가의 차이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일단 전기차가 가지는 특성을 써먹지 못하거나 써먹을 생각이 없다면 전기차가 의미가 없겠죠. 게다가 아주 많은 사람에게는 사실 차는 패션용품입니다. 한마디로 기능이상으로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에서 많은 중요성을 줍니다. 이런 분들은 전기차 가격을 듣고 흔히 그런 가격이면 독일 내연차탄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게 틀린 선택이 아닙니다. 수영장에선 수영복입어야죠.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전기차를 보면 그렇습니다.

 

어떤 유튜버는 전기차로 연료비를 아낀다는 말은 심지어 요즘처럼 기름값이 비싼 때에도 맞지 않는 말이라고 합니다. 충전하기가 어려운 것은 둘째치고라도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아도 내연차보다 비싼 경우가 많은데 그 차이를 생각하면 연료비를 아끼는 거라고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많은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이 오래걸립니다. 그러니까 갑자기 장거리를 가야할 상황이라도 생기면 골치아픈 거죠.

 

이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두자면 충전이 골치아픈 문제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적응하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어떤 분들은 그 적응이 너무 힘들다는 거죠. 노인들에게 스마트폰 준다고 잘쓰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충전문제가 없다는 말도 있다는 말도 틀립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전기차에 적응해서 이게 내연차보다 오히려 더 편하고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변충전환경이 좋거나 자기집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분들은 특히 그렇게 말하죠. 지금은 전기차시대 초기입니다. 적응력이 떨어지는 분들은 힘들 수 있습니다.

 

가격이야기도 해봅시다. 전기차는 지금 비싸졌고 앞으로 다시 싸질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전기차의 가격을 단순히 내연차와 비교하는 자체가 오해입니다. 자동차와 집의 가격은 당연히 다르죠. 2G폰과 스마트폰의 가격은 당연히 다릅니다. 자동차니까 전기차든 내연차든 모두 이정도 가격이어야 할거라는 것도 전기차라는 것을 그저 내연차에서 연료통을 배터리로 바꾸고 엔진을 모터로 바꾼 것이라고만 생각하니까 나오는 착각일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어떤 미래적 기준으로 보자면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상당수 전기차는 전기차가 아닙니다. 앱을 못까는 스마트폰도 스마트폰입니까? 말하자면 이런 문제때문입니다. 배터리있으면 다 전기차가 아닙니다. 저는 전기차 찬양론자이며 테슬라 자동차는 무리를 해서라도 잘 샀다고 기뻐하지만 미니 전기차를 사느니 차라리 소형내연차를 사는게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래서 그런 겁니다. 하지만 물론 그런 소형전기차도 나름으로 잘 쓸 소수의 분들이 있겠죠.

 

전기차 가격에 대해서는 한마디 더 할 것이 있습니다. 전기차는 앞으로 점점 더 비싸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보조금을 받아서 6천만원을 조금 넘는 돈을 주고 모델 y를 샀습니다만 차값은 1년만에 2천5백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보조금은 줄었습니다. 이게 테슬라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는 것이 지금도 차를 주문하면 1년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 보조금은 사라지고 이 적체는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작년에도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사람이 많았지만 어쩌면 이 적체는 앞으로 10년정도 계속될지도 모릅니다. 한국에만 2천만대이상의 차가 있는데 이걸 한해에 2백만대씩 교체해도 10년이 걸립니다. 과연 전기차 생산 적체가 한두해 지나면 해결될까요? 생산적체가 있는데 가격이 싸질까요?

 

그런데 우리는 이런 식으로 더 말하기 전에 다시 전기차란 무엇인가라는 곳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핵심적 문제를 뒤로하고 이런 식으로 괜히 쓸데없는 선입견을 쌓아올릴 필요없습니다. 전기차를 그저 배터리로 가는 자동차라고만 생각한다면 제 생각에도 전기차는 시기상조입니다. 저는 대개의 경우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짜 전기차는 세가지 특징을 가집니다. 하나는 자율 혹은 반자율주행입니다. 또하나는 넓고 쾌적한 내부 공간이죠. 마지막은 OTA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업그레이드의 손쉬움입니다. 이 기능들은 잘 구현된 차들도 있고 아직 개발중인 것도 많아서 더 좋은 차가 나오려고 하기도 하며 지금 비싸게 팔리는 차중에서도 이 기능들이 없는 차도 많습니다. 제 사용경험으로 보면 그런 차들은 제대로된 전기차가 아니라서 비싼 돈을 주고 사면 후회하게 될 겁니다. 또 만약 이런 기능들이 뭘 말하는 건지를 생각해 본 뒤에 그런 게 필요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전기차를 지금 살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이 기능들이 뭔가를 알고 나서 그게 자기에게 필요하다고 느끼신다면 비싸도 전기차를 빨리 타는게 좋습니다. 어떤 분들은 인생이 바뀌었다라고까지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테슬라를 타는 사람중에서도 반자율주행기능인 오토파일럿을 안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 사용자의 대다수는 오토파일럿이 테슬라 자동차의 문제 대부분을 용서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후지고 느린 서비스, 단차가 있는 자체도 다 용서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그만큼 진짜 반자율주행기능을 가진 차를 운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이젠 오토파일럿없는 차를 탈 수 없을 것같다고 말하게 만듭니다.

 

이런 반자율주행기능은 요즘 많은 차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테슬라만이 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오닉 5를 잠시 시운전해본 경험정도밖에는 직접 경험이 없지만 유튜버 리뷰어들에 따르면 현대차도 요즘은 기능이 아주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저는 여기에 대해 두가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테슬라의 경우에는 이미 아주 쓸만 합니다. 현대차의 경우에는 아직 그렇지 않다는 말도 있고 그렇다는 말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냥 되는게 아니라 믿고 쓸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어려운 길이 나오면 바로 예고없이 운전을 포기하는 식이라면 결국 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 부분을 주의해서 테스트를 해보고 사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물론 어떤 분들은 그런걸 상관하지 않습니다. 자율주행기능따위 자기는 안쓴다고 합니다. 사실 자율주행기능이 전기차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다면 전기차 꼭 살필요있나 싶습니다.

 

넓고 쾌적한 공간이라는 두번째 특징도 첫번째 특징처럼 언뜻보면 전기차의 특징이 아닌 것같습니다. 사실 내연자동차도 그런 차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전기차의 중요한 특징이 되는 이유는 첫째로 엔진을 포함한 동력부분이 사라지니까 같은 차체안에 더 넓은 공간이 나올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로 전기를 공급해 줄 수 있는 큰 배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강력한 컴퓨터나 에어컨을 엔진을 돌리지 않으면서도 쓸수 있죠. 그래서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차박에는 전기차가 좋다는 말이 바로 나온 겁니다.

 

나는 차박따위를 할 사람이 아니며 넓고 쾌적한 공간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하시는 분은 전기차 탈 필요없는 겁니다. 하지만 그냥 필요없다고만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연차에서 먹고자고 하는 사람도 있기는 했었습니다만 전기차는 더 쾌적하기 때문에 전기차가 아주 괜찮은 방이자 오피스이자 휴식공간이 될 가능성은 아주 충분합니다. 테슬라의 경우처럼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고 게임도 하고 심지어 중국에서는 노래방도 한다는 것은 그저 시작일 뿐입니다. 핵심은 가전제품을 오랜간 쓸 수 있는 파워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여러분이 하기 나름에 따라 전기차 공간은 굉장히 편안하고 기능이 많은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마치 별채처럼 차를 씁니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종종 가서 나만의 공간으로 쓰는 겁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도 내연차가 만든 선입견때문입니다. 전기차는 거실에 가져다 놓아도 방처럼 쓸 수 있는 물건입니다. 엔진소음이나 매연이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OTA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업그레이드의 중요성입니다. 전기차의 수명이 평균적으로 내연자동차와 같은지 아니면 2-3배 긴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아직 20년씩 전기차를 타본 사람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전기차는 부품의 수가 작아서 내연차와는 상당히 다른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의 단순비교도 문제가 있는 겁니다. 5년쓸 물건, 10년 쓸 물건, 20년 쓸 물건이 가격이 같을 수가 없죠. 그리고 빠르게 발달하는 기술과 이 긴 수명이 합쳐지면 업그레이드는 보조가 아니라 핵심적 문제입니다. 이제까지는 내연차는 조금 수리하며 타다가 낡으면 통째로 버리는 물건이었지만 전기차는 조금씩 업그레이드해서 새차로 만들어가며 아주 오래 탈 물건이 되기 쉽습니다. 배터리의 수명도 그렇습니다. 50만킬로씩 차를 탄 사람이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전 1년 3개월에 2만 4천킬로 정도를 운행했고 배터리 수명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본래 100% 충전에 511km였는데 지금은 500km쯤 나옵니다. 그리고 이 배터리 열화는 5%정도까지 열화되고 나면 크게 더 나빠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이러니까 뭔가의 이유로 5년뒤에 하나가 불편한 전기차가 있는데 그 하나를 바꿀 수가 없어서 차를 통째로 갈아야 하는 차라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 기술적 어려움은 제가 다 알지 못하지만 내연차에 배터리 넣고 모터를 집어넣은 모델은 그래서 추천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비슷해 보이지만 몇년만 지나면 굉장한 문제를 가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앱을 깔지 못하는 스마트폰 기억나십니까? 그런 겁니다.

 

그래서 전기차는 사야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답은 흔히 전자제품 이야기할 때 나오는 답과 비슷합니다. 기다리시면 점점 더 좋은 물건이 나올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면 영영 그걸 살 수가 없죠. 내가 뭐가 필요한지 내가 그걸 다룰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필요하면 당장 사는게 남는 선택이고 필요없으면 안사는게 좋은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같지만 내연차와는 다릅니다. 내연차는 이미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빠르게 변하는 물건이고 새로운 기능도 많은 물건입니다. 다수는 아니지만 이미 어떤 사람은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하는 물건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왕복 100km이상씩 운전해서 출퇴근 하는 분이 전기차로 바꾼 경우에 그런 말을 한다고 하더군요. 연료비는 굉장히 싸지고 운전피로도는 훨씬 줄어드니까요. 그런 분이 언젠가 나올 더 좋은 전기차를 기다릴 필요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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