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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자율주행

by 격암(강국진) 2022. 6. 6.

22.6.6

지금 시대에서 가장 큰 화제 중의 하나는 전기차다. 그리고 전기차 산업의 미래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배터리가 아니라 자율주행일 것이다. 누가 언제 어떤 자율주행차를 완성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세계의 미래를 결정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어디까지 와 있고 어디로 갈 것인가? 나는 자동차 전문가는 아니다. 심지어 인공지능 전문가라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테슬라 오토파일럿을 1년 사용하면서 반자율주행 성능들에 대해서 관심있어 했고 본래가 인공지능 전공에 가까운 사람이다. 25년전쯤 내가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 그것은 물리학 박사였지만 그 주제가 인공지능의 연구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기계학습 전공자가 한국에 별로 없었으므로 나는 한국인들 중 인공지능을 가장 먼저 공부한 사람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 나의 생각을 몇자 적어 볼까 한다.

 

우선 운전을 편의상 둘로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는 독주 즉 홀로 운전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군주 즉 다수의 차량이 같이 운전하는 것이다. 만약 지구상에 단 하나의 차량만 있다면 이런 상태에서 자율주행을 완성하는 것은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면 얼마 멀지 않았다. 물론 이 말이 지금 시판되고 있는 차들이 이 독주 상태의 자율주행을 완성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여러 차량의 반자율주행 성능을 비교하는 유튜버들이 몇몇있다. 그들은 구불구불한 길에서 여러 차량의 자율주행 성능을 비교하는데 그 결과를 보면 독주 상태에서도 자율주행의 완성은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테슬라를 제외하면 말이다. 예를 들어 22년 4월에 올라온 아래의 동영상을 보라. 

 

 

이건 독일차는 나오지 않지만 다른 유튜버들은 독일차와 비교한 경우도 있었다. 좀 예전의 테스트이긴 하지만 그 결과는 비슷하다. 물론 이 분야는 기술의 발전이 워낙 빠르므로 사실 반년이나 일년만에 상당히 다른 차가 나올 수도 있다. 이게 이 분야가 혼란스러운 이유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지금 이순간 OTA로 자율주행능력을 업그레이드 해주는 차량은 테슬라뿐이다. 즉 과거에 나온 차들은 그 기술수준에 머물러 있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반박할 사람이나 다른 의견을 내는 기사들을 제시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객관적인 답이 있을 법한 이 문제는 뜻밖에 정치적이고 주관적이어서 나와는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을 여러분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애초부터 자율주행기술은 별로 중요치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독일차는 레벨3에 도달했다던데 그럼 테슬라보다 더 뛰어난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의 인식도 이 정도에 머물러 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사용자로서 말해보자면 첫째로 오토파일럿은 반자율주행프로그램이지만 이미 굉장히 유용하다. 써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유용함을 아직 몰라서 처음 써보는 사람은 충격받는 경우도 많다. 충격이라고 하면 과장같지만 장거리 운전에서는 그 차이가 충격적이다. 운전 피로도가 전혀 다르다. 그래서 테슬라 사용자 게시판에 가면 테슬라 이외의 차는 탈 수 없는 몸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둘째로 거의 비슷한 것과 같은 것은 굉장히 다르다는 것이다. 문자인식을 생각해 보자. 책의 한 페이지를 스캔해서 거기에 있는 글자를 인식하고 그걸 문자로 바꿔주는 것은 지금은 굉장히 널리 쓰이는 기술이지만 30년전만해도 굉장히 힘든 것이었다. 당시에도 사람들에게 놀랍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가능했다. 한페이지 가득한 글자를 문자인식을 시키면 인식 오답률이 10% 미만일 경우 언뜻보면 문자인식 기술이 성숙한 것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답률 10%나 5%는 어림도 없는 숫자다. 이 말은 천자나 만자의 글자를 읽으면 틀리는 글자가 백자나 천자는 된다는 뜻이고 그걸 다시 사람이 교정해줘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의 신경망 기술로는 그 오답률을 충분히 낮추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오답률 5%와 1% 그리고 0.1%는 대충보면 비슷한 성능같지만 쓸모 있냐없냐를 보면 전혀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를 메꾸는데는 10년 20년이 걸렸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자율주행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대나 벤츠에 달린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말하며 그런 프로그램은 요즘 흔하고 다른 자동차 회사의 것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직진이나 부드러운 곡선의 도로에서, 차선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도로에서 반자율주행이 되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문자인식의 경우 오류가 나면 글자가 하나 틀리는 것이지만 자율주행에서는 오류는 죽음일 수도 있다. 아직 위의 동영상을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 보기 바란다. 위의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저러면 사실상 테슬라 이외에는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쓸 수가 없다. 왜냐면 돌발상황에서 죽을까봐 겁나서 그렇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괜찮겠지만 그걸 믿고 달리다가 몇일에 한번씩 죽을고비를 만나면 쓰게 되지 않는다.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이 레벨을 넘어가 있다. 오토파일럿을 과신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감시는 하되 믿고 타도 될 정도의 안정성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쓸모가 있다. 다른 회사의 것도 상황을 골라서 사용하면 가능하겠지만 그 영역이 훨씬 좁을 수 밖에 없다. 차선을 따라가는 능력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 대충봐서 비슷한 것과 실제 사용에서 비슷한 것은 전혀 다르다.  

 

그러나 테슬라를 포함해서 모든 자동차 회사들의 프로그램은 군주로 가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를 만나게 된다. 사실 독주는 이에 비하면 쉬운 산에 가깝다. 독주와 군주의 차이는 독주는 혼자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에 가깝다면 군주는 대화에 가깝기 때문이다. 운전을 하는 사람은 길을 나서면 도로위의 차들과 대화를 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법규를 지켜서 운전하냐 안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혼잡한 도로에서 운전자들은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보면서 자기 차를 치워주기도 하고, 때로는 감속해서 양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보만이 좋은 운전이 아니다. 그보다 운전자는 차량의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다른 차량의 행동과 필요를 이해하고 예측할 필요가 있다. 초보운전자는 바로 이걸 못하기 때문에 차선을 바꾸거나 흐름을 막는 일을 해서 나쁜 경우에는 다른 차량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 자신도 위험해 지는 경우가 많다. 

 

거리에는 초보운전자만 있는게 아니다.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고, 같은 사람도 그때의 상태에 따라 엉망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은 해고를 당한 사람일 수도 있고, 부부싸움을 하고 이혼위기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데 거리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차를 한시간 운전하면 우리는 수백 수천명과 대화를 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그 중의 누군가는 바보거나 미친 사람인 경우가 거의 반드시 있게 된다. 그래서 운전자들이 성격이 거칠어 지는 것이다. 여러분이 매일 천명의 사람과 만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유없이 당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면 여러분은 만남 자체가 싫고 모든 사람에게 방어적이 될 것이다. 

 

운전이란게 이렇다. 그리고 이게 바로 자율주행프로그램이 극복해야 할 군주라는 과제다. 이미 거리에는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차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그래서 운전은 인간과 인간의 대화일뿐만 아니라 인간과 기계간의 대화가 되어가고 있다. 일찌기 일론 머스크는 미래에는 인간이 운전하는게 불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상대방을 기계로 인식하고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믿는 인간 운전자가 난폭운전을 하게 된다는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나 말고 대부분의 차가 자율주행 프로그램으로 운전할 때 나는 기계의 움직임을 예단하고 더 위험하게 운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로보트를 학대하는 미래는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이 군주는 아마도 완전히 해결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컴퓨터가 있어도 자동차의 움직임은 물리적 한계를 가진다. 컴퓨터가 백배 빨라진다고 차의 제동거리가 10분의 1로 줄어들 수는 없다. 그러니까 운전매너가 엉망인 사람들이 우글대는 거리에서 군주를 하면서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편리한 운전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내가 양보하고 안전운전을 하면 영원히 건널목을 건너지 못하고, 차선을 바꾸지 못할 수도 있다. 이래서는 목적지에 시간내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위협적으로 운전을 하면 결국 이따금은 사람을 죽이는 킬러머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제외해 보자. 그래도 중요한 것은 기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기계는 자신의 어떻게 주행할 것인가를 다른 운전자에게 예측하게 해주고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차선을 바꿀 때에는 깜박이를 켠다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나에게 위협이 되는 차에게는 그 이상의 경고 표시를 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차선을 바꾸기 전에 살짝 차를 차선안으로 들이미는 행동을 해서 상대방에게 내 행동을 예측하게 해주는 경우도 많다. 깜빡이 켰다고 그냥 들어가지는 않는다.

 

아직 이 문제가 심각하게 들어나지 않는 것은 진짜 자율주행 프로그램이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자랑하는 풀셀프드라이빙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자동차가 거리에 가득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것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상대방 차의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비난해서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고 이때문에 거리에서는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자율주행프로그램은 엄청난 초보운전자처럼 운전하는데 그걸 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거리가 엉망이 되어간다고 말이다. 

 

군주상태에서 운전은 대화와 같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기계와 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기계의 대화능력은 아직 인간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니 가야할 길은 멀다. 자율운전 택시는 그래서 당분간 지극히 제한된 환경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프로그램은 날로 번창할 것이다. 사실 지금도 태슬라를 모는 사람들은 야간이나 빗속에서는 오히려 오토파일럿이 더 안전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냐면 그런 환경에서는 인간의 눈보다 카메라가 차선을 더 잘 본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런데 5년 10년뒤에는 어떨까? 운전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공포를 가슴속에 가지고 있다. 사고로 본인이 죽는 공포, 사고로 차안에 탄 사람들을 죽이는 공포, 사고로 보행자나 다른 차량에 탄 사람을 죽이는 공포다. 물론 이런 일이 잘 안 일어나기때문에 운전을 할 수 있는 거지만 차를 운전하다보면 이런 가능성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평생 운전하면서 단 한번도 안 졸아봤다는 사람만 해도 10년이상 운전한 사람이라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눈한번 감았다 떴는데 인생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다만 이제까지는 그런 상황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발달한 센서와 자율운전 프로그램을 갖춘 자동차들이 이런 가능성을 크게 줄인다면 이제는 그런 차를 안타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자동차 보험처럼 법으로 강제화될 수도 있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이 어느 레벨에 도달하지 못하면 아예 차를 팔 수 없을 거라는 뜻일 수도 있다. 

 

앞으로의 거리가 인간과 기계가 다정히 대화를 나누는 곳이 될 것인지 아니면 대혼란이 올 것인지 그도 아니면 인간이 추방되는 곳이 될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길게 보면 인간의 운전이 불법이 될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예측은 설득력이 있다. 산업적으로, 기술적으로 그게 돈이 되고, 현실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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