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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시기상조인가?

by 격암(강국진) 2023. 12. 6.

테슬라 모델y를 타고 다닌 지 2년 반이 되었다. 그런데 언제나 그런 말이 있었지만 요즘들어 유독 전기차가 미래라는 것을 의심하거나 전기차가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언론기사가 많이 보인다. 이런 말들에 대한 반박들이 유튜브에 자꾸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가? 전기차는 미래가 아닌가? 전기차는 시기상조인가?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그건 여러분이 누구인가에 크게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기차가 미래가 맞지만 전기차는 여전히 어얼리 어답터라고 불러야 할 진취적인 사람들의 물건으로 남아 있다. 다시 말해 미래를 미리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 세상의 흐름에 뒤쳐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것이 전기차라는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부유하여 자동차 가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면 나는 여러분이 전기차를 타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전기차는 다음번 스마트폰이다. 아직 그 가능성이 충분히 개화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비싸며 어떤 부분은 허술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차다.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며 여러분이 컴맹도 아니라면 스마트폰이 나왔는데 2G 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물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팔자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여러분이 얼마나 미래를 미리 경험하는 일에 가치를 두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돈걱정도 되고, 일상에 바빠 미래를 탐색하고 뭐고 그럴 시간이 없다면 전기차는 아직 대중화되기엔 약간 시기상조라는 말이 맞다. 전기차는 비싸다. 그리고 비판을 받을 각오로 말하자면 지금 미래를 경험할 수 있는 대량생산되는 자동차는 테슬라가 거의 유일하며 다른 전기차들은 아쉬운 점이 더 크다. 물론 이것도 사람에 따라서는 꼭 사실이 아니다. 

 

전기차는 단순히 엔진이 모터로 바뀌고 연료통이 배터리로 바뀐 차가 아니라 것을 기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국가보조금때문에 그런 전기자동차도 사는게 이득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별로 정상적인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테슬라가 보여주는 진취성은 정말 많다. 몇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반자율주행 프로그램인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이미 몇년전부터 아주 훌룡했다. 테슬라를 타는 사람은 대부분 오토파일럿을 테슬라의 1등가치로 여긴다. 그정도로 자동차의 사용을 극적으로 바꾸는 것이 오토파일럿이다. 이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테슬라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완전자율주행 프로그램을 천만원단위의 가격으로 판다. 이는 전기 자동차 가치의 상당부분이 소프트웨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충전시스템인 슈퍼차저도 그렇다. 테슬라는 이미 슈퍼차저 기술을 공개하면서 동참을 말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계속 딴데만 보면서 낡은 기준, 낡은 기술에 집착하고 있다. 그 결과 슈퍼차저의 케이블보다 훨씬 더 무겁고 두꺼운 케이블로 느리게 충전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으며 테슬라 슈퍼차저는 전국에 설치되는데 완속기나 DC 콤보를 사용하는 충전소들은 관리가 부실한 경우가 많다. 충전선을 가져다 꼽기만 하면 충전과 요금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그런 경험을 다른 충전소들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사이버 트럭을 공개하면서 테슬라는 48볼트로 차량의 볼트를 올리는 기술개선을 해서 차량 내부의 전선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차량 내부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이 커지면서 점차로 전압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음에도 테슬라가 처음으로 그 일을 한 것이다. 이는 전력소모나 경량화, 제조원가 절금등에서 효율성을 크게 바꿀 수 있는 개선이다. 

그리고 여전히 테슬라를 다른 회사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OTA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다. 이것은 차를 계속 업그레이드해주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2G폰과 스마트폰의 차이만큼의 차이를 준다. 테슬라를 써보면 자동차인데도 좋은 컴퓨터가 내장되는 것 그리고 좋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느끼게 만든다. 요즘 인공지능 이야기가 화제다. 그런데 차를 중앙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을 때 인공지능의 파워가 어떤 결과를 주겠는가? PC로 보면 당신은 최신 OS를 쓰고 있는데 다른 컴퓨터는 매우 불편하고 업데이트 안되는 낡은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것과 같다. 

이것들은 결코 단순히 테슬라를 칭찬하기 위해서 말하고 있는게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동차가 무엇인가가 지금 바뀌고 있으며 그걸 가장 앞장서서 바꾸고 있는 것이 테슬라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따라가고 가능하다면 선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동차에서 자동차로의 변화가 아니라 마차에서 자동차로의 변화이고 2G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변화다. 사실 스마트폰은 폰이라고 불릴 뿐 전화기능이 있는 컴퓨터다. 마찬가지로 전기 자동차를 그냥 자동차라고만 여기면 우리는 언제까지고 미래 자동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전기차는 지금도 바뀌고 있다. 아마도 10년쯤 뒤면 테슬라 자동차를 포함해서 내연차든 전기차든 모든 차가 너무 낡은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사용자로서 지금의 전기차가 나에게 보여주는 내연차와의 차이점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주행의 개념을 바꾼다. 자율주행 프로그램과 연료비때문이다.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라고 해도, 반자율주행 프로그램을 쓰는 전기차는 운전이 너무 편하다. 테슬라 게시판에 가보면 내연차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 장거리 운전이 전혀 두렵지 않아진다. 게다가 제 아무리 충전비가 비싸졌다고 말해도, 내연차의 연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연료비가 몇분의 1수준으로 싸고, 장거리 운전이 두렵지 않기 때문에 전기차는 운전을 두렵지 않게 느끼게 해준다. 즉 운전하고 싶게 하고, 운전해도 피곤하지않다. 프로그램이 운전하기 때문이고 기름값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기차가 현재 내연차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이것이 꼭 돈을 절약하는 일이 아니라는 말도 지금은 맞다. 하지만 차를 소유한 사람의 마음자세가 다르다. 내연차는 타면 탈수록 돈을 낭비하는 느낌이라면 전기차는 타면 탈수록 돈을 버는 것같다. 그래서 전기차를 산 후 주행거리가 2-3배가 늘어났다는 사람도 있다. 마구 여행을 다니고 차박을 다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기차는 높은 확률로 내연자동차보다 훨씬 더 긴 주행거리를 견뎌낼 것이다. 부품수가 작고 움직이는 부분이 작기 때문이다. 선풍기와 오토바이 중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하고 고장날 가능성이 큰 쪽이 어디일까? 

 

둘째는 자동차 공간의 의미를 바꾼다. 전기차는 방대한 배터리와 좋은 차량컴퓨터 그리고 큰 모니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못하는 것이 별로 없다. 시동을 걸지 않아도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다 충전할 수 있고, 가전제품을 쓸 수 있게 하는 V2L기능도 점차 늘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다 볼 수 있고 물론 어느 방보다도 오디오 소리도 좋다. 전기차니까 차량 내부가 공기가 쾌적하고, 진동도 없다. 전기차란 세워두면 그 자체가 하나의 첨단장비가 설비된 방처럼 느껴진다. 움직일 뿐만 아니라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운 방이다. 내연차도 물론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전기차와는 다르다. 엔진이 돌지 않고,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차이가 크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만약 당신이 그저 차란 출퇴근할 때 잠깐 타는 것이며, 차안에 앉아서 뭘 하거나 차박따위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차안에서 여러가지 전자제품을 쓸 생각도 없으며, 충전을 하거나 전기차를 관리하기 위해 뭘 배우는 것이 귀찮은 사람이라면 다 필요없다. 이는 마치 SNS도 안하고 사진도 안찍고 각종 어플중 쓰는게 하나도 없는 노인에게 스마트폰이 가지는 의미와 같다. 사실 효도폰이라고 전화만 잘되는 폰이 그 경우에는 답이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미래는 이렇데 라고 말하는데 그거 다 관심없다고 말하면서 전기차는 역시 시기상조지라고 말한다면 그 말은 틀리지 않다. 탐구할 궁금증도 노력할 동기도 없는데 기능이 많고, 새로운 개념의 차를 뭐하러 비싼 돈을 주고 사겠는가? 다만 스마트폰으로 돌아가 말해보자면 너무 그렇게 보수적이고 게으른 것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인터넷 뱅킹이 이해가 안되서 고생하는 노인들이 그걸 보여준다. 

 

내가 말하는 것은 현재의 전기차다. 요즘 AI 이야기가 시끄러운데 그것만 해도 전기차의 미래를 크게 바꿀 것이다. 안면인식을 통해 탑승자를 파악하고 자동차 공간이 탑승자에 맞춰서 변화하고 대응하는 그런 고급 공간이 전기차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그것도 별로 비싸지 않은 가격에 말이다. 그리고 일단 그런 것을 경험하고 나면 사람은 뒤로 가기 어렵다. 갈수록 커지는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은 가정과 사회적 전기 생산과 소비패턴을 바꿀 수도 있다. 태양광에너지 같은 것은 전기 생산이 일정하지 않은데 전기차는 그런 에너지를 축적하는 배터리 역할도 할 수 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오지에 지은 집도 전기차가 가서 접속하여 그 집에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지금의 전기차는 역시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물건으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차는 한번 사면 10년을 탈 수도 있는 물건이고 전기차는 특히 그렇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전기차는 나에게 낭비이고 내 취향이 아니라고 말할 때 그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과거에도 전부 그랬다면 지금의 한국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가난한 시절에도 최신 PC를 사고 아무리 가난해도 스마트폰은 사는 것이 진취적인 한국인들이 아니었던가? 그 덕에 지금의 한국이 있는 것도 사실이 아닌가? 그러니까 적어도 전기차가 시기상조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어떤 객관적이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즉 '모든 사람에게' 전기차가 좋다던가 반대로 전기차가 시기상조라던가 라고 결론을 내리려고 하지는 말자는 말이다. 지금의 전기차는 그런 물건이다. 하나의 답으로 정리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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