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투자대상으로 지금도 좋을까?

나는 테슬라 주식이 없다. 하지만 최근 테슬라 주식을 산 지인이 테슬라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고 요즘 연일 테슬라가 주식이 떨어지고 있어서 기사도 많이 나는 것때문에 테슬라의 투자가치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생겼다. 오늘은 이에 대한 가볍게 잡담을 약간 써볼까 한다. 

 

테슬라는 한때 내가 아주 열정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회사다. 그 결과 나는 지금 테슬라 모델y를 몰고 있다. 주식은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전처럼 흥미가 크지는 않다. 사실 테슬라는 계속 고속 성장하는 기업이었는데 지금 성장도 둔화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는 그 핵심이 자율주행에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한 자율주행이 아니라 반자율주행이라고 말하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 

 

테슬라는 여러가지 비전을 내세우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그 비전들의 핵심중의 핵심이 뭘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건 결국 자율주행기술이다.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기술이 금방 완성될 것처럼 여러번 약속했고 차와 함께 무료제공되는 오토파일럿이 아니라 FSD 소프트웨어는 천만원대의 비싼 가격으로 팔아오기도 했었다. 세미트럭이 세계의 물류를 혁신할 것으로 여겨졌던 이유도 개인적으로는 자율주행기술 때문이다. 항상 운전해야 하는 사람에게 완전자율주행이 아니더라도 쓸만한 반자율주행 기술은 피로도를 급격히 낮춰줄 수있다는 것이 모델 3나 모델 y를 타는 사람에게는 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테슬라의 과제가 오직 자율주행뿐만 이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모델3나 모델y의 양산에 실패했다면 자율주행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대중적으로 널리 팔 수 있는 자동차 자체를 만들지 못해서 테슬라는 좌초했을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그걸 해냈고 그럭저럭 테슬라 자동차를 양산해 왔으며 자율주행을 완성시키지는 못했지만 소프트웨어의 성능은 해마다 좋아져서 지금 미국에서 되는 FSD 운전을 보면 정말 이정도면 자율주행이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게 운전성능이 좋아졌다는 생각은 든다. 

 

테슬라 자동차의 상품성에 있어서 자율주행은 절대적이다. 우린 이것을 테슬라 자동차 동호회에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말한다. 테슬라 자동차는 오토파일럿이 안되면 의미가 없다. 강력한 힘이라던가 인터넷 업데이트가 된다던가 하는 점들이 장점으로 꼽히며 비록 어떤 사용자들은 오토파일럿을 안쓰기도 한다고 들었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 테슬라가 보여주는 신세계는 오토파일럿과 관련이 있다. 오토파일럿이 되니까 장거리가 두렵지 않아진다. 차가 막히는 출근길도 무섭지 않다. 지금도 이렇게 좋은데 얼마 지나지 않으면 완전 자율주행도 될거라고 한다. 이러니 테슬라에 환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말은 뭔가의 이유로 오토파일럿이 안되면 테슬라는 그냥 비싼 차가 되고 만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오토파일럿을 빼고 나서 테슬라를 보면 과연 이 차가 이 가격에 어울리는 차일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확신이 크게 줄어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완전자율주행이란게 된다면 물론 그렇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여전히 테슬라는 사람이 운전해야 하는 차다. 다만 오토파일럿이 운전을 좀 쉽게 해줄 뿐이다. 그 가치는 얼마일까? 

 

사실 이 완전자율주행을 향한 여행의 속력이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생각도 요즘은 든다. 10년전을 생각하면 이미 자율주행이 90%나 95%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문제는 남은 10%, 5%, 1%다. 항상 이게 어렵다. 왜 화물트럭이 자율주행을 하면서 저절로 장거리 운송을 하는 일이 보편화되고 있지 않을까? 오랜 기다림 끝에 세미 트럭은 펩시에 약간 공급되었으며 사이버트럭도 출시되었지만 약속했던 것과는 달랐다. 특히 세미트럭과 사이버트럭에서는 오토파일럿이 안된다는 점이 눈에 띤다. 

 

요즘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놀랄만한 결과들을 쏟아내니까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는데 그런 결과들이 놀라운 것은 맞지만 우리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개발을 보면서 배울 것도 있다. 거의 자율주행처럼 보이는 것과 진짜로 믿을 수 있는 자율주행이 되는 것 사이에는 먼 거리가 있다. 그러니까 휴머노이드 로봇이 계란을 들고, 접시를 나르고, 인간의 질문에 합리적으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흥분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마치 내년이면 그런 휴머노이드가 집집마다 있을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건 테슬라 자동차 홍보비디오를 보고 자율주행이 완성되었다고 흥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그것이 완성되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데 말이다. 

 

생각해 보라. 자동차가 95%의 확률로 완벽한 운전을 해낸다면 그런 자동차로 자율주행 선전 비디오를 찍기는 너무 쉬울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자면 그런 차는 20대가 길에 나서면 그 중의 하나가 사고가 나는 차다. 이것이 선전비디오와 현실과의 거리다. 그래서 자율주행을 향한 테슬라의 노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율주행기술이 완벽해지면 질수록 발전이 느려진다고 느끼게 된다. 홍보비디오만 보면 95% 완성된 기술과 99.9% 완성된 기술은 차이가 없다. 테슬라는 지금 이 단계에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테슬라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남은 1%, 5%는 제도의 문제다. 우리는 우선 자율주행기술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서 교통이나 운전이라는 게임의 법칙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AI가 자율주행을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자율주행기술은 완성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우선 고속도로 안에서는 자율주행이 안전하도록 시스템을 다듬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면 고속도로에서는 사람이 간섭하지 않는 자율주행이 보편화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자율주행의 영역을 점차로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테슬라같은 회사 혼자서 사회적 개혁을 하려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실 제한적인 환경에서는 자율주행이 이미 되고 있다. 레일위를 달리는 열차는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 공장에서 움직이는 로봇들도 자율주행을 한다. 심지어 한국의 식당에서 많이 쓰는 배달로봇도 자율주행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제약이 존재하면 얼마나 일이 쉬워지는가를 잘 보여준다. 자동차의 자율주행을 보려면 인간이 약간 양보를 할 필요가 있다. 그걸 계속 무시하면 자율주행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자동차를 가장 먼저 대량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영국은 19세기 중반에 자동차를 규제하는 법을 만든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빨간깃발법으로 이 규제가 가장 심할 때는 자동차는 도시에서 시속 3.2km이하로만 주행이 가능했고 그 자동차앞에서는 빨간깃발을 든 사람이 걷도록 했다고 한다. 이런 규제는 사람이나 다른 마차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이러면 자동차 산업이 발전할 리가 없다. 그렇게 해서 자동차 산업은 다른 나라에서 더 빨리 발전하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아무도 빨간깃발법같은것으로 테슬라를 억압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누군가가 뒤를 돌아보면 자율주행기술은 이미 테슬라에서 완성단계였는데 사회가 그걸 허용하지 않고 억압해서 미국에서 자율주행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국이 아닌 다른 보다 진취적인 나라에서 자율주행은 먼저 현실이 될 수 있다. 사실 인터넷의 역사를 봐도 인터넷 기술을 세계최초로 개발한 것은 물론 미국이지만 그것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나라는 한국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한국이 작은 나라라서 미국이 애플과 아마존과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가졌지 한국이 그 비슷한 것을 먼저 시작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생성형 AI에 광분하고 있다. 내 생각에 이 멋진 기술은 분명 AI를 크게 대중화시킬 것이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테슬라처럼 발전의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AI 시대란 어떤 것인가를 가장 깊게 이해한 나라가 진정한 AI의 시대를 시작할 것이다. 

 

그럼 테슬라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말인가? 미래는 모르고 일론 머스크는 창의적인 사람이다. 그는 아마도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며 돌파구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주목할만한 것은 모델2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을 가진 전기차다. 만약 오토파일럿이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라서 테슬라가 비싸게 느껴진다면 그보다 더 싼 자동차는 어떨까? 그런 자동차는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라고 해도 인정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그 차가 바로 모델 3가 되었어야 하는데 모델 3만 해도 너무 비싸다. 새로 나온 모델 3 하이랜드는 롱레이지 기준으로 6350만원 정도의 가격대다. 이건 BMW나 벤츠같은 차보다는 싸지만 여전히 너무 비싸다. 미래를 미리 살아보겠다는 얼리어댑터들은 인정해 줄지 몰라도 모든 사람들이 타고 다닐 가격은 아니다. 그래서 모델 2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이 자동차의 생산은 빨라야 2-3년뒤라고 한다. 이래저래 테슬라에게 어려운 때다. 하지만 나는 자율주행이 현실화되는 기미가 보이면 테슬라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회사는 아직 미래에서 멀다. 테슬라가 미래에 제일 가깝다. 요즘 상품화될 것같은 생성형 AI 이야기가 많은데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해도 차를 상당히 바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