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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영화 드라마 다큐

영화 올빼미를 보고

by 격암(강국진) 2023. 1. 17.

23.1.7

영화 올빼미를 뒤늦게 보고 감동이 식기 전에 몇줄 적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최근 본 영화중 아바타 2를 포함해서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본 영화였습니다. 영화관에서 사라지기 전에 봐서 아주 다행이었습니다. 

올빼미는 인조때의 이야기입니다. 인조는 영화 남한산성에서 청에게 굴욕을 당하는 왕으로 나온 왕이기도 합니다. 이 시대에서 주목할 사람은 최명길도 있는데 명과 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나라를 구한 인물로 후일 평가되는 사람이죠. 주자학에 빠진 조선의 사대부가 조선을 망쳤다고 할 때 예외적인 인물로 거론되는 이가 바로 이 양명학을 공부했다던 최명길입니다. 다만 이 영화에 나오는 영의정은 그가 아닙니다. 그는 명과 청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다가 청으로 잡혀가서 옥살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인조가 굴욕을 당하고 소현세자가 청으로 끌려간지 8년만에 조선에 다시 돌아옵니다. 인조는 청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소현세자는 실용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했다고 합니다. 과거의 일이니 단순하게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인조가 청에 호감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같기는 합니다. 어찌되었건 시대는 이미 청나라의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돌아와 곧 왕이 될 것같았던 소현세자였지만 그는 곧 죽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소현세자 독살설을 기반으로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역사적 진실을 다루는가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저에게 있어 이 영화는 오히려 평범한 시민과 권력자들간의 알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평범한 시민은 아는 것도 눈감고 너무 튀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시민을 상징하는 인물로 '거의 봉사'인 침술사가 나오는 것은 그럴 듯합니다. 타고난 병으로 불이 꺼진 밤에는 앞이 조금 보이지만 밝은 곳에서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인물인 경수는 류준열이 연기했습니다. 이 영화를 선전할 때는 류준열보다는 인조역을 맡은 유해진이 선두에 나섰습니다만 이 영화를 보면 이 영화를 대표하는 인물은 아무래도 류준열입니다. 스토리 상으로도 그렇고 그걸 살리는 연기로도 그렇습니다. 물론 유해진의 연기도 좋았지만 말입니다.

류준열은 자기같은 사람은 보고도 못본척 하며 살아야 하며 사람들은 소경이 뭔가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정에 이끌리고 정의를 못본 척 할 수가 없어서 그는 권력 싸움의 한가운데에 뛰어 듭니다. 그가 겪는 모험과 좌절이 이 영화에서 어떻게 펼쳐지는가 하는 것은 너무 심한 스포일러이며 이 영화가 아깝기 때문에 안보신 분들을 위해 여기서 적지는 않겠습니다. 근간에 본 영화중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오랜만이었으므로 안보신 분들은 꼭 보시기를 바랍니다. 

역사는 결국 현실의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에 나오는 권력자들을 보면서 우리는 현실속의 권력자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요즘 시대가 적어도 저에게는 어둡습니다. 저도 소시민 경수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척 말이죠. 아무쪼록 이 시대의 권력자들도 이런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권력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그들이 추해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건 너무 심한 기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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