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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교육에 대하여

수학 시험을 잘보는 방법

by 격암(강국진) 2023. 1. 28.

23.1.28

수학은 많은 사람들이 질색하는 과목이지만 오늘날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때 과외선생도 많이하고 학원 수학강사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입시에서 수학만점을 받았으며 물리학 박사이기 때문에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도 수학을 많이 배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수학공부를 했던 기억을 살려 수학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해 보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학은 학문으로서의 수학은 아닙니다. 그냥 중고등학교 수준에서 수학시험을 잘보는 방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참고서를 잘 고르고 그걸 열심히 풀 것. 

너무 쉽죠?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참고서를 잘 고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참고서가 좋은가. 수학의 정석이나 그와 비슷하게 좀 역사있는 참고서를 보면 됩니다. 그런 참고서들은 중고교 과정의 내용을 균형있게 잘 요약해 놓았습니다. 그 정도면 잘 고른 겁니다. 책이 수학을 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니 책이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정도면 됩니다. 그 책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공부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자 이제 그걸 열심히 풀기만 하면 됩니다. 책을 잘 골라서 그걸 열심히 풀라는 말은 너무 당연해서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걸 실천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아예 안하는 사람은 수학을 당연히 못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도 하나의 참고서를 열심히 푸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 사람들이 너무 서두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빨리 빨리 더 많은 문제를 풀려고 할 뿐만 아니라 더 어려운 문제를 풀려고 하고, 한권의 참고서나 문제집으로는 어림도 없다면서 몇권씩 진도를 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대개는 한번 봤다 싶은 참고서는 다시 보지 않습니다. 

수학을 잘하는 비결은 조급하게 굴지 말고 천천히 기본을 확실히 하는 겁니다. 어느 분야나 이것은 사실일테지만 수학은 가장 그렇습니다. 논리적 구조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본인이 보지 못한 수없이 많은 응용문제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기본만 알면 그 뒤에 나오고, 다른 문제집에 나오는 것들은 다 스스로 생각해서 풀수 있습니다. 문제는 생각을 한다라는 것을 포기하는 겁니다. 그걸 못배우고, 못보면 못풀거라고 생각해서 자꾸 뒤를 서둘러 보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수학에서는 기본이 튼튼하면 나중에는 공부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기본을 어떻게 튼튼히 하는가? 바로 기본 문제를 여러번 반복해서 푸는 겁니다. 수학은 암기입니다. 그렇지만 수학 풀이를 외워서는 안됩니다. 이상한 말같지만 그 뜻은 반복해서 문제를 풀면 풀이가 저절로 외워진다는 말입니다. 일부러 풀이를 외우는게 아니라 말이죠. 이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문제의 답을 구하는 것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정상에 가는 길이 여러개이듯 같은 문제도 풀이 방법은 아주 많습니다. 심지어 참고서에 나오는 방법도 최선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왜냐면 첫째로 그 풀이는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기 위해 지나치게 자세하게 단계를 밟아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로 그 풀이는 그 단계까지 배운 지식만을 가지고 풀어야 합니다. 그런데 꼭 그래야 할까요? 예를 들어 수학과정의 끝에 나오는 미적분을 배운 후에도 우리는 고1과정의 문제를 풀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가끔은 미적분 공식을 쓰면 그 고1과정 문제가 허무하게 빨리 풀릴 때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쓸데없이 돌아가는 것같아도 공식에 공식을 연속해서 쓰면 더 빨리 풀릴 때도 있습니다. 공식이란 계산을 줄이는 것이니까요. 기본이 튼튼해져서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도구들이 늘어나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어려운 문제보다 일단 기본문제를 반복해서 풀면서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왜 이렇게 풀까. 꼭 이렇게 풀어야만 하는가. 다르게 풀 수는 없는가. 그리고 완벽히 알았다고 생각해도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또 풀어야 합니다.  이제 더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걸 가지고 같은 문제지만 아직도 똑같이 풀어야 하는지 고민해야합니다. 풀이를 안보는게 좋지만 봤다고 해도 아 그렇구나하고 말아서는 안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참고서를 매우 깨끗하게 보는 게 중요합니다. 더러우면 새책을 또 사도 되는게 아닙니다. 이건 모든 과목에 다 적용되는 것입니다만 손때뭍은 참고서는 그냥 표지만 쳐다봐도 공부가 됩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저는 고3때 시험볼 때는 시험전의 쉬는 시간에 계속 보던 참고서를 그야말로 읽지도 않으면서 만지작거렸습니다. 촉감, 냄새, 책의 일부가 헤어진 것이 기억을 되살립니다. 그 책을 두고 두고 많이 봤다면 말입니다. 

이쯤이면 그렇지만 나는 수학을 못해서 한번풀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계속 반복해서 풀수 있겠는가라고 학생들을 말합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실력이 없으면 첫째로 열심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리고는 해야 할 것을 줄여야죠. 의욕은 있는데 이걸 실천 안하는 학생들은 흔히 참고서 1페이지부터 열심히 모든 문제를 풀다가 금방 포기합니다. 너무 많으니까요. 처음에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만 남기고 문제를 건너뛰어야 합니다. 그래도 힘들면 더 많이 건너 뛰는 겁니다. 할만해 질때까지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추린 가장 기초적인 문제를 정말 달달 푸는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달달 외워서는 안됩니다.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 풀까. 왜 다르게 풀지는 않을까. 외워버린 풀이때문에 답이 떠올라도 정말 다른 답이 없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동안 학생들은 자기가 아는 방법들, 자기가 아는 수학적 지식들을 무의식중에 복습하게 됩니다. 저는 어떤 때는 어려운 문제 하나를 두고 일주일동안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그 문제는 풀이가 존재하므로 답을 보면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풀고 나서 문제풀이의 답과 나의 답을 비교하며 왜 이렇게 풀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겨우 한문제가지고 그렇게 시간을 쓰는 것은 낭비가 아닙니다. 왜냐면 말했듯이 그 과정에서 나는 아는 것을 모두 복습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제까지 말한 것을 무의식적으로 본의아니게 실천하는 사람들이 선생님들입니다. 선생님들은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풉니다. 작년에도 제작년에도 풀었을 뿐만 아니라 반마다 돌아다니면서 또 풉니다. 학생들은 마치 선생님처럼 내가 조금 이따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수업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명확하고 멋진 수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면 선생님의 마음과 점점 같아집니다. 그 끝에 이르면 왜 선생님이 시험문제를 이렇게 내는지 감이 옵니다. 입시공부의 궁극은 선생님의 의도와 교과서의 의도 그리고 고교 수학과정의 의도까지 이해하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이 기본문제 풀이를 외워서 그걸 풀 수 있다고 그걸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그걸 강의한다고 생각하고 쉽게 잘 설명할 수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수업은 언제나 열심히 들어야 하지만 수학수업은 지식을 전수받는게 아닙니다. 그때도 생각해 야합니다. 꼭 저렇게 풀어야 하는지. 핵심은 다시 말하지만 왜입니다. 외운 사람은 왜를 모릅니다. 그걸 고민한 사람은 왜에 대해 점점 더 잘 설명하게 됩니다. 그러는 가운데 스무줄짜리 답은 열줄이 되고 다섯줄이 됩니다. 

기본을 다지고 나면 전에 건너뛰었던 문제를 볼 때도 자세가 달라지게 됩니다. 왜 하필이면 이런 문제를 풀라고 하는지, 기본문제와는 이게 뭐가 다른지를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많은 응용문제는 사실 기본문제의 요점 몇가지를 합쳐놓은 문제입니다. 한문제로 몇개의 기본을 테스트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말 기본이 튼튼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해서 책을 끝까지 보면 다시 처음부터 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제 더 많은 것을 아니까 아직도 나는 똑같이 풀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수학은 외우는 거지만 풀이를 외워서는 안됩니다. 반복하고 고민하면 풀이가 점점 간결해지고 나중에는 기본문제부류는 거의 암산으로 풀게 됩니다. 그 정도가 되면 이제 슬슬 참고서에 별을 그리거나 점을 찍기 시작합니다. 별을 그린 문제는 푸는데 오래 걸린 문제고 점을 찍은 문제는 암산으로 풀어도 틀릴지 않을 정도의 문제입니다. 애매하면 내버려두면 되겠죠. 

공부를 하다보면 학교에서는 다른 문제집을 쓴다던가 수업시간에는 다른 교재를 쓴다던가 하는 식으로 공부할 참고서가 늘어납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시키면 그걸 해야겠죠. 하지만 언제나 처음 말했던 한권의 참고서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걸 풀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그 책을 다 풀게 되면 몇번 다시 볼 때는 쉬운 문제는 건너 뛸 수 있습니다.  또한 사실 가장 쉬운 문제를 제외하면 모두 다 어려번 풀 필요는 없습니다. 또 역시 다 풀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3의 배수에 해당하되 쉬운 것이 아닌 문제만 푼다던가 한페이지에서 맨위의 한문제만 푼다던가 하는 식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수를 줄이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푸는 일들을 했습니다. 물론 꼭 왜라는 질문을 잊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그 일을 몇년이나 하면, 그리고 여러분이 본래 그렇게까지 수학실력이 나쁘지 않았다면 첫째로 책이 아주 낡아집니다. 둘째로 손때가 뭍은 만큼 여러분은 그 책을 다시 푸는게 엄청나게 빨라집니다. 말했듯이 수학은 암기입니다. 외우지 말아야 할 뿐입니다. 

대학생으로 과외를 할 무렵 저는 꽤 상위권의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대개 학생보고 문제풀라고 할 때 저는 암산으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래도 대개 제가 더 빨리 문제를 풀었습니다. 바로 참고서를 열심히 반복해서 풀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모의고사에서 수학은 거의 대부분 만점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문제푸는 속력이 워낙 빨랐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창의력이 필요한 새롭고 어려운 문제에 쓸 시간이 훨씬 길어집니다. 게다가 계산 실수가 있었는지를 검산할 시간도 생깁니다. 제가 가장 문제를 빨리 풀었을 때는 수학시험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세번이나 풀었습니다. 그러니까 계산 실수로 틀리는 문제가 없는 거죠. 실제로 제가 실수를 안하는게 아니라. 

어쩌면 아주 당연한 걸 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걸 알아도 실천하는 학생들은 매우 드믑니다. 그들은 자꾸 새로운 수학책들을 사고 어느 하나 반복해서 풀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제풀이를 외우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는게 짧은 시간에 진도도 더 많이 나가는 것같고 당장은 어쩌면 성적도 나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공부해도 한달뒤에 기억이 날까요? 수학시험범위가 점점 넓어지면 같은 책을 반복하는 사람과 여러책을 대충 보는 사람과의 차이는 점점 커집니다. 전자의 학생은 고교 수학 과정 전체를 시험보는 경우에도 말 그대로 그걸 전부다 복습하고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1분안에도 복습이 가능합니다. 그냥 책의 목차를 눈으로 보는 겁니다. 1시간동안 고교수학 전체를 복습하겠다면 자신이 선택한 부분의 문제를 몇개 다시 선택해서 풀 수 있겠죠. 그게 무슨 복습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효과는 있습니다. 수없이 본 책을 다시 보는 거니까요.

이게 안되는 사람은 점점 더 오랜동안 전혀 보지 않은 부분이 늘어갑니다. 고3쯤 되면 거의 매달 시험이니까요. 엄청난 범위로, 다른 과목들도 공부할게 많습니다. 허둥대다보면 실력이 점점 줄어듭니다. 1년이나 2년전에는 쉽게 풀었을지 모르고 그 풀이를 외웠을지 모르지만 다른 공부하느라 그걸 안푼지 1,2년씩이나 되었으니 기억이 안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암기는 이야기가 있어야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영어나 국어는 외운 것에 이야기가 있기 쉽지만 수학의 이야기는 뭘까요? 다른 것도 있겠지만 바로 자기가 왜를 고민했던 일 그리고 자기의 수학참고서가 이야기입니다. 한번 풀고 프린트를 버리는 것처럼 자료를 다루면 이런 기억도 같이 버리게 됩니다. 이러면 안되는 거죠. 다 잊어버려도 기본을 기억하면 그 다음의 기억도 돌아옵니다. 

이상이 제가 생각하는 수학을 잘하는 법이었습니다. 절대 쉬운 방법은 아니고 새롭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왕도를 피해서 쉬운 길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함정입니다.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문제는 공부할 것, 시험볼 진도는 많고 넓다는 겁니다. 그래서 왕도를 피하면 6개월 1년뒤에는 미뤄둔 숙제들이 발목을 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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