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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영화 드라마 다큐

영화 크로스를 보고

by 격암(강국진) 2024. 8. 15.

넷플릭스에 올라온 영화 크로스를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최근에는 드라마든 영화든 한국 컨텐츠가 전만 못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OTT 시대로의 전환과 한국 컨텐츠의 국제화가 한국 컨텐츠 산업에 너무 큰 과제를 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이 영화의 평점을 보니 5점만점에 2.3점을 기록했더군요. 저도 이 점수에 공감이 갑니다. 이 영화는 하나 하나 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이 뭉쳐져서 전체적으로는 훨씬 더 엉망이 된 영화로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적어도 주연인 황정민과 염정아가 열정적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문인지 이 영화는 장면을 편집해서 만들어 낸 요약본을 보면 훨씬 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유튜브같은 데서 크로스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면 이 영화에서 무슨 짙은 감동을 느끼고 뭘 배우겠다는 것보다는 시간 죽이기 용의 가벼운 영화로 충분히 값어치를 할 것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직접보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합니다.

 

제 생각에 문제는 이 영화는 킬러들의 쇼핑몰같은 액션 드라마와 극한직업 같은 코메디물의 어느 중간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같다는 겁니다. 남편은 전직 공작원 아내는 강력반 형사라는 설정이 뻔하다던가 미스 미스터같은 옛 설정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하는 것이죠. 킬러들의 쇼핑몰같은 드라마를 보면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어떤 세련된 스타일의 액션물을 만들어서 흥미를 높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드라마나 킬빌 혹은 길복순같은 영화를 보면 액션영화로서 거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무슨 패션 모델같은 짙고 비현실적인 개성을 가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성강한 뉴에이지 액션물이 되기에는 캐스팅이 무리입니다. 황정민과 염정아이니까요. 어떻게 봐도 이들은 미래적인 액션스타라기 보다는 아날로그 감성이 넘치는 20세기형 인간들입니다. 이들은 특히 황정민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뛰어난 배우이지만 그것이 이들이 모든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배우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들이 잘하는 것은 순수한 감정을 지닌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형이죠. 컴퓨터가 난무하고 첨단기기가 넘쳐나며 국가니 첩보니 하는 어려운 말이나오는 분야가 어울리는 사람들이 아닌 것입니다. 감독도 이점을 알기 때문에 실제로 보면 크로싱은 낡은 형사물의 형사들이 풍겨낼 분위기가 넘쳐납니다. 이들은 우리가 남이가식의 가족같은 분위기가 넘쳐나는 옛날 식 형사고 옛날 식 첩보원이지 냉철한 사이보그 같은 캐릭터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 영화가 가야할 길은 둘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나는 사회비리나 인간적 배신에 분노하는 진지하는 하드코어 영화입니다. 그러려면 영화는 염정아나 황정민의 감정전개에 대해서 더 깊게 조명하고 컴퓨터 화면이나 비현실적인 액션씬은 오히려 줄여야했습니다. 황정민은 그런 걸 잘합니다. 수리남이나 베테랑같은 영화가 그걸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약간 SF영화같이 현실과 떨어지는 영화이고 감정적 몰입을 할 영화는 아닙니다. 액션씬도 게임같습니다. 죽인 사람은 훨씬 많을지 몰라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같은 영화에 나오는 처절한 액션씬과는 거리가 멉니다.

 

만약 이도저도 안되고 이 영화는 그냥 오락영화일 뿐이라고 하려면 차라리 극한직업이되어야 했습니다. 개그 코드를 더 많이 넣어서 진지하게 보지 마라. 이건 그냥 코미디다라는 것을 확실히 해야 했습니다. 일단 영화가 그렇게 흘러가면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액션씬의 완성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게 다 그냥 웃자고 하는 일인데 뭘 그렇게 진지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 크로싱을 보면서 만약 이 영화의 주연이 황정민과 염정아가 아니라 유승룡과 이하늬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 영화가 훨씬 더 즐길만한 것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를 바꾸지 않더라도, 비록 황정민이 개그 연기를 잘하는걸 본 적은 없지만, 감독이 그걸 시도했다면 아마 영화는 좀 더 좋았을 겁니다. 그냥 한국이 잘하듯 진지한 분위기였다가 가끔 개그씬을 집어넣는 겁니다. 이건 개그니까 그렇게 진지해지지말라는 메세지를 던지면서요.

 

그러나 영화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영화는 마치 21세기에 잘못만든 영웅본색의 리메이크같았습니다. 이건 무엇보다 감독이나 제작사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분명하니까 분명 편집과정에서 누군가 저와 비슷한 말을 했을 법했는데 왜 영화가 이렇게 완성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영화를 처음부터 다 찍지 않아도 편집을 다시하고 몇개의 장면을 더 집어넣는 것만으로도 훨씬 설득력있거나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어쩌면 이게 새로운 시대의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같은 영화라도 조금만 더 땀흘려 완성했다면 다를텐데 대충 완성한 것같은 것은 환경의 변화때문에 그럴 수 있는 감독이나 제작자가 그럴 수 없었던 탓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국내시장보다는 세계 시장을 노리고 만든 것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릅니다. 한국영화의 피가 흐른다기보다는 할리우드 영화의 짝퉁같은 것이죠. 하지만 황정민같은 배우가 나오는 영화가 이 정도라는 것은 실망입니다. 황정민이 나온 영화중에 이보다 못한 영화는 없을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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