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하는 여행은 오랜만이다. 아내가 외국여행을 간 탓에 그럴 계기가 되었다. 나는 차박으로 몇일 여행을 해보기로 하고 인천공항에서 춘천으로 향했다. 일단 여행의 시작은 춘천의 케이블카를 타는 것과 케이블카 주차장앞에 이어진 물레길을 걷는 것으로 시작했다. 전기차라서 노트북이나 핸드폰 충전이 걱정이 없고 뒷자석에 자충매트를 깔고 이불을 펴두었니 나 혼자라면 상당히 넉넉하다. 어디로 간다는 느낌 보다는 인연이 닿는 곳에서 몇일 살아본다는 느낌으로 여행해 보려고 한다.
케이블카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새벽 3시. 아내의 출발 비행기가 늦어서 춘천에 새벽에 도착하게 됬다. 덕분에 서울의 밤길을 달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길은 아주 평탄했다. 거의 직진밖에 없는 길이라 오토파일럿이 거의 다 운전했다. 차에서 잠을 자고 세수를 한 후 아침 첫 케이블 카를 탔다. 그런데 하나 꼭 말해둘 것이 있다. 주차장이 4시간까지만 무료다. 보름전부터 그렇게 바뀌었다고 하니 나처럼 케이블카를 타고 나서 물레길을 걸을 사람은 차를 그 옆의 임시주차장으로 옮겨야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나는 블로그에서 본 정보랑 틀려서 당황했는데 불행중 다행으로 창구직원이 친절해서 최악의 기억은 아닐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눈떠보니 주차비가 4만원이었으니까 그걸 다 냈으면 기분이 아주 별로 였을 것이다.
사진은 꽤 찍었지만 삼악산 전망대에서의 사진 한장 정도만 올리겠다. 워낙 유명한 케이블카다. 바닥이 보이는 것과 아닌 것이 있는데 별 차이는 없을 듯. 아침 첫차를 탄 탓에 50% 감면을 받았다.
케이블카 타기를 마치면 케이블카에서 왼쪽으로든 오른쪽으로든 걸을 수 있다. 양방향 모두 편도 한시간 정도를 걸을 수 있는 거리로 강을 바라보면서 오른편으로 가면 춘천의 시내에 가까워지고 그래서 인지 조경이나 쉼터가 더 잘돼 있다. 왼편으로 가면 의암댐쪽으로 가는데 개인적으로는 오른편쪽이 더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다. 춘천사이로 248이라는 다리도 볼만하고 그걸 건너서 내려가면 있는 천변길도 아기자기하고 좋았다. 하지만 단정적으로 오른편이 더 좋다고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의암댐쪽은 강간너편의 풍경이 참 좋았다. 어느 길이든 참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올 좋은 길이다.
나는 도착한 날에 오른쪽으로 걸었고 좀 쉬었다가 시내 구경을 했다. 나도 이런 여행은 처음이라 자꾸 가족들과 하는 옛날 여행을 반복하려고 한다. 즉 서둘러 뭘 하고 어딘가 가려고 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이사온 것처럼 여유를 가지자고 했는데 습관이 무섭다. 아무래도 혼자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기분도 배려해야 하다보니 이런 식으로 여행하게 되지는 않는다.
닭갈비 거리가 있는 명동거리쪽이 중앙이라지만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다. 롯데마트에 가서 물과 먹을 것을 사고 슈퍼차저에 가서 충전을 한 후 다시 케이블카 임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대단치는 않지만 평범한 것도 좋다. 예를 들어 마트에 가면 정말 전국 어디나 있는 곳이지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으니 춘천시민이 된 것같아서 좋았다. 내일은 오후부터 비라는 소식을 들었다. 다음 일정으로는 백담사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비가 온다니 계곡은 안가는 걸로 정했다. 춘천의 롯데마트에 와봤으니 속초의 이마트나 가볼까.
아침에 일어나서 왼편을 걷고 사진을 찍었다. 세수를 하고 자리에 앉으니 예고된 비가 내린다. 자동차 천장에 울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다 잊어버리기 전에 여행 기록을 몇자 적기로 한다. 이 글은 그렇게 해서 쓰게 된 것이다.
오라는 곳은 없지만 물레길을 바라보면서 빗소리를 듣고 앉아 있는 것도 좋다. 이제 춘천에 하루 더 머무를지 속초로 가서 목욕을 할 지를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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