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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이해하기

왜 우리는 음악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by 격암(강국진) 2025. 8. 9.

인간은 음악을 들으며 깊은 감정을 느끼고, 그림을 보며 경외감을 경험하며, 때로는 부드러운 촉감에 위안을 받는다. 이러한 예술적 경험은 단순히 감각적 자극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인간 뇌의 복잡한 정보 처리 능력과 감정적 연결에서 비롯된다. 타고난 시각장애인은 그림을 감상할 수 없다. 이 것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지만 우리가 이 문장을 되새겨 보면 인간이 시각예술을 즐기는 것은 인간의 시각처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개나 뱀에서는 후각부분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민감하다. 따라서 개나 뱀에게 있어서는 말하자면 후각예술이 더 효과적일 거라고 우리는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우리의 오감이 정보채널이며 그 채널을 통과하는 정보는 어떤 문법과 구조를 가져야 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쪽에서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음악, 시각 예술, 그리고 아직 덜 탐구된 체감각 예술은 각각 고유한 "언어"로 작용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의미와 감정을 주고받는다.

이 에세이에서는 인간 뇌의 해부학적 특징을 바탕으로 음악의 아름다움을 분석하고, 체감각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예술을 언어로 해석했을 때의 의미를 고찰한다. 이를 통해 음악이 왜 우리에게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다른 감각 예술이 어떻게 유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논의할 것이다.

 

1. 인간 뇌의 해부학적 특징과 감각 처리

 

인간 뇌는 다양한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전문화된 영역을 가지고 있다. 대뇌피질의 약 2,500 cm² 면적 중, 각 감각피질은 고유한 역할과 처리 용량을 갖는다. 시각피질은 전체 피질중 약 20-25%를 차지하며, 색상, 형태, 움직임 등 복잡한 공간적 정보를 병렬적으로 처리한다. 청각피질은 5-8%로, 시간적 패턴(리듬, 음높이, 음색)을 처리하며, 체감각피질은 10-15%로 촉각, 압력, 온도, 신체 위치를 감지한다. 후각과 미각피질은 각각 1-2%와 1% 미만으로, 화학적 신호를 처리하며 감정과 기억에 강하게 연결된다.

 

이러한 해부학적 구조는 각 감각 채널이 독특한 정보 처리 방식을 가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시각피질은 한 장의 그림을 단 100-150ms 내에 분석하여 공간적 의미를 추출하며, 청각피질은 50-100ms 내에 소리의 주파수와 리듬을 처리해 음악이나 언어를 해석한다. 체감각피질은 손끝의 높은 해상도(1~2mm)를 활용해 점자나 질감을 구분하며, 감정적 반응을 유발한다. 이러한 처리 능력은 예술적 경험의 기반이 된다. 음악은 청각피질의 시간적 해상도를 통해 감정적 공명을 일으키고, 그림은 시각피질의 병렬 처리로 복잡한 내러티브를 전달한다. 이처럼 뇌의 감각피질은 예술을 "언어"로 변환하는 하드웨어 역할을 하며, 각 감각 채널은 고유한 문법과 의미를 제공한다. 비록 청각 피질의 넓이는 시각 피질이나 체감각 피질보다 작지만 그것이 두 개의 고막에서 오는 신호만을 담당하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인간의 소리 해석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체감각 피질은 손끝같은 곳이 민감하기는 하지만 온 몸 전체로부터의 신호를 해석하고 있다.

 

2. 음악: 감각 언어로서의 아름다움

 

음악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구조화된 언어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음악은 리듬, 화음, 멜로디와 같은 문법을 통해 감정, 이야기, 혹은 추상적 개념을 전달한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은 화합과 기쁨을, 말러의 교향곡은 실존적 갈망을 표현하며, 전통 민요는 문화적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청각피질의 시간적 처리 능력과 감정 처리 영역(편도체, 섬엽)의 연결을 통해 청중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의 아름다움은 세 가지 요소에 의존한다. 첫째, 언어의 발달이다. 음악은 서양의 조성 음악, 인도의 라가, 재즈의 즉흥연주와 같이 각기 다른 문법을 가진 시스템으로 진화해왔다. 이러한 문법은 작곡가가 메시지를 구조화하는 도구로, 복잡성과 표현 범위를 확장한다.

 

둘째, 청중의 학습이다. 청중은 특정 음악적 전통에 익숙해짐으로써 그 언어를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에 익숙한 사람은 바흐의 푸가에서 구조적 아름다움을 느끼고, 재즈 애호가는 즉흥연주의 자유로움을 즐긴다.

 

셋째, 전달된 메시지이다. 음악은 감정적 공명(예: 기쁨, 슬픔)이나 내러티브(예: 영화 음악의 서사)를 통해 청중에게 의미를 전달한다.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이 세 요소—발달된 문법, 청중의 이해, 강렬한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는 순간에 탄생한다.

 

우리는 보통 구술언어가 발달한 이래 언어는 계속 발달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인간의 언어는 발달할 대로 발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예술을 언어로 보면 인간은 계속 새로운 종류의 소통 언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새로운 단어와 문법을 만들고 그것을 교육시키며 동시에 그러한 언어로 좋은 메시지를 저장하고 전달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분야에서 유의미한 진전이 있다면 미래의 인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3. 체감각 예술: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

 

예를 들어 보자. 음악과 시각 예술이 각각 청각과 시각 채널의 언어로 발전했다면, 체감각 예술은 촉각을 언어로 삼아 유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체감각피질(10-15%)은 시각피질(20-25%)보다 작지만, 손끝과 같은 민감한 부위에서 높은 공간 해상도(1~2mm)를 제공하며, 감정 처리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이는 촉감 예술이 감정적이고 몰입적인 경험을 창조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미 체감각 예술은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촉각 전시(예: 루브르 박물관의 3D 프린팅 작품)는 조각의 형태와 질감을 손으로 느끼며 예술적 내러티브를 전달한다. 텍스타일 아트는 직물의 부드러움이나 거친 질감을 통해 문화적 이야기를 전하고, 햅틱 기술은 음악의 리듬을 진동으로 변환해 청각 장애인에게 "촉각 음악"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Feel the Music 프로젝트는 음악을 진동 패턴으로 바꾸어 청중이 신체로 리듬과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체감각 예술의 잠재력은 기술 발전으로 더욱 확장된다. 전신 햅틱 슈트는 진동, 압력, 온도를 통해 복잡한 패턴을 전달할 수 있다. 상상해보면, 부드러운 진동이 따뜻함과 안정감을, 날카로운 펄스가 긴장감을 전달하는 공연이 가능하다. 이는 음악의 리듬이나 그림의 색채처럼 촉각적 "문법"을 형성하며, 청중이 이를 학습함으로써 감정적·지적 메시지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체감각피질의 처리 용량과 피부의 촉각 해상도(손끝 외에는 몇 cm)는 한계로 작용하며, 복잡한 패턴을 해석하려면 뇌의 가소성과 반복적 학습이 필요하다.

 

4. 예술을 언어로 해석하기: 감각 채널의 다중성

 

각 감각 채널은 고유한 언어로 작용하며, 서로 다른 정보와 감정을 전달한다. 구술 언어는 청각피질을 통해 시간적 정보(억양, 리듬)를 전달하며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공명을 일으킨다. 문자 언어는 시각피질을 통해 공간적 정보(글자의 형태, 문맥)를 처리하며 추상적이고 논리적 사고를 지원한다. 음악은 청각 언어로서 감정적 서사나 추상적 개념을 전달하고, 시각 예술은 공간적 패턴으로 복잡한 내러티브를 제공한다. 체감각 예술은 신체적 접촉을 통해 본능적이고 몰입적인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예술은 단순히 감각 자극이 아니라, 특정 감각 언어의 문법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음악은 음높이와 리듬의 문법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그림은 색상과 형태의 문법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체감각 예술은 질감과 진동의 문법으로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각 감각 언어는 표현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다르다. 음악은 시간적 흐름 속에서 감정적 깊이를 전달하지만, 복잡한 공간적 정보는 어렵다. 반대로, 시각 예술은 공간적 내러티브에 강하지만, 시간적 리듬은 제한적이다. 촉각은 신체적 몰입감에서 독특한 강점을 가지지만, 병렬 처리 능력은 시각보다 제한적이다.

 

5. 멀티미디어 예술: 다중 감각 언어의 통합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보채널들이 세계를 그냥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발명과 연습을 통해 그 정보채널들을 개선할 수 있다. 몇개의 정보채널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미디어를 사용해서 빠르고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할 수도 있다. 언어의 가능성은 소진되지 않았다.

 

멀티미디어 예술은 시각, 청각, 촉각, 심지어 후각을 통합하여 더 풍부한 언어를 창조한다. 이는 마치 새로운 언어를 개발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VR) 공연에서 빛(시각), 음악(청각), 진동(촉각)이 동기화되어 폭풍우를 재현한다고 상상해보자. 번쩍이는 빛은 시각적 긴장을, 천둥 소리는 청각적 드라마를, 진동은 비의 촉감을 전달하며, 이들은 함께 몰입적인 서사를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은 통합된 문법—감각 간의 조화로운 규칙—을 필요로 하며, 청중은 이 새로운 언어를 학습해야 의미를 온전히 해석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예술의 힘은 단일 감각 언어의 한계를 초월하는 데 있다. 음악은 감정적 흐름을, 시각은 공간적 구성을, 촉각은 신체적 공감을 전달한다. 이들을 결합하면 단일 채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메시지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촉각 슈트와 음악, 조명이 결합된 공연은 관객이 가상의 숲을 "느끼며" 걸어가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언어의 발달은 예술가의 창의성과 기술적 혁신에, 그리고 청중의 학습은 반복적 경험과 교육에 달려 있다.

 

6. 읽기의 역사와 언어로서의 예술

 

예술을 언어로 해석하는 관점은 읽기의 역사에서도 확인된다. 고대와 중세 시대, 사람들은 글을 소리 내어 읽는 훈독(소리 내어 읽기)을 주로 사용했다. 이는 뇌가 구술 언어(청각 기반)에 최적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 문자 체계는 복잡했고, 모음 표기가 부족해 소리 내어 읽으며 의미를 파악해야 했다. 또한, 책이 귀하고 문맹률이 높았던 사회에서 훈독은 텍스트를 공유하는 사회적 행위였다. 반면, 묵독(침묵 읽기)은 시각피질(20~25%)을 통해 글자를 직접 의미로 연결하는 능력을 요구하며, 이는 인쇄술과 교육의 발달(15세기 이후)로 보편화되었다.

 

구술 언어에 익숙한 사람은 읽기 연습이 부족할 경우 훈독(분당 120-150단어)이 묵독(50-100단어)보다 빠르다. 이는 청각피질을 통한 익숙한 처리 경로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습을 통해 뇌는 시각적 단어 형태 영역(VWFA)을 활성화하며 묵독 속도를 600-1,000단어까지 높일 수 있다. 이는 예술적 언어도 학습을 통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촉각 언어(예: 점자 읽기)는 초보자에게 느리지만(50-100단어), 숙련되면 200~250단어에 이르며, 이는 체감각피질의 학습 능력을 반영한다.

 

7. 도구와 정보채널

 

우리는 멋진 소설을 읽으면서 감동하고 때로 눈물을 흘린다. 그럴 때 우리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문자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정보를 전달받고 있으며 그때문에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즉 오감을 이용한 소통은 그냥 육체로만 하는게 아니다. 우리는 어떤 도구를 사용하고 글쓰기과 읽기를 배우는 것처럼 훈련을 한다. 그런 끝에 묵독으로 책을 읽으면서 감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래의 정보 도구로서 AI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문자를 통해서 정보를 받아들이듯이 우리는 AI를 통해서 세상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해석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AI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문자에서 그렇게 하고 있듯이 우리가 도구를 쓰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잊어버릴 수 있다. 아름다운 음악이 음표나 바이올린 같은 도구를 요구하듯이 미래의 아름다운 소통은 AI라는 도구를 요구할 수 있고 그렇게 했을 때 우리의 소통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AI라고 하면 기계라면서 질색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감동적인 소설은 문자로 쓰여져 있고 감동적인 첼로 음악도 첼로라는 도구를 써서 만든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AI와 예술은 결코 서로 배타적인 것이 될 필요가 없다.

 

8. 결론: 예술의 아름다움과 언어의 미래

 

우리가 음악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청각 언어로서 감정과 의미를 전달하는 데 성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뇌의 청각피질이 시간적 패턴을 처리하고, 감정 영역과 연결되어 공명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시각 예술은 시각피질의 병렬 처리로 복잡한 내러티브를 전달하며, 체감각 예술은 촉각의 신체적 몰입감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각 감각 채널은 고유한 언어로 작용하며, 예술은 이 언어의 문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가 비싼 오디오로 소리를 들을 때 깊은 감동을 느끼는 것은 뭉개진 소리로 인해 전달되지 못했던 정보를 받으면서 감동을 느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체감각 예술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햅틱 기술과 뇌의 가소성을 활용하면 음악이나 시각 예술처럼 정교한 언어로 발전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예술은 이러한 감각 언어를 통합하여, 단일 채널로는 불가능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이 성공하려면 예술가는 새로운 문법을 개발하고, 청중은 이를 학습해야 한다. 이는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과정과 같다.

 

결국, 가장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더 나아가 가장 아름다운 예술은 발달된 감각 언어, 청중의 해석 능력, 그리고 전달된 메시지의 조화에 달려 있다. 음악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처럼, 촉각이나 다중 감각 예술도 새로운 언어로 자리 잡을 날이 올 것이다. 이는 인간 뇌의 놀라운 적응력과 창의성이 예술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증거다. 이러한 점들이 AI같은 도구와 함께 생각되어질 때 우리 앞에 펼쳐질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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