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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키워드 여행

제주 한달살기 10 : 고등어회와 차귀도

by 격암(강국진) 2025. 10. 29.

이제까지 살면서 제주에서 내가 가장 실망한 음식이 갈치구이라면 가장 맛있게 느낀 음식은 고등어회였다. 그래서 우리는 모슬포항으로 차를 몰았다. 약간 점심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한 우리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 모슬포항 거리를 산책했다. 그러다가 보인 동네 슈퍼에 들어가 보았다. 항구앞의 슈퍼라 해산물이 남다르다. 대방어 회가 2만원짜리 팩으로 판다. 매우 매력적이었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고등어였으므로 참고 산책을 12시 까지 계속 했다.

 

모슬포항에는 여러가지 횟집이 있었고 모두가 다 맛있어 보였지만 우리는 고등어회전문점이라는 미영이네라는 집에서 고등어회를 먹었다. 길거리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가게의 첫손님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왠걸 가게는 이미 손님으로 거의 가득 차 있었다. 미영이네는 근처의 다른 집보다 약간 더 비싼 집이었지만 모든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었으며 직원들도 매우 친절해서 우리의 선택은 후회가 없었다. 모슬포항을 떠나며 다시 오리라는 생각을 한다. 사지 않은 대방어회를 생각하며 대방어도 먹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식탐이다. 날씨가 태풍이 오는 것처럼 바람이 부는 날이라 모슬포항 방문후에는 곶자왈도립공원을 간단히 방문하고 하루를 마쳤다.

그 다음날에는 제주의 서쪽 해안길을 걸었다. 두모포구공원에서 차귀도 포구까지의 길로 거리는 한 15km쯤 되는 것같다. 어제같은 바람은 아니었지만 오늘도 바람이 거셌다. 이 길에서 만나는 볼거리중 첫번째는 신창등대가 있는 곳의 바닷길이다. 이 길은 주변에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서 있을 뿐만 아니라 바다위로 만들어진 거대한 원형 산책로이다. 관광객들과 낚시꾼을 끌어모을만 하다. 다리 위에서 만난 낚시꾼들은 우리가 바닷길을 걸을 때에도 연신 물고기를 잡아 올리고 있었다. 관광버스도 와서 단체관광객이 다리를 걷는 걸 보면 이 장소는 역시 꽤 유명한 곳인가 보다.

그러나 이 길 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역시 차귀도의 풍경이었다. 두모포구공원쪽에서 신창등대길을 지나 계속 해변을 걸으면 12번 올레길의 끝과 만나게 된다. 우리는 12번 올레길을 역방향으로 걸었는데 그러면 당산봉을 둘러싼 절벽길을 걷게 된다. 이 길은 갈대가 절벽위에 피어난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그 길의 중간 중간에서 보이는 차귀도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제주도의 서쪽에서 볼만한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이 차귀도의 풍경을 꼽겠다.

 

오늘의 산책의 끝은 차귀도 포구였다. 차를 세워둔 두모포구공원으로 돌아가려고 검색을 해보니 버스가 있기는 한데 40분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차갑고 강한 바람을 피하기 위해 차귀도 유람선 매표소를 겸한 슈퍼에 들어가 앉았다. 슈퍼마켓은 슈퍼마켓인데 유람선 매표소를 겸할 뿐만 아니라 반건조오징어도 구워서 판다. 우리는 구운 오징어를 콜라와 함께 먹으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섬이 아름다워서 유람선도 한번 타볼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다. 바람이 너무 세다. 차에 돌아와서는 다시 차를 몰아서 차귀도가 보이는 언덕위에 차를 세웠다. 거기서 일몰까지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전에 봐둔 집앞의 돈가츠집에 들려서 저녁을 먹었다. 한담해변에서 가까운 에버그린돈까스다. 문어장덮밥과 돈까스를 시켰는데 만족스러운 집이었다. 맛이 굉장한 집이라기 보다는 분위기가 좋은 집이다. 주인장은 친절하고 음식이 정성스럽다. 한담 해변근처에 사는 김에 멀리 가는 것 이상으로 한담해변에 자주 나와보려고 한다. 그래야 이 근처에 집을 구한 보람이 있을 것이다. 행복은 가까운데 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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