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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교육에 대하여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글을 읽고

by 격암(강국진) 2026. 6. 16.

최근 한 방문객이 드라마 참교육에 대한 글 하나를 소개해 줘서 읽었습니다. 이 글에는 좋아요 추천도 되있더군요. 잘 쓴 글이고 이 글을 쓰신 분의 선의를 의심할 생각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경우에는 제 생각과 달라도 그것에 대해 굳이 비판의 글을 쓰지 않습니다. 그래봐야 오해받고 욕먹는게 보통 저라는 걸 아니까요. 하지만 이 글의 경우에는 예외의 경우로 두기로 했습니다. 그건 바로 지금의 교육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학교의 공공성을 다시 묻다라는 부제를 가진 이 글은 학교는 서비스 기관이 아니라 공동체라는 문장을 그 핵심으로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말에 공감하고 심지어 감동할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사실 답답하고 오히려 분노까지 듭니다. 이 글은 언뜻보면 미래 지향적이지만 사실은 과거 지향적이며 우리가 계속 듣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겁니다. 교육은 사회 공동체가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지금의 학교가 그 교육이 일어나는 독점적인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지금의 학교 문제를 만든겁니다. 학교가 풀 의사도 능력도 없는 문제를 풀게 하니까요. 이 글은 세심히 그걸 피하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군사부일체라는 전통적 교육관 즉 선생님은 스승이며 스승은 부모와 같다는 교육관으로 돌아가서 선생님의 지위와 권한을 높이고 존경해 달라는 말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왜냐면 그게 공동체니까요. 공동체는 가족처럼 이익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 책임을 지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학교가 학원이 아니라 공동체라면 한번 내 손을 거친 아이는 나를 평생 스승으로 모셔야 하지만 또 내가 평생 부모같이 책임지겠다는 태도가 아니면 안됩니다. 과거로 갈 수록 이런 태도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세상이 단순하고 사람들이 이리저리 이사다니지 않던 시대에는 말입니다. 또 교육이 귀하던 시대에는 말입니다.

 

그런데 근대학교는 공장처럼 노동자를 키워냅니다. 그 안에서 내 손을 거친 아이들은 전부 내 제자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스승으로 말하는건 지나친 겁니다. 왜냐면 사실 전통적 스승의 책임감을 교사가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니까요. 그런 경우에 스승 운운하는건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없으면서 나를 부모처럼 여기라는 사장의 가족론과 비슷한 겁니다. 쉽게 착취가 되죠.

 

이건 글쓰신 분에 대한 모욕적인 공격으로 들릴 것이고 나아가 지금 학교에서 고생하시는 모든 선생님들을 모독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저는 그분들의 선한 의도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문제는 의도가 선해도 실질적으로는 그게 악덕 사장과 같은 태도 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게 안통하니까 지금 교권이 무너지고 있는 겁니다.

 

아마도 모든 사회 문제가 그럴듯이 현대 학교의 문제의 본질에는 책임과 권한의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의 교권이 무너진 상태를 두고 사람들이 한탄하면서 교권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할 겁니다. 그러나 사실 선생님들도 진심으로는 그 교권을 다시 세울 의지가 없습니다. 이런 예를 들어 봅시다. 아이를 10명쯤 낳아서 기른 부모가 있습니다. 그 중에 한 아이가 말썽입니다. 공부도 못하고 사고만 칩니다. 그 아이만 없으면 참 아이를 키우기 쉬울 텐데 라는 생각에 그 아이는 가족에서 추방해 버립니다. 이게 가능합니까? 가능하지 않죠. 부모가 아이에 대한 높은 권위를 가지는 이유는 부모가 아이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학교에서 교권이 무너지는 이유는 따지고 보면 교사들이 책임을 질 수도 질 의지도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되어가는 건 사회적 구조의 문제이지 개인의 능력과 의사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은 백년전과 다릅니다. 단순한 세상에 가서 교육을 실시하면 아무 것도 모르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의 유일한 통로인 선생님을 존경하고 믿고 따를 겁니다. 학교 교육의 엄청난 효과를 알고 있는 스승은 믿음을 가지고 더 강한 권리주장을 할겁니다.

 

지금은 계몽의 시대가 아닙니다. 지금은 미디어의 발달로 학교 바깥에서 배움의 기회가 많고 세상에 교육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교권몰락의 가장 큰 이유는 학교교육의 효용성이 감소하고, 세상이 복잡하고 다양해졌고 빨리 변하며, 학생은 물론 학부모가 너무 많은 지식을 가진것입니다. 그들은 이제 교사를 그냥 교사라는 직업에 취직한 노동자로 여기는 일이 많습니다. 왜냐면 어떻게 교사가 되는가를 너무 잘 아니까요. 교사가 뭘 알고 있는지, 뭘 모르는지를 잘 아니까요.

 

그리고 달리진 사회환경속에서 우리가 아름답게 생각하는 스승의 역할을 자신이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교사 자신이 느낍니다. 교사가 학생들을 정말 내 자식처럼 생각하면서 교사생활을 할 수 있습니까? 이러면 아이 교육에 나쁘다고 생각하면서 아이의 인성 교육에 관여할 수 있습니까? 못하죠. 못하는걸 느끼니까 솔직히 말하면 내 자식이라면 걱정되고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먼 산바라보듯 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입니다. 이건 교사를 비난하는게 아닙니다. 섯불리 교사에게 스승이 되라고 하는 사람이야 말로 나쁜 겁니다. 지금은 동네에서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이 즐비하던 과거처럼 교사는 당당한 지식인이었던 시대가 아닙니다. 일제시대쯤에는 중학교 교사면 지금의 대학교수보다 더 권위있는 입장이었겠죠. 당시에는 대학졸업자 자체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지금은 교사보다 내가 중고등학교때 공부 더 잘했다는 학부모로 세상이 가득합니다. 교사보다 더 첨단 지식을 가진 부모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시대에 교권회복이 의무의 회복과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아버지나 엄마인척 하는 악덕 사장과 비슷해 지는 겁니다. 아이들은 그걸 느낍니다. 어른들이 자신이 잘못하는 걸봐도 대충 넘어가는 이유는 자신을 책임질 생각이 없어서란걸 아이들도 압니다. 책임질 생각도 없고 진짜 관심도 없으면서 앞에서 내가 아들같아서 딸같아서 하는 말인데 운운하면 화만 나죠.

 

부모와 아이들은 이미 세상에는 지식이 넘쳐서 학교안에 있는 지식은 낡고 낡은 것이며 학교 바깥에서 지식이 엄청나게 늘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도 사회 시스템은 교육은 학교라는 테두리,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교육 시스템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아이들을 가둡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으면 제대로 시민으로 살 수 없으니까요. 사실 거의 의미도 없지만 같은 문제를 풀고 풀어서 학교 안에서 의미도 못느끼며 대학입시 교육을 받습니다.

 

지금 이 세상에 서당만 가득하고 그 안에서 논어 맹자만 가르치고 있다고 해봅시다. 논어 맹자를 공부하는건 물론 가치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국가가 12년동안 유학공부를 해야 졸업장을 줍니다. 안그러면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청소년기 내내 유학시험공부만을 하느라 다른 걸 못합니다. 그 안에서 유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교권과 질서를 강조합니다. 그런 세상을 근대인인 우리가 보면 답답하겠죠. 선의를 가졌다고 해도 그 교육 시스템을 지지하고 그 시스템이 교육을 독점하려는 현재의 상황이 답답할 겁니다.

 

지금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겁니다. 학교는 최소한의 것을 최대한 잘 가르치겠다는 자세로 교육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공동체인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공간과 방법이 생겨날 겁니다. 조선시대 서당이나 서원이 그러하듯이 근대 학교는 완전히 중립적인 기관이 아닙니다. 그건 교사자격증과 교육 시스템이라는 구조로 교육을 독점하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도 그들이 교사 자격증이 있어야 교사가 될 수 있죠. 그리고 교사자격증을 따는데에는 전통적인 교과목을 봅니다. 교사와 일반인간의 장벽을 허물면 교사의 이익은 더 줄어들고 교사는 더 인기없어지겠죠. 그게 교육의 몰락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은 지금의 교육은 시간낭비가 아니라 정상이라고 믿는 겁니다.

 

저는 지금의 교육 현실이 가슴아픕니다. 그래서 그 현실을 긍정하면서 다시 옛날 교육으로 부활시키자는 말이 그냥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책임과 권한은 같이 갑니다. 이걸 정치로 해결하면 모순이 쌓입니다. 지금 우리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고 뭘 하라고 하고 있는 건지를 깊이 반성하고 학생들을 해방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비로소 우리는 공동체가 교육을 한다는 말을 보다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잘못은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있지 않습니다. 낡은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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