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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교, AI 환경

우리는 가난해 지고 있다.

by 격암(강국진) 2026. 7. 12.

수박장사가 수박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 아주 중요한 이유는 그 수박장사는 소비자 가격보다 수박을 더 싸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걸 알아도 거기서 소비자에게까지 배달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정보가 아주 널리 알려진다면 수박장사는 장사를 하기 어렵다. 수박한통 팔 때 얼마 남는지를 세상 모든 사람이 알 것이기 때문이고 그걸 아는 사람들 중에는 나도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은 우리를 가난하게 만드는 압력을 발생시켰다. 이제 사람들은 수박이 제일 싼 곳, 타이어가 제일 싼 곳, 책이 제일 싼 곳을 검색해서 거기서 사먹는다. 물론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덕분에 이제 괜찮은 집이라면 구석에 있어도 빠르게 소문이 나고 장사가 된다. 그러니 말도 안되는 폭리를 취하는 상인이 있어도 그러려니 하고 유지되는 일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건 누군가가 망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이 증가함에 따라 AI는 이와 비슷한 압력을 발생시킨다. 이제 노동을 AI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를 하는 일의 가치는 거의 다 설계나 정보쪽으로 모이게 될 것이다. 뭘 어떻게 할지를 알면 나머지는 AI가 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바로 그 뭘 어떻게 할 지를 안다는 부분조차 알려진다면 망하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요즘 쓰는 AI 자체가 그것의 결과다. AI는 대부분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면서 생성한 컨텐츠를 모아다가 학습시킨 것이다. AI 자체가 공유한 정보가 만든 지능이다. 누군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을 흉내내서 그리는 것은 전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AI가 그런 그림을 수없이 만들어 내면 원래의 저작권자는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미야자키 하야오 처럼 유명한 사람은 괜찮을지 몰라도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작가의 그림을 가져다가 그대로 도용하면 사람들은 어느게 오리지날인지조차 모른다. 그렇다면 그 작가가 어떻게 돈을 벌 수가 있겠는가?

 

문제는 음악과 그림에서만 있는게 아니다. 요즘에는 가끔 프롬프트나 액셀의 설정가지고 싸움이 나기도 한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당연히 이건 내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남이 그걸 안나눠주거나 지워버리면 일을 못하게 된다. 그런데 이건 고작 사무실 안에서의 공유에 대한 것이다. 공유되는 내용을 AI가 빠르게 수집한다면 아니 학습한다면 세계의 수 많은 사람들이 그걸 쓴다고 해도 정작 그걸 만든 사람은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다. 모든 노하우가 이런 상황에 있다. 우리는 저작권이라는 것을 어디까지 인정해 줘야 할까?

 

공유란 좋은 것이고 피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어느 시대이건 내 것은 없고 모두의 것만 가진 사람은 가난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오픈AI나 앤스로픽 같은 곳에서 혹은 다른 어떤 플랫폼에서 만드는 서비스에 종속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짧은 명령으로 뭔가를 만들고 스위치 한번에 뭔가를 해내는 일은 편하고 좋겠지만 그것에만 익숙해지면 세상에는 여러분의 것이란 없을 것이다. 그렇게 간단하다면 여러분 대신에 남들이 그 스위치를 눌러도 된다. 아니 아예 AI가 대신 눌러도 된다. 그런 사람은 가난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그런 시대를 준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 가난해 지고 있다.

 

결국 가치의 원천은 공유하지 않는 혹은 공유될 수 없는 나만의 지식과 데이터에 있다. 그런게 있어야 다른 사람이 여러분에게 뭔가를 부탁할 이유가 있다. 그리고 플랫폼을 비롯한 세상은 바로 그 이유때문에 사람들을 유혹하고 그런 지식과 데이터를 흡수하려고 할 것이다. 부의 원천이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이 글을 블로그 플랫폼에 쓰고 있다. 블로깅이란 일종의 출판사업이며 블로그 플랫폼은 모두에게 출판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같은 무명인이 글을 써도 사람들에게 그 글이 노출되고 가끔씩 평가도 받고 전파도 될 기회를 준다. 플랫폼은 많은 자본을 들여서 개인들이 굳이 플랫폼에 와서 활동할 이유를 만든다. 그래야 돈을 벌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과 플랫폼 양쪽 모두에게 고맙고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AI가 거래의 균형을 깨뜨린다. 공유가 가능한 것은 공유되지 않는 것, 공유할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몇백년 전에는 저작권이라는 말조차 없었다. 왜냐면 지식이 퍼지는 속력이 너무 느려서 가르쳐줘도 그게 모두에게 전파되질 않으니까. 지금 우리가 저작권을 말하는 이유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글을 쓰면 그 글이 변형되어서 누군가의 책에서 사용되고 출판될걸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쓴 블로그의 자료를 누군가가 자세히 분석해서 내 사생활을 미세하게 재구성할 정도로 시간이 남아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이 AI를 쓰면 가능해 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100개의 블로그에서 글을 수집하고 조금씩 짜집기를 해서 베스트셀러를 쓰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것이 그 사람의 작품일까 아니면 그 100명의 블로거의 작품일까? 사실 지금 우리를 감탄하게 하는 그 AI야 말로 이렇게 만들어진 베스트셀러다.

 

지금 이 글이 블로그 글이기 때문에 블로그의 예를 들었을 뿐 우리는 이것을 여러가지 사업의 사례에서 똑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 우리는 나만의 것을 가지지 못하는 문제가 그리고 정보를 흡수하고 독점하는 플랫폼의 문제가 AI 시대에 점차로 심각해 질 거라는 걸 느끼게 된다. 우리는 마치 수박의 원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시대의 수박장사처럼 되고 있다. 아니 그보다 못하다. 정보를 수집하고 독점하는 플랫폼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뻔하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지켜야 한다. 우리의 것을 쌓아나가야 한다. 자동차가 많은 이 시대지만 안방에서 화장실까지 차를 타고 가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소중하다고 말했던 것이 다 무의미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안되고 새로운 걸 쌓아야 한다.

 

그 새로운 것은 AI를 써서 일을 하는 노하우다. 지금도 미래에도 AI가 모든 일을 저절로 하는 시대는 올 수가 없다. 왜냐면 결국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고 허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확실한 상황, 보편적이지 못한 상황에서는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른 선택이 없이는 어떤 것도 보편적으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하나의 돌이 바둑판위에 놓일 때 그것이 좋은 거냐 나쁜 거냐를 결정하는건 바둑을 하고 있는가 오목을 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한 판단 하나 하나를 쌓아서 만들어 지는 시스템이 개인이 쌓아나가야 할 '새로운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 그런 것 없이 세상 어디에나 있는 지식만으로는 우리는 가난해 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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